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사랑하는 어머니 마리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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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석 [heodang72] 쪽지 캡슐

2002-05-29 ㅣ No.2792

어머니!

 

이렇게 당신을 부름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어머니, 제가 당신을 부를 때면 언제나

"그래, 아들아!" 하시며

저를 당신 품에 꼭 안으십니다.

당신께 먼저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엄마...

 

참 우습죠?

신부가 되고 나서 당신을 부를 때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하는 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무언가 당신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거 같은데

당신 이름을 부르고 나면

오늘처럼 당신 품에 안겨 있으면

저의 언어는 사라지고

따스한 당신 품만 남습니다.

그냥 이 품안에 이렇게 머물고만 싶습니다.

 

어머니, 저는 압니다.

지금도 한 사람의 사제가 하느님께 봉헌될 때마다

당신께서는 다시금 그 예언자의 음성을 들으심을.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한없이 작은 저희 삶으로라도

상처받으신 당신께

작은 위로가 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 세상에서 당신을 닮은 예수님처럼

저희도 당신을 닮게 하소서.

어머니의 순명과

어머니의 겸손과

상처입은 하느님과 인간을 향한

어머니의 그 사랑을

저희도 닮고 싶습니다.

 

어머니,

사실 저는 아직 사제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1년 남짓 사제로 살아오면서

이것, 하나만큼은 당신께 간절히 청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앞으로 사제로 새로이 태어날

그들을 보호해 주소서.

저희가 받은 사제직을 사랑하는 이들은 많고

또 그래서 감사하지만,

때로 정작 함께 할 누군가가 간절할 때

아무도 곁에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어머니,

그때 저희가 서슴없이 당신을 부르며

당신 품안에서 쉴 줄 아는 지혜를 갖게 하소서.

 

그리하여 당신 아들의 십자가 아래서

당신께서 저희 어머니가 되셨듯이

저희도 절망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조용히 고백하게 하소서.

"이 분이 당신 어머니이십니다."

 

어머니, 다시금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어머니 마리아여,

 

사랑해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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