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5년 10월호 특집 [묵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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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5-09-26 ㅣ No.32

 

[교황님의 가르침과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추억은 세계 교회 전체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분은 수많은 모범과 말씀으로 신자들을 이끄셨습니다. 그 중에서 묵주기도 안에 ꡐ빛의 신비ꡑ를 추가하신 것은 특히 우리 신자들이 예수님의 일생을 온전히 묵상하도록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결정이었습니다.

ꡐ빛의 신비ꡑ를 추가하기로 결정한 내용이 담긴 문헌인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속에는 놓치기 아까운 가르침이 더 담겨 있습니다. 전 교황님은 오늘날 묵상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많이 일고 있으며, 우리 가톨릭의 전통적 묵상이나 관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신자들이 다른 종교의 기도 형태에 끌리기도 한다는 것을 염려하시면서 묵주기도를 진정한 관상의 길이 되도록 개선하자는 권유를 하십니다(28항 참조).

묵주기도의 방법은 수세기 동안 축적된 경험의 소산이며 무수한 성인들의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교황님은 몇 가지 제안을 새로 하셨습니다. 이러한 제안들은 기존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우선 ꡐ…을 묵상합시다ꡑ 하고 신비를 선포할 때 그리스도 생애의 특별한 사건이나 순간으로 마음이 향하게 되는데, 이때 이냐시오 영신수련의 장면설정(compositio loci)이나 상본을 보며 기도드리는 전통을 살려보자고 하십니다. 예를 들어 환희의 신비 1단 ꡐ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심을 묵상합시다ꡑ 했으면 잠시 침묵하면서 마음속으로 천사 가브리엘의 방문을 받고 함께 말씀을 주고받으시는 성모님을 떠올려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침묵 중에 묵상해야 할 신비에 잠시 집중한 다음 소리기도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31항).

그러고 나서 시작되는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우리가 하느님을 ꡐ아빠, 아버지ꡑ라 부를 수 있도록 하느님과의 내밀한 친교 안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시고자 가르치신 기도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기도 때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임을 느끼며 마음을 담아서 ꡐ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ꡑ라고 기도해야겠습니다.

주님의 기도에 이어서 성모송을 열 번 바치게 됩니다. 성모송의 구조를 살펴보면, 앞부분은 가브리엘 천사의 문안인사인 ꡐ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께서 함께 계십니다ꡑ(루가 1,28) 하는 말씀과 성모님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의 인사인 ꡐ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십니다ꡑ(루가 1,42)라는 말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뒷부분은 우리의 삶과 죽음의 순간을 성모님의 전구에 맡기며 드리는 간절한 호소입니다.


성모송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부분은 어디일까요? 교황님은 바로 전반부와 후반부를 연결하는 ꡐ예수ꡑ님의 이름이라고 가르치십니다(33항).

라틴어 기도문으로 보면 정말 ꡐ예수ꡑ라는 이름이 전체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말 번역문에는 조금 앞으로 당겨져 있지만 그래도 의미상으로는 한가운데입니다.

때때로 급하게 성모송을 외다 보면 예수님의 이름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간과하기가 쉽습니다. 또한 관상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신비에 대해서도 잊기 쉽습니다. 때문에 묵주기도를 잘 바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표지는 예수님의 이름과 그분의 신비에 대한 강조 여하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예수님의 이름 다음에 관상하고 있는 신비의 내용을 덧붙여서 그 이름을 강조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것은 바오로 6세 교황께서도 주목하셨던 바(회칙 「마리아 공경」)이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재차 강조하셨습니다(33항).

우리말로 묵주기도를 할 때 이 같은 교황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 한번 고민해 봅니다. 예를 들어 빛의 신비 1단의 경우, ꡐ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심을 묵상합시다ꡑ 한 다음에 마음속으로 세례성사의 장면을 그려봅니다. -요르단 강에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이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요한은 물을 예수님의 머리 위에 붓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ꡒ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ꡓ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 다음에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성모송을 하는데, ꡐ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세례받으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ꡑ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예수님의 이름에 지금 관상하고 있는 신비의 내용을 덧붙여 보는 것입니다(33항).


20개의 신비를 다 이런 식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환희의 신비 1단은 그대로 ꡐ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하고, 2단 ꡐ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3단 ꡐ세상에 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4단 ꡐ성전에 봉헌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5단 ꡐ성전에 계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빛의 신비 1단 ꡐ세례 받으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2단 ꡐ첫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3단 ꡐ하늘나라 선포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4단 ꡐ거룩하게 변모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5단 ꡐ성체성사 제정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고통의 신비 1단 ꡐ피땀 흘리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2단 ꡐ매 맞으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3단 ꡐ가시관 쓰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4단 ꡐ십자가 지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5단 ꡐ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영광의 신비 1단 ꡐ부활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2단 ꡐ승천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3단 ꡐ성령을 보내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4단 ꡐ성모님을 하늘에 불러올리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5단 ꡐ성모님께 천상모후의 관을 씌우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이상은 묵주기도를 바칠 때 각 단의 신비에 맞게 성모송의 ꡐ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ꡑ 부분을 대치할 문구들입니다. 실제로 ꡐ…을 묵상합시다ꡑ 하고 나서 잠깐 그 장면을 마음속에 그려본 다음에 주님의 기도를 하고, 성모송을 그 신비에 맞게 내용을 덧붙여서 해보니까 ꡐ아, 묵주기도가 이런 거구나!ꡑ 싶어졌습니다. 교황님의 회칙들은 다 어렵고 딱딱한 내용만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ꡐ정말 기도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가르침을 담고 있구나ꡑ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황님은 이렇게 설명을 덧붙이십니다.

ꡒ이러한 관습은 구세주 삶의 여러 순간들을 향하고 있는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신앙을 힘차게 표현합니다. 그것은 신앙의 고백인 동시에 성모송의 반복에 내재된 그리스도의 신비에 동화되는 과정을 촉진함으로써 우리의 묵상을 받쳐주는 도구입니다. 마치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그렇게 하도록 시키신 것처럼, 사람에게 주신 이름 가운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이름인 예수님의 이름을 우리가 성모님의 이름과 함께 되풀이하여 부르는 것은 그리스도의 삶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동화의 여정이 됩니다ꡓ(33항).

영광송은 삼위일체께 드리는 영광으로서 우리의 마음을 하늘로 들어 올리고 타볼 산의 체험을 갖게 하는 길이 됩니다.

묵주기도 끝에 구원송을 해야 되느냐, 하지 말아야 되느냐 하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교황님은 지역의 관습에 따라 다양한 짧은 마침기도가 영광송 다음에 이어진다고 언급하시면서 ꡒ신비의 묵상이 고유한 열매를 맺도록 기도로 마무리한다면 관상이 더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ꡓ(35항)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해도 좋다는 뜻입니다.


묵주기도 성월을 지내면서 ꡒ관상 없는 묵주기도는 영혼 없는 육신과 같다ꡓ(12항)는 교황님의 말씀 속에 담긴 의미를 새기며 우리 자신들의 묵주기도를 돌아보고 새롭게 개선해 나가도록 합시다.

_정태영․멜라니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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