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7월 21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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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7-21 ㅣ No.131

11:00 - 전대기련의 대표학생이 찾아왔다.

      어머니의 병환이 어떠냐고 묻자, 현재 강남성모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오늘 철수해 달라고 하지만 이곳저곳 여러곳을 다녀본 결과 여의치가 못하다며

      짐을 한 곳에다 두고 밖에서 투쟁하고 22:00에 들어와 노숙을 하도록 허락해 달라는

      말을 한다. 그것까지야 어떻게 막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하자면 너무 힘들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참겠다고 말한다. 그럼 22:00에 들어와 간이천막 3동을 나란히

      둘터이니 그곳에서 잠을 자고 06:00에 기상해 하루일과를 시작하도록 하라고 했다.

      우천시의 대처사항에 대해 말해 놓았다. 28일 철수한다고 하니 조금 지켜보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다.

 

11:30 - 현대중기 대표를 만났다.

      소식을 듣고 현재의 명동성당 입장을 알았다고 먼저 말하고는 아직 뚜렸한 진척은

      없지만 일단 철수하기로 했단다. 민노총의 지도부가 함께 머물고 있다면 계속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날씨도 무덥고 해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약간으 짐을

      정리할 겸, 인사도 드리러 왔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경과에 대해 묻자, 계동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후, 협상이 진척되는

      듯하다가 회사측의 고발로 모두 경찰에 연행된 뒤, 불구속으로 모두 석방되고, 4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어제 모두 귀경했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전열을 새로 가다듬고 있는

      중이라며 다시 어려움이 닥치면 찾아 올터이니 그때도 잘 받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간의 섭섭했던 점은 그렇다면 연락이라도 해야지 아무런 말도 없이 천막을 비우고

      그토록이나 찾았어도 나타나지 않은 점은 너무 했었다고 말하고,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

      되기를 바라며, 또 추이를 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말한 후 헤어졌다.

 

15:00 - 에바다가 인사를 마치고 완전 철수했다.

 

16:00 - 땀이 비오듯 한다.

      꼭 두달만에 성당마당의 천막을 철거했다. 어쩌면 그렇게 튼튼히 지었는지 철거하는데

      너무나 애를 먹었다. 날씨는 또 얼마나 더운지! 천막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이 뜨거울

      정도다. 하나 하나 철거를 하면서 스스로 정리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바닥은 시커멓게 찌들어 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왔다갔다. 또한 그들도 열심히 노력했다. 그 노력한 만큼의

      성과도 있었고, 또 여전히 그 상태인 사람들도 있었다. 저마다 다 어려운 처지를

      호소하고, 그렇때마다 참으로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 두번도 아니다. 또한 속이 상하고

      열도 받아 큰소리도 오고간적도 있었다. 밤 늦도록 소주를 한잔하며 뜨거운 토론도

      벌어졌었다. 그러면서 기쁘기도 했다. 또 다른 삶의 모습으로... 그러나 여전히 그곳도

      삶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비오듯 땀을 흘리는 가운데 한 사람 한 사람 얼굴들이

      떠오른다. 모두 착한 사람들인데...

        중부서 명동성당 담당 정보과 형사 2명이 바카스를 사들고 격려차 방문했다.

      중부서와도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받았다. 모든 농성자들을 일일이 찾아보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들은 아낌없이 도와주고, 또 설득도 시켜가며 함께 했었다.

      농성자들도 두 형사의 마음을 알고 참 많이들 의지했었고 도움도 청했었다.

      의리도 있고, 투철한 국가관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봉사정신 또한 있었다.

      신창의 일지로 많은 경찰들이 도마에 오르고 불의도 드러나고 근무태만이며 안일함도

      보인다. 그러나 중부서의 이 두 형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또 모든 경찰들이 이들만

      같다면 앞으로의 경찰에게도 희망이 있으리라.

 

17:00 - MBC노조와 KBS노조 1,000여명이 여의도 집회와 가두행진을 마치고 이곳으로 집결해

      정리집회를 갖기 시작했다. 09:00 뉴스에서 명동성당이 집결지라는 소식을 듣고 MBC

      노조 사무실로 10:00경 전화를 걸었다. 이때는 벌써 성당마당의 타일 보수작업이 진행

      중이고 계단의 하자보수가 진행 중이었다. 뉴스에서 그런 소식을 들었는데 정말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한다. 그렇다면 사전에 연락이라도 해 주어야 공사일정을 조정할 수

      있지않느냐고 반문하고 이곳의 공사현황을 설명해 주었지만 이제 어쩔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어쩔도리가 없다면 현재 진행중인 공사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부탁하고, 1,500여명이면 통제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하고 최대한 노력해 달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었다.

        천막철거로 땀이 줄줄흐는 가운데 선봉대가 도착했다. 대외협력국장을 불러 다시

      한번 협조를 당부하고 최대한 공간을 넓혀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원 일인가?

      들어가지 말라고 그렇게 줄까지 쳐 놓았건만 하자보수로 우레탄을 새로 덪입힌 곳에

      발을 올려 놓아 흩어놓고 밟아 족적을 남기고...... 하는 수 없이 대외협력국장에게

      따졌다. 내가 뭐라했는가! 그러기에 먼저 연락을 하라고 말하자 않았나? 이제

      어떻하겠느냐? 저걸 다시 수리하자면 450만원이 든다. 배상할 수 있느냐?고 묻자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순간 안스러운 생각이든다. 분명 노력했는데

      인두로 다시 다져질 수 있느냐고 시공사에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자꾸 불상사가 일어나자 서둘러 마무리 집회를 마치고 철수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시위를 하지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시위를 계획했으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어야 이곳에서도 대비를 하고

      피해를 최소화 시키며 행사며 여타 일들을 진행시킬 것이 아니겠는가?

      무작정 들이 닥치면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명동거리에서의 집회야 우리에게 알릴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성당을 집회장소로 한다면

      성당에 허락을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22:00 - 비가 내린다.

      전대기련의 학생들이 걱정이다. 우천시의 대책은 일러 놓았지만 근본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걱정이 되어 나가보니 나름대로 잘 대처해서 안심이 놓인다. 옹기종기 모여

      촛불을 켜고 합판으로 간이천막 옆을 막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금의 불볒 더위와 가뭄을 생각하면 많은 비가 와야하지만 한꺼번에 쏟아지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부술부술 끊임없이 내려 가뭄도 해소되고 학생들도 시원하게

      해주고 간이천막에서 지내기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느님!

      제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요?

      지난번엔 제 기도를 잘 들어 주셨는데, 이번에도 한번만 더 안될까요?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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