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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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3-01-09 ㅣ No.1135

어떤 젊은 사람이 IMF경제위기때 모든 것을 잃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게 되었답니다. 고생고생하며 쌓은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삶의 의미조차도 잃게 되었습니다. 방황을 계속 하던 그는 이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이젠 견디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고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만이 들었고, 하느님께 대한 원망으로 가득찼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한 친구가 어떤 피정에 초대했습니다. 간곡히 피정에 같이 하기를 바란 그를 내치기 힘들어서 그는 마지막으로 피정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 대한 모든 믿음을 버린 그에게 피정이 어떤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피정에 들어가서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저 멍하니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복음묵상나누기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7단계 묵상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단어를 세번씩 반복해서 말하는 차례가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묵상을 성실히 해서 나름대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찾아 3번씩 천천히 되뇌였지만 그 사람은 마음에 와닿은 구절이 있을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기 차례가 되어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갑자기 생각나는 대로 "그러나"란 단어를 세번 외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그렇게 그러나 란 단어를 외치다가 그는 마음에 무언가 쿵하고 와닿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뭉클하게 마음을 휘어잡는 힘.

 

그안에서 그는 그러나 나는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끝낼수 없다. 그러나 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는 강한 외침을 자기 안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하느님은 포기한 그의 마음에 새로운 시작의 힘을 보내주셨던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의 힘이 그 안에서 살아났던 것입니다.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분들. 그러나 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하느님의 외침을 마음속에서 들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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