살며 생각하며

사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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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6-02-19 ㅣ No.502

 

어떤 사람이 출근하는 길에 접촉 사고를 당했습니다. 옆 차가 바짝 붙어 지나가면서 차 문짝을 ‘찌익’ 긁어 놓았던 것입니다. 두 차는 즉시 멈추었습니다. 상대편의 차는 젊은 부인이 운전을 했는데, 앞바퀴 윗부분이 왕창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그 부인은 허겁지겁 내리더니 자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차의 찌그러진 부분을 살펴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 부인 말에 의하면 이틀 전에 남편이 사준 새 차인데, 이렇게 찌그려놓았으니 남편 볼 면목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고를 당한 사람도 그 부인이 참 안됐다고 생각을 하면서 사고 처리에 들어갔습니다. 그 부인은 보험관계 서류 등 필요한 서류가 담긴 봉투를 꺼내려고 운전석 옆 사물함을 열었습니다. 봉투 속에서 서류들을 꺼내면서, 남편이 만약을 대비해서 서류를 담아 놓은 봉투라며 또 한 번 울먹였습니다. 그런데 부인은 서류를 꺼내서 뭔가를 읽더니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옆에 서 있다가 궁금해서 다가가 서류를 함께 보았습니다. 서류의 제일 앞장에 굵은 펜으로 다음과 같은 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여보, 만약 사고를 냈을 경우에 꼭 기억하구려. 내가 가장 사랑하고 걱정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그 여인의 남편이 만일을 위해서 부인을 안심시키려고 써 놓은 글이었습니다.

자동차보다는 사람이 더 귀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실생활에서는 그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지요. 돈과 재물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명예와 자리 때문에 다른 사람을 질시하며, 학벌과 지방색 때문에 다른 사람을 멸시하고, 사상과 종교의 차이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박해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것이 우리가 몸담고 사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인간, 그것도 죄인인 인간을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당신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셨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인간을 이렇게 극진히 사랑하신 하느님을 본받아서 사람을 우선적으로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돈이나 명예, 자리, 학벌, 지방, 사상, 종교적 신념에 앞서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세상이 정말 그리스도교적인 세상이고, 진정으로 살기 좋은 세상일 것입니다. (글/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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