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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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이 [songei91] 쪽지 캡슐

2001-12-14 ㅣ No.8221

     

       

                     

                    어머니께 바치는 시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

 

 

 

문영숙

 

 

누가 당신의 솜씨를 앗아갔나요.

그토록 정결했던 손 끝에서

허무의 비늘이 툭툭 떨어져 내렸습니다.

 

 

누가 당신의 총기를 앗아갔나요.

별처럼 총총하던 기억들이

겹겹의 먹구름이 되어

 

 

눈도 눈이 아니고

귀도 귀가 아니며

어처구니 없는 떼쟁이처럼

마음은 또 어디를 그토록 헤메셨습니까.

 

 

현실을 잊어버린

몹쓸 당신의 꿈속에서

하루하루 잦은 투정으로

저도 몹쓸 꿈을 꾸었습니다.

 

 

지금은 아시나요.

당신이 부르던 ’밥 아주마이’가

  헉헉 숨이 차던 당신의 맏며느리인줄을

 

 

이제 비로소 평안을 찾은 어머님

당신을 생각하면

진정 어버이로 모시지 못한 회환이

서리 내린 세월의 흔적 위에

소슬 바람으로 불고 있습니다.

 

 

어머님,

 용서하소서!

    철없던 며느리의 투정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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