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다해) 루카 9,51-62; ’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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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5-12 ㅣ No.5063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다해) 루카 9,51-62; ’22/06/26

 

 

 

 

 

 

 

최근에 문득, 예전에 처음 사제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본당 신부님을 찾아갔을 때의 생각이 났습니다. 사제가 누구이며, 무엇 하는 사람인 줄 제대로 알지도 모른채, 그저 사제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제가 참 무모했구나 싶기도 하고, 또 그렇게 모르니까 감히(?) 그런 꿈을 꾸지 않았는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다가온 어떤 사람에게,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루카 9,58)라고 잘라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부질없는 마음으로 예수님께 다가갔던 제 첫 성소의 마음이 생각이 났고, 또 그 후로 제 믿음의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간절한 염원과 절박한 믿음도 떠 올랐습니다. 동시에 제 생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제 기도에 응답해 주시고 제게 베풀어주신 은총들을 같이 기억합니다. 저는 오늘, 이 순간에 주님 앞에 서서 주님께서 지금까지 제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되새기며, 20여 년 전에 바쳤던 기도를 다시 한번 바칩니다.

 

주님,

주님께서 저의 매 순간 매 자리에 함께해주셨음을 저는 압니다.

제가 양이고자 했을 때 주님께서는 저의 목자가 돼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께 다가서려고 했을 때 주님께서는 저를 끌어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을 알고자 했을 때 주님께서는 저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을 뵈옵고자 했을 때 주님께서는 저에게 드러내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을 느끼고자 했을 때 주님께서는 저를 안아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께 저를 바쳤을 때 주님께서는 주님 자신을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의 교리를 가르칠 때 주님의 지혜를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의 미사를 드릴 때 주님의 생명을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의 성사를 집전할 때 주님의 권능을 주셨습니다.

제가 환자를 방문할 때 주님께서는 기적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제가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주님께서는 제 입을 열어 주님을 찬미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제가 곤경 중에 있을 때 주님께서는 제 편을 들어 주셨습니다.

제가 악에게 시달리고 있을 때 주님께서는 저 대신 싸워 주셨습니다.

제가 분노와 갈등으로 밤을 지새울 때 주님께서는 휴식을 주셨습니다.

제가 혼자 있을 때 주님께서는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제가 고독해 할 때 주님께서는 천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제가 텅 비고 허전해진 가슴으로 먹을 것을 찾아 헤맬 때 주님께서는 말씀으로 배불려 주셨습니다.

제가 목말라 할 때 주님께서는 성체성사로 적셔주셨습니다.

제가 실수했을 때 주님께서는 못 본 체해 주셨습니다.

제가 피곤에 지쳤을 때 주님께서는 저 대신 일 해 주셨습니다.

제가 잘못했을 때 주님께서는 채워 주셨습니다.

제가 유혹 중에 있을 때 주님께서는 안쓰러워 어쩔 줄 모르셨습니다.

제가 유혹에 걸려 넘어졌을 때 주님께서는 다시 일으켜 주셨습니다.

제가 다시 또 범죄하였을 때 주님께서는 저와 함께 아파하셨습니다.

제가 거듭 범죄하여 수치감과 죄책감으로 시달리고 있을 때 주님께서는 저를 불러 주셨습니다.

제가 제 죄의 무게에 짓눌려 절망했을 때 주님께서는 저에게 생기를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 곁을 떠나 도망치고 싶을 때 주님께서는 성령의 힘으로 저를 휘감아 저도 모르는 새에 다시 주님 앞에 앉아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제가 다시 주님 사랑의 빛 안으로 나오도록

저를 용서해주시고

저를 끌어내 주시고

이 모든 일을 저에게 겪도록 하심으로써

저를 거룩하게 만들어 주시고 계십니다.

 

이 모든 제 생애의 순간순간들이 그리고 저의 전 생애의 역사가

주님의 오묘한 섭리 안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주님 앞에 다가와서 청합니다.

주님이 제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와

주님이 저와 함께해주셨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며 청합니다.

말씀으로 저를 일러 주시고

성체성사로 먹여 주시는

주님 앞에 서서 청합니다.

주님, 저를 받아주소서.

저는 주님밖에 매달릴 분이 없어서 주님께 부르짖습니다.

저는 제가 바라는 것을 세상 그 어느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주님께 청합니다.

저는 제가 바라는 것을 주실 수 있는 분이

주님뿐이시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주님께 청합니다.

저는 주님이 하고자만 하시면

저에게 주님을 주실 수 있다는 것을 믿기에 주님께 청합니다.

제가 주님의 일을 할 때 제가 주님의 사랑 안에 있게 되고

그 사랑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살아왔기 때문에 주님께 청합니다.

 

주님 저를 복음의 사도로 써주소서.

제 가슴 속에 꺼지지 않는 불을 지펴 주시어

주님을 사랑하게 해주소서.

언제나 주님께 다가와 주님을 모실 수 있도록

저를 불러주소서.

주님께서는 제 영혼의 주인이십니다.

주님 제게 오셔서 저에게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소서.

아멘.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 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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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3주일 교황주일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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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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