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성당 게시판

<퍼온글>나를 감동시키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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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섭 [elite101] 쪽지 캡슐

1999-05-22 ㅣ No.33

나를 감동시키는 것들....

 

 

 

 

 

To.  형수님

 

 

 

생각 하지도 않는 약속이 있어 늦었지만 출타를 합니다.

 

31日 약속을, 부모님의 상광(相光)때문에 오늘로 좁혀서 나갑니다.

 

외박을 하더라도 이해하세요.

 

정시에 회사 출근해서 연락 할께요.

 

 

 

달이 밝습니다.

 

힘든일이 있거나 괴로운 일이 있으면 얘기 하세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고

 

도와드릴께요.

 

형수님....

 

정말 미안하면서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꼭, 힘들게 사시는 형수님, 편안하게 사시도록 할께요.

 

 

 

                                                 1993. 12. 30. 00:00 삼촌이

 

 

 

 

 

짧은 메모를 읽은 31일날 새벽.....

 

나는 뭉클해져 솟아 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신혼초부터 시동생 2명에 시누이, 그리고 사촌 시동생까지 모두 4명을 데리고 지내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단 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건.... 아마도 남편을 정말로 사랑했던

 

까닭이었으리라.

 

사랑은 사랑을 받는것에 대한 책임이고, 사랑을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라고 가끔 말을

 

했던 그사람......

 

그를 사랑하기 전에 먼저 그를 아껴주는 이들을 사랑해야 더 오래도록 아름다운 사랑을 맺을 수 있다는 철칙으로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부터 사랑하기 시작했었다.

 

나의 친 혈육처럼....

 

 

 

나의 유별한 사랑법 때문에 연애하는 5년이라는 세월동안, 결혼해서 8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편과 변함 없는 신의의 감정들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건 행복이었다.

 

시동생들 생활비, 학비, 기타 용돈 하며 자질구레하게 지출되는 비용 또한 무시를 못했지만... 그를 사랑하는 만큼의 인내가 내 안에 있었나 보다.

 

 

 

새벽.....

 

광고 전단지 뒷면에 급하게 썼던 흔적들이 역력한 메모를 받아 보고........

 

행복이란 따뜻한 마음에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날 밤 거실 한켠에서 현관문

 

틈새로 들어오는 겨울밤의 시린 바람끝과 동무하면서.... 깊은 잠에 빠져든 시동생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동생에게 길고도 긴 편지를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낮에 준비했던 속옷 한벌과 함께 머리맡에 올려 놓은 그날 정말이지 행복한 꿈을 꿀 수가 있었다.

 

 

 

힘들때, 전화 한 통만으로도 한걸음에 달려와 도와주는 시동생....

 

첫직장에서 첫월급을 받았던 날.... 월급을 통째로 내 손에 쥐어주던 시동생.....

 

(비록... 거의 대부분 다시 시동생에게 들어 갔지만....)

 

얼마전, 지저분한 집안 분위기를 바꿔 준다면서...특유의 꺌끔한 솜씨로 하루 왼종일 거실 도배를 멋드러지게 해주었다.  지금은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으로서 오늘도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외식을 하는 날이면.... 작은집 식구들이 눈에 밟혀 마음 편하게 외식 한번 제대로 해 보질 못했다.   바로 전화를 해서 작은집 식구들 불러내고.... 정담 나누면서 같이 식사를 해야만 속이 후련했다.  

 

 

 

아이들의 작은 아빠.....

 

행복은 시동생의 깊은 마음에 있었다.

 

 

 

오래전 그때의 일이 오늘 문득 생각이 난 건.....

 

바로 오늘, 나의 가슴을 다시 한번 뭉클하게 했던 메모를 받았기 때문이다.

 

바로 사촌 시누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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