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동성당 게시판

주일학교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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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숙 [76rusia] 쪽지 캡슐

2000-03-08 ㅣ No.739

똑!똑!똑! 주일학교의 문을 두드린지 어느덧 4년째...

 

4년전...

어리숙한 모습의 나는 교사라고 하기엔 내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부족함이 많았다. 아무것

도 모르고 부푼 가슴을 안고 주일학교를 들어선 후, 그동안 나는 학생들과 교사들과 얼마나

많은 추억을 만들었는지 지금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자면 하루를 꼬박새도 모자를 것 같

다.  처음 중고등부 주일학교에 다닌 것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수줍음 많고 내성적

이던 나는 어디를 가든 구석자리에 앉아 나를 내보이기조차 꺼려했던 게 사실이다.  그 때

마다 나를 학년자리로 이끄시던 상냥한 여선생님의 얼굴이 아직도 선하다. 지금도 미사때면

그 때의 나처럼 항상 구석자리에 덩치 큰 어른들의 뒤에 숨어 미사만 드리고 선생님이 잡을

새라 성당문을 나서는 학생들을 보곤 한다.  아이들을 훈육하되 친절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우리 교사들은 늘 기도한다.  또한 당신께 큰 관심 없는 이들의 가슴속에 내가 당신을 불러

일으키게 해달라고 소망한다. 그러면서 나 역시 늘 그 학생에게 다가간다.  내가 그랬던 것

처럼 그 아이도 늘 나의 손을 저버리곤 한다. 그러나 또 다가가고 언젠가는 지금의 나처럼

많은 학생들 앞에 당당하게 나서기를 바라면서...

 

2월에는 희비가 교차하는 시기였다.  

정들었던 학생들의 졸업식... 정든 교사들의 퇴임식...

한 주를 눈물로 보내고 나면 또 한 주는 귀여운 중1학생들의 입학식... 늘 아쉬움 뒤에 새롭게 찾아드는 한 줄기 빛처럼 똘망똘망한 주일학교 신입생들은 늘 그렇게 나에게는 삶의 희망으로 다가온다.  

’이 아이들이 또 주일학교의 새 주인공이 되어 또 함께 뒹굴고 우리와 또 새로운 인연을 맺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할 아이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 자리에 머물 수 있게 해 주심에 대한 감사이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이제는 나의 길을 찾아 아쉽지만 교사회를 떠나야 겠구나 라는 다짐들을 무너뜨리게 만들어 버리는 아이들의 환한 미소와 나의 팔을 붙잡는 고사리 같은 손들이 나를 또 한번 이 자리에 머물게 한다.  

어느 덧 그렇게 4년차...

나보다 더 많은 희생과 봉사로 이 자리를 지나쳐간 선배교사들과  나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은 나의 인생에 얼마나 큰 디딤돌이 되어주었는지 모른다.  늘 나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할 때도, 하느님께 고개 돌려 응답하지 못할 때도 쉴새없이 나를 이끌어 주던 선생님들... 이제는 내가 이끌어야 하는 사랑스러운 우리 학생들... 가끔은 여름캠프 준비에 성탄 예술제 준비에 몸도 마음도 지쳐서 투정도 부려보고 게으름도 피우지만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사 순, 부활...여름 캠프... 대림, 성탄예술제... 어느 성당 주일학교에서도 볼 수 있는 행사들이다.  그 안에서 학생들을 위해 보다 더 나은 이벤트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교사들!!  몇 년이 흘러도 자꾸 이 자리를 선뜻 떠나지 못하는 것은 주님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들을 너무나 많이 주고받고 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이 사랑이라 ’그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성가대 선생님을 하면서 성가의 가사에 너무 심취했고 학생들의 목소리에 너무 행복했던 기억도 난다.  

햇볕조차 없는 지하 교리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부르던 학생들의 우렁찬 성가연습소리는 모든 근심과 걱정거리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고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원동력과도 같으며 힘겨운 나날에 윤활유가 된다.  

  아이들을 지도하며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밝은 모습을 지키려고 노력하다가 가끔은 "선생님은 왜 맨날 웃어요?" 라는 얼토당토 않은 질문에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늘 아이들만 보면 웃음이 난다.  그냥 좋으니까!! 이유는 간단하다.  순수하고 맑고 이제는 나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그런 천진난만함이 그 아이들에겐 있다.  내가 소망하는 것들은 그것을 가르치면서도 배우고 싶은 것이다.  나의 밝은 웃음을 그들로 하여금 배우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실없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언제라도 환하게 웃을 수 있다.  

  늘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가끔은 큰 소리로 화도 내고 짜증도 부리고 투정도 부리고 싶지만 그들속에 그런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 동화되고 싶고 그들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다.  아이들의 언어와 아이들의 생각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런 세계로 나도 초대되고 싶다.  하느님은 아이와 같은 마음이 없으면 하늘 나라에 올 수 없다고 하셨다. 꼭 하늘 나라에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주님을 알고 늘 주님안에 그들과 함께 있고 싶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사랑은 혼자서가 아닌 여러 사람과 하는 것이다.  나는 중고등부 학생들속에서 늘 사랑을 나누는 그런 사랑의 하느님의 모습을 찾고 나도 그들과 함께 사랑의 나래를 펼쳐 나가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그 순간들... 졸린 눈을 비비며 주일에도 늦잠 한 번을 못자고 집을 나서야 했던 순간들이지만 단잠보다 더 소중했던 시간들이었다.  웃고 울고 떠들던 그 시간들은 결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이다.  하느님 사랑합니다. *^^*

 

위의 글은 디다케 편집실에서 연락이 와서 쓰게된 주일학교와 나라는 내 회고록(?)이다 ^^;

드디어 등단을 하다...히히...디다케 편집실에 계신 분이 장위동 게시판에서 내 글을 보고

연락을 주셨다...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했지만 막상 마감일에 닥쳐 고민이 많았다...

그냥 어떤 미화여구 없이 솔직하게 쓰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아서 미흡한 위의 글을 보냈다... 성당게시판에 열심히 글을 올린 보람처럼 느껴졌다...요즘은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 게시판에 들어올 시간도 없었는데 이렇듯 나날이 발전하는 게시판이 넘 보기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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