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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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soyeonk] 쪽지 캡슐

2000-12-02 ㅣ No.2064

 

 

 

                           나무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보태기: 며칠전 수업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시험범위를 정리해주고 있었는데 한 학생이 엎드려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가가서 조용히 그 학생을 흔들었습니다.

 

        오늘 정리하는 내용은 아주 중요한거라고 말하면서

 

        그 학생의 반응은 제겐 좀 충격이었습니다.

 

 

 

        "어차피... 해도 안되요."

 

 

 

        그렇지 않다고 그 학생(중학교 1학년)을 열심히 설득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3분의 1가량의 학생들이,

 

        "선생님, 저희 반 꼴찌에요.  항상 꼴찌에요."

 

         당연히 안될 것이라는 생각.

 

         우린 원래 그런 사람(노력해도 소용없는)이라는 아이들의 반응....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아이들을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20대 중반인 나도 희망(?)을 갖고 사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 오늘 수업 시간엔 3학년 학생들에게 위의 시를 알려주었습니다.

 

         세상에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이 교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그렇지만 볼품없는 나무가 더 실하듯이 또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이 우리 모두는

 

         각자가 다 소중하고 제 나름대로의 개성과 역할이 있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의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좀 더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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