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광장

어느 어머니의 가슴 절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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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klara1617] 쪽지 캡슐

2012-02-22 ㅣ No.2166


        어느 어머니의 가슴 절인 이야기 미안하구나,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이 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안타까운 모습인 것 같습니다. 신판 고려장인 요양원에 버려진 어느 어머니의 일기입니다. 여기 이 어머니는 바로 세상 모두의 어머니요 나의 어머니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아니 나의 미래의 모습입니다 결코 낯설고 귀찮은 늙은이가 아니지요.. 이 어머니 또한 우리와 같은 시절이 있었고 아름다운 청춘과 사랑의 시간이 있었던 한 사람이란걸 우린 기억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웠던 세월을 한 번 즐기지도 못하고 지아비와 우리들에게 빼앗긴 모진 삶의 주인공이란걸.... 우리가 이 자리에 있음은 바로 우리들의 어버이가 계셨기에 가능하단걸....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뒤의 당신의 모습은 어떨까요? 가령이 가져다 준 질환과 고통으로 힘든 당신께 또 다른 미어지는 불효의 아픔을 가져다 드려 정말 이 죄스러움 어찌 다 할까요? 우리들을 용서하지 마시옵소서! 어여쁘신 당신.... 진정 당신의 삶과 그 모습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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