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할아버지!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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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화 [giwha777] 쪽지 캡슐

1999-11-28 ㅣ No.799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홍지화 미카엘라입니다. 카톨릭 여학생관에 사는……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오랜만에 카톨릭인터넷에 접속을 했는데 할아버지 글이 보이질 않네요.

혹시 어디가 편찮으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 글을 또 올립니다.

바쁘신지, 아니면 어디가 편찮으신지, 그것도 아니면 어디 가셨는지……

부디 건강하세요.

제가 요즘 감기로 고생 좀 하고 있거든요. 약을 먹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네요.

몸도 안좋고, 수업도 휴강이라서 원고  마감일이 코앞에 닥친 신춘문예 준비도 할 겸 겸사겸사 익산 집에 내러왔습니다. 집에 오니 좋긴 좋군요.

그런데 몸도 마음도 심란하네요. 중앙 5대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이 제 20대의 목표거든요. 대학4년간 가을이면 그것에만 매달렸는데 제가 아무리 벌버둥을 치며 고치고 또 고쳐서 응모를 해봐도 결국 최종심까지 가서 마지막에 꼭 낙방을 하더라구요. 그게 3번이상 반복되니까 이젠 자신도 없고 열정도 사라지고……

이번에도 제 졸작이 당선되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아요. 그냥 오랜 습관처럼 응모해 보는 거죠.

옛날에는 "하면된다"는 신념으로 밀어부쳤는데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주님이 허락하시는 게 있고, 허락하시지 않는 게 있더라구요.

 이번에는 마음 비우고 주님께 맡기렵니다. 어쩌면 오히러 인생에 비겹자가 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는 성직자가 된 걸 후회해 보신 적이 한번도 없으신지요.  저는 요즘 제가 소설을 쓴다는 데 대해 회의를 느끼거든요. 다른 일도 많은데 왜 하필 나는 소설밖에 쓸 게 없을까 하구요.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루가선생님이 전해 주셔서 액자에 넣어서 제 책상에 놓았어요.

그 사진만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할아버지께서는 잘 나왔는데  저는 눈이 감겨서 나왔어요..헤헤헤.  제가 원래 난시가 심해서 카메라 후레시 불빛을 잘 못보거든요. 후레쉬만 터뜨리면 눈이 저절로 감겨져요.

 할아버지!

건강하신 모습으로 15일에 명동성당에서 있을 강연회에서 뵙길 바래요.

아마 그때쯤이면 저도 학교 방학도 하고, 레포트 제출도 다 끝나고, 신문사에 원고도 다 보내고 가슴 두근거리며 시간을 죽이고 있겠죠?

워드작업 하실 것 많으시면 저 부르세요. 제가 출판사 아르바이트 때문에 12월 말까진 서울에 있어야 할 것 같거든요. 방학도 하고 시간도 많은데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릴깨요. 제겐 영광이죠.

참, 할아버지 책 두권 내신 것 축하드려요. 교보문고 가서도 보고, 신문광고도 봤어요.

바쁘실텐데 그것 언제 다 쓰셨어요? 저도 해봐서 알지만 글쓰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아주 죽노동 중에 죽노동이죠.방학 때  꼭 사서 읽어볼깨요.

 할아버지!

부디  건강히 잘 지내세요. 요즘 감기 독하니까 조심하시구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카톨릭여학생관 홍 지화 미카엘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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