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모신심미사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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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7-09-16 ㅣ No.3370

성모신심미사 9/16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말씀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다(루카 1,39-45)

1 39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내 어머니

언젠가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시면서 혼잣말을 하시는 어머니를 뵌 후 어머니는 시댁과 친정, 남편과 자식들과의 대소사들을 다 치르시면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누구의 도움을 받으시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의 벗들은 누구셨을까? 어머니는 누구와 어머니의 인생사를 나누셨을까? 내가 아는 어머니이기 이전에 어머니도 한 인간이고, 여성이셨을 텐데. 누가 어머니 일생의 순간들을 들어주고 함께해 주셨을까? 자못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살면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누구와 나누십니까? 누구에게 전화하십니까?

 

 

 

우리 어머니

마리아는 천사를 통해 주 하느님께 응답했지만, 정작 천사의 말대로 되도 걱정이고 안 되도 걱정이었습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역사를 확인도 할 겸, 누구 하나 마음 놓고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하소연이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엘리사벳을 방문합니다.

 

찾아보고 싶은 분들, 만나보고 싶은 분들,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 있습니다. 막상 만나도 그럴지 모르지만 그래도 보고 싶고 만나보고 싶습니다. 왜 만나고 싶을까? 만나면 편안해서 그럴까? 편안한 것은 무엇일까? 언제 어떤 경우에 편안한가? 같은 마음과 같은 지향과 같은 일을 할 때 편안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경쟁 상대가 아니고 이해관계로 다가오는 이가 아니라면, 서로 격려하고 도우며, 이끌어주고 함께하고 밀어준다면, 그 첫 단계로 나를 인정해 주고, 나의 잠재성을 발견해주고, 나의 지향과 의도와 기획을 공감해주고 함께하고자 한다면, 더없이 좋고 편안합니다. 무엇을 주고, 어떻게 해주고는 그 다음 단계입니다. 엘리사벳은 온 마음으로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초대되고 응답한 마리아를 온 마음으로 반기고 지지하며 감싸줍니다. 행복한 마리아!

 

성령으로 가득 차

엘리사벳의 집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마리아는 자신의 작은 기대보다 오히려 더 큰 환대를 받습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축복과 은총의 깊이에 감사드리게 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엘리사벳이 자신이 어떻게 하느님의 은총을 입었는가에 대해 마리아에게 전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표명하지 않습니다. 사전의 어떤 모임이나 정보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습니다. 이어지는 기사는 적어도 마리아가 천사로부터 영보고지를 받은 후 첫 번째 만남이었다고 암시합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루카 1,41-42)

 

성령께서는 엘리사벳에게 마리아를 통해 이루시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우치게 해줍니다. 그래서 그의 뱃속에서 세례자 요한이 기쁘게 예수 아기를 반깁니다. 아울러 엘리사벳 성녀는 성령으로 가득 차 마리아께 찬사를 보냅니다.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한 이 기사내용에 드러난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식별의 기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내가 만나는 상대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우신 움직임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얼마나 큰 은총을 베풀어주셨는지, 그를 통해 무슨 일을 하시려고 하시는지, 그를 통해 나에게 어떤 말씀을 하려고 하시는지를 내가 알아차리도록 이끄시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의 허점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그와 함께 기뻐하며 하느님께 영광과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경우일 것입니다.

 

신자들과 함께 복음을 나눌 때,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그에게 어떤 은총을 베푸시고, 어떻게 그와 함께 활동하셨는지를 알아차리게 해줍니다. 그 때 우리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작은 희열이 샘솟고, 주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감사를 올려 드리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주님 계획안으로 부르시고, 우리를 통해 주님의 일을 하고자 하신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더할 나위없는 큰 기쁨을 누립니다.

너희가 지금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사실 많은 예언자들과 제왕들도 너희가 지금 보는 것을 보려고 했으나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했으나 듣지 못하였다.”(루카 10,23-24)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엘리사벳은 기쁨에 차서,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2-45)

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마리아를 반깁니다. 질투와 시샘이 아니라, 온 마음으로 반김은 성령께서 깨우쳐 주신 것에 기인합니다. 그러기에 온 마음으로 반기고 지지하게 되나봅니다. 마치 어머니가 자식의 작은 성공 사례, 아니 그 작은 가능성만으로도 자랑스러워하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 하느님께서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첫 단계로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을 통해 구세주를 준비할 세례자 요한을 점지해 주십니다. 두 번째 단계로 천사를 보내 마리아를 선택하셨다는 것을 알리고, 그를 통해 예수 아기가 탄생하리라는 것을 알려 주십니다. 세 번째 단계로, 오늘 주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두 여인을 서로 만나게 하여, 서로를 바라보며 공감하게 해줍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길에 나아가며 겪게 될 기쁨과 슬픔, 보람과 공허, 희망과 좌절 앞에서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우리가 만나게 되는, 아니 주 하느님께서 서로 만나게 엮어주시는 사람들 안에서 주님의 커다란 은총을 느낍니다. 오늘 만나도록 엮어주신 이들을 통해 주님의 음성과 움직이심을 느끼기에 그들은 더욱더 소중하고 귀하며, 기쁨이 됩니다.

 

믿음의 행복

그 기쁨은 믿음으로 귀결됩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45)

내가 믿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만도 흥분되는 일인데. 이 일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할 땐 더욱더 흥분되고 설렙니다. 그리고 그 일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혹시나 잘못되지는 않을까? 무슨 장애나 불청객이 와서 방해나 불의의 사고나 일어나지는 않을까 싶어 불안과 조바심마저 간직하게 됩니다. 주님의 일을 하면서, 악의 노예가 된 인간의 사악함에 맞부딪힐 때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조바심과 불안을 온전히 떨쳐낼 수는 없겠지만, 주님께서 주님의 일을 하는 나를 주님의 섭리와 안배로 몸소 이끄시고 활동하셔서 반드시 그 일을 이루시고야 말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자 하시는지 엘리사벳에게 일깨워 주시고, 함께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시고, 섭리해주시고, 안배해주시는 주 하느님,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엘리사벳을 통해 마리아께 확신을 주시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주 하느님,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는 복된 이들을 통해 몸소 활동하시어, 주님의 말씀을 이루고 하느님 나라를 세우시는 주 하느님,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성령의 감화로 예수 아기를 알아본 엘리사벳의 찬사를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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