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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순례 중 마르타의 집에 머물며 교황 프란치스코 만난 김희중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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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8 ㅣ No.96

이탈리아 순례 중 마르타의 집에 머물며 교황 프란치스코 만난 김희중 대주교
 
교황님께 한국 방문 청했더니 웃음으로 화답


신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교황 프란치스코 모습에 많은 이가 환호를 보내고 있다. 교황이 휠체어를 탄 청소년의 다리 깁스에 사인하거나, 수요 일반 알현을 기다리는 한 소녀에게 교황 모자를 벗어 씌워주는 모습은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고 있다.

교황을 실제로 뵈면 어떨까.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 4월 교구 사제단과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하면서 4일간 교황 프란치스코가 사는 성녀 마르타의 집에 머물렀다. 가까이서 교황을 만난 김 대주교의 소감을 싣는다.
 

광주대교구 신부님들과 4월 22일부터 10박 11일 동안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했습니다. 성지순례 기간 중 첫 3박 4일을 바티칸 베드로 대성전 안에 있는 성녀 마르타의 집(Domus Sanctae Marthae)에 머물 수 있게 돼 참으로 큰 축복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숙소는 원래 교황청에서 근무하시는 추기경님이나 대주교님, 몬시뇰들이 상주하는 숙소와 교황청 공식회의에 참석하시는 분들의 임시 숙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현재 교황님께서 지내시는 곳이기도 합니다. 빈방이 있으면, 사제들도 예약해 며칠 동안 머물 수 있습니다. 교구 신부님들을 위해 작년에 예약해 둬서 숙소 사용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출국하기 전 혹시 교황님을 숙소에서 뵐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했습니다. 이탈리아에 도착해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짐을 풀고 이튿날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교황님께서 식당으로 들어오셨습니다. 당황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교구 신부님들은 모두 일어나서 박수로 환영하였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손을 흔들며 반겨주셨습니다. 저는 교황님께 사제수품 은경축을 맞은 교구 사제들과 함께 한국에서 순례를 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교황님은 사제단을 향해 축복의 표시로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교황님은 흰색 수단만 입으신 소박한 차림이셨습니다. 교황님 식탁에 놓여있는 식사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주 서민적이고 누구라도 교황님과 쉽게 이야기 나눌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아 감동했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 식사 때도 식당에서 교황님과 마주쳤습니다. 또다시 일어나서 한국에서 사제품 은경축을 맞은 신부들과 함께 순례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잘 알고 있습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날 아침 식사 때 우리가 인사드렸던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신 교황님께 마음속으로 감사드렸고 또 한 번 감동하였습니다.

삼일째 되는 날 아침에도 식당에서 교황님을 뵈었습니다. 역시나 반갑게 저희 인사를 받으시며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저는 식사를 먼저 마치고 식당 밖에서 교황님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시고 나오시는 교황님께 준비한 소박한 선물을 드렸습니다. 우리 교구 유치원 어린이들 축하 인사와 노래, 춤 동영상 담긴 USB와 사진, 매듭 묵주를 드렸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나에게 주시는 겁니까"라고 물으셔서 "그렇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하시며 기쁘게 받으셨습니다. 참으로 소박하고 인자하신 모습이었습니다.

4월 24일 수요일 오전 일반 알현에 교구 신부님들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제가 수요 오전 일반 알현을 몇 번 참석했었지만, 이처럼 사람들이 많은 적은 보지 못했습니다.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에 놀랐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입장하실 때 가운데 통로로만 들어오시는 것이 아니라 종횡으로 구역마다 모두 들리셔서 순례객들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 어린 아기를 안아주며 축복해주셨습니다. 그 모습에 광장에 모인 이들은 더욱 열광했습니다. 교황님을 뵈려는 순례객이 급증하면서, 이탈리아 경제가 관광수입으로 다시 살아난다고 할 정도라고 합니다. 엄청난 순례객으로 로마가 가득 찬 느낌이었습니다.

베드로 대성전 광장에 가득 모인 순례객에게 교황님께서는 마태오복음 25장에 실린 열 처녀의 비유와 탈렌트의 비유, 그리고 최후의 심판에 대한 말씀을 아주 쉽게 풀이해주셨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을 격려하며 젊은이들이 가진 여러 재능을 자기 미래와 교회, 사회를 위해 적극 발휘하길 당부하셨습니다.

교황님 말씀이 끝나고 난 뒤 교황님께 인사드리며 악수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저는 그때 "한국의 모든 신자들이 교황님께서 한국을 방문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교황님을 초대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교황님께서는 저를 숙소에서 몇 차례 보셨던 것을 기억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시고 웃음으로 화답해주셨습니다. 우리 교구 사제들도 교황님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드릴 수 있는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휠체어를 타고 참석한 장애인에게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보이셨습니다. 일일이 손을 잡아주시고 안수해주시며 축복해주시는 모습이 거룩하게 보였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교황님의 소박하고 서민적인 모습,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가시는 모습이 제 자신을 뒤돌아보게 했습니다.

[평화신문, 2013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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