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슬퍼요. 그래서 자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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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요.
여러분들에게 성당은 어떤 곳인가요? 저희 사무원들, 또 사무장님, 관리장님들께 성당은 어떤 의미에선 신앙의 터전이기 이전에 일터입니다.
신자분들 눈에는 그저 편해보이는 자리일지 모르지만, 저희들에겐 나름대로 힘들고, 치열한 여러분들의 일터와 다름없는 똑같은 직장입니다.
어느 본당에 저보다 더 일 잘하고, 착하고, 성실하고, 이쁘고, 나이도 어린 사무원이 2년여 넘게 일해오다 어느날 아침, 갑작스런 해고통지를 받고 그 다음날 아침 인수인계 하고 성당을 나서야 했습니다. 만 하루하고 반나절의 시간에 그 모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해고의 사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인건비가 비싸다? 나이가 너무 많다? 집이 멀다? 일반회사에서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20대 중반인 그 친구 나이가 많다구요? 집이 멀면 본인이 고생이지...
저희 모두 한마음으로 아파하고 있지만, 사실 아무런 도움도 되어주지 못하고,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도 또 이렇게...
저희도 사람입니다. 성당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늘 천사같은 상냥한 모습으로 모든 이들을 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늘 똑같은 Clara입니다. 근데, 저에 대해 들리는 평가(?)는 늘 똑같지만은 않습니다. 저를 칭찬해주시는 분들을 뵈면, 상냥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십니다. 저에 대해 불만을 갖고 계신 분들을 뵈면, 참으로 인내심을 요하게 하시는 그런 분들입니다.
몇 해 전의 일입니다. 저보다도 더 어린 본당청년이었는데, 대화중에, 제가 그런 얘길 했었어요. 친절한 분들께는 잘 대하게 되지만, 함부로하는 신자들에겐 그렇게 잘 할 수가 없다고... 대답은 이랬어요. "그러면 안 되죠. 그럼 뭐 보통사람들이랑 똑같게요?" '넌 어떻게 사니?'하고 묻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성당 직원들은 보통사람이랑 틀려야한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성직자, 수도자도 사람이라고 흔히들 말씀하시죠? 거기에 한 줄 더 보태주셔요. 사무실 직원들도 사람이라고...
너무 길게 나누었습니다. 답답하고, 힘빠지고, 슬픈 마음에...
지금 막 그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괜찮다고, 그리고 언니들한테 너무 고맙다고, 그동안 자기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몰랐다고... 그 친구는 밝게 웃는데, 저는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