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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동청년회장 [9doon] 쪽지 캡슐

2000-04-12 ㅣ No.688

아래는 서울대교구 게시판에 실린 글입니다. 함께 공유하고 함께 작은 기도라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옮겨 보았습니다. 멋진 저희 본당 가족들의 작은 마음과 혹 이곳을 지나는 분들의 정성을 모아 드립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천에서 살고있는 28세의 평범한 직장인 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일 때문에 용산 전자 상가에 자주 나가는

 

편 인데요 왜 있잖습니까 용산 전철역에서 전자상가로 나가는

 

쪽 통로요.(거기 참 길지요..)

 

얼마전부터 그곳에 앉아서 껌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 한분이

 

계셨습니다.

 

지나가다가 한 통 사 드릴 때도 있었고 괜히 사람도 많이 지나가는

 

곳인데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해서 그냥 지나칠 때도 있었지요.

 

그러던 중 어제 저녁 용산에서 일을 보고 전철을 타러 들어가고

 

있는데 밤 8시가 다 되어 가도록 그 자리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껌을 팔고 계신 할머니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가 뭐해서 껌을 한 통 사고 나서 그냥 가기가

 

걱정이 되어서 할머니께 추운데 왜 아직까지 안 들어 가시냐고

 

여쭈었더니 그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현재 용산역 근처에 조그만 방을 얻어 살고 계시며

 

(어떤 집인지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돌봐 주시는 분들도 없이 그날 그날의 생계를 걱정하며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또한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얼마의 돈 외에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현재 할머니는 건강도 좋지 않으신 상태이며 이미 왼쪽 눈은

 

실명하신 상태 입니다.

 

그런데도 아침나절부터 밤 늦게까지 용산 전철역의 통로 한 구석의

 

차디찬 바닥에 앉아서

 

하루종일 껌을 파신다고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사지가 멀쩡한 젊은이가 구걸을 하는 요즘 시대에

 

그 할머니께서는 남들에게 해가 될 행동은 하시기가 싫으시다며

 

(절대로 자존심 따위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하고 계시고 있습니다.

 

식사 또한 집에서 드시는 라면 외에는 별다른 것 없이 하루종일

 

굶고 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좋아 하시는 담배역시 살 돈이 없으셔서 길가에 버려진

 

꽁초를 주워다가 피우신다고 하십니다.

 

제가 너무나 속이 상해서 할머니께 “왜 지나가는 총각들한테

 

담배라도 달라고 하시지 그러셨어요.”라고 하니까 할머니께선

 

“그러면 꼭 남들한테 죄짓고 사는 것 같아서..” 라고 하십니다.

 

여러분들.

 

구멍가게에서 한 개에 삼백원씩 하는 껌을 사다가 오백원에 팔면

 

이백원이 남습니다. 물론 천원짜리를 선뜻 내미시는 고마우신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하루종일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파시는 껌은 많아야 열 개… 제가 할머니께 껌을 산

 

어제는 네 개 정도 파셨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하루에 일,이천원 벌이를 하시는 것이죠.. 이런 환경에서

 

그 할머니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계시는지는 보고있지 않아도

 

눈에 선합니다.

 

그곳을 지나다가 언뜻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많아 봐야

 

10개밖에 안가지고 나오십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그 할머니는 구걸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닙니다.

 

정당하게 껌을 파신 돈으로 생계를 유지 하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 할머니는 손자뻘 되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시며

 

흐느낌으로 말조차 제대로 하시지 못하는 마음 여린 노인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껌 한 통을 사고 돌아가는 어린 학생을 위해 가슴에 십자가를

 

그으며 기도를 하십니다. 저는 그런거 TV에서나 보았지 실제로 할머니를 보니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 할머니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특별히 해 드릴 주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이곳 용산 전철역을 지나시는 일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그 차가운

 

바닥에 앉으셔서 껌을 팔고 계시는 그 할머니를 보신다면, 부디 그 할머니의

 

껌을 사 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어색해 하시지 마시고 껌을 사 주실

 

때에 할머니께 따스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신다면 어떨까요.

 

그 할머니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는 않을까요?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나이드신

 

노인 분들은 무척이나 외로움을 잘 타신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또 노인들을 이해 하려고 노력 한다면 이런

 

가슴 아픈 일들은 없어지리라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그 할머니가 아니라도 길을 가시다가 길가에 앉아서 행상을 하시는

 

노인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은 이런 분들을 볼 때에 가슴에

 

금뺏지 달아볼려고 갖은 추태를 부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나오는 뉴스가

 

떠올라 자꾸만 화가 납니다.

 

여러분들의 조그만 마음이 하나로 뭉쳐 그 할머니께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서 없는 저의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외람된 부탁 입니다만 시간이 나신다면 이 글을 복사해서

 

다른 통신에 올려 주셔서 한분 이라도 더 그 할머니에 대해서 알 수 있게

 

해주신다면 이것 또한 감사 드리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 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저도 언제 용산에 갔을때 그 할머니 뵌 적이 있어요..

 

 

 

그 모습이 떠올라서 마음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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