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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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보태기: 며칠전 수업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시험범위를 정리해주고 있었는데 한 학생이 엎드려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가가서 조용히 그 학생을 흔들었습니다.
오늘 정리하는 내용은 아주 중요한거라고 말하면서
그 학생의 반응은 제겐 좀 충격이었습니다.
"어차피... 해도 안되요."
그렇지 않다고 그 학생(중학교 1학년)을 열심히 설득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3분의 1가량의 학생들이,
"선생님, 저희 반 꼴찌에요. 항상 꼴찌에요."
당연히 안될 것이라는 생각.
우린 원래 그런 사람(노력해도 소용없는)이라는 아이들의 반응....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아이들을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20대 중반인 나도 희망(?)을 갖고 사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 오늘 수업 시간엔 3학년 학생들에게 위의 시를 알려주었습니다.
세상에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이 교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그렇지만 볼품없는 나무가 더 실하듯이 또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이 우리 모두는
각자가 다 소중하고 제 나름대로의 개성과 역할이 있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의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좀 더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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