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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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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령 [avis] 쪽지 캡슐

2000-08-29 ㅣ No.1811

이천년 팔월 캠프처음날

 

 며칠전부터 온통 물의 도시로 만들고 있던 어느날 여섯시 성당 마당 성모상에서

 

오십 미터떨어진 곳에서부터 일기는 쓰여진다.

 

 

갖은 몸사림으로 젖은 옷에 힘을 주며 성당마당에 들어선다.

 

우--씨---’

 

캠프 준비도 하나 안된 상태였기에 아무래도 청년캠프를 포기해야 겠다는 마음 팔십프로를

 

안고 성모님에게 고운 인사를 마치자,  저승사자같은 차림의 멀쑥한 남정네가 말을 걸어온다.

 

  "혹시 청년캠프------"

  "? 예 네"

 

우산을 접고 성당 로비에 앉고 보니 내 모습이 추레하다. 서양 카드에서 봄직한 죽음의 신의

 

복장 비슷하게 차려 입고 온 그가 내이름을 물어 온다.

 

  "앗 안 오실줄 알았어요?"

 

얼굴 가득히 번지는 그의 반가움에 차마 ’;저 못갈것 같아요란 말을 삼키어 버린다. 사실

 

같이가자고 약속했던 친구도 있던터라 그 친구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고 빠질 요량이었지만........

 

성당 안에 있기만은 답답할 노릇이다.

 

 워낙 물의 요일을 좋아하는 나로선 한방울이라도 내리는

 

비를 더 바라보아야 겠기에 밖으로 나와 비를 보고 있는데 배가 고파 허기져 죽을 지경에

 

이른다.

 

 ’아 불행해!’

 

 배가 고프면 불행하단 생각이드는 이유는 뭘까?

 

죽음의 사자가 또 끼어든다. 그리곤 믿기지 않을정도로 내 배고픔에 동참해준다.

 

그리고 큼직한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앗뿔사!@ 이런 나의 허기짐을 해결해 준게 아닌가?

 

흠 가야만 하겠군!

 

팔십프로의 마음을 접고 이십프로의 승리로 캠프행 결심!

 

후발대는 모두 몇명이었더라? 음, 죽음의 사자, 나, 그리고 정희, 요상한 아저씨 글구

 

투덜이(나중에합주부 신덕현이란 사람이었음)  털이 무척 많았던 투덜이 친구와 그의 친구

 

한 명 글구 그래 우리에게 접촉의 미학을 가르쳐 주웠던 폭댄스 주동자 예쁜 처자 이렇게

 

후발대가 되어 안젤라 캠프장으로 출발을 한다.

 

정말 물의 요일 답게 ’후두둑 후두둑’ 창밖으로 비추는 물들의 춤이라니

 

 전철을 탄다.

 

요상한 아저씬 정말 요상했다. 신문을 나눠 읽자해도 싫다. 자리에 앉으라 해도 싫다.

 

참 재미있는 아저씨였다.

 

 전철안은 지루했다. 내가 누구이던가 지루를 활기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슬슬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저승사자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쿠웨이트박의 아들과같은 촌스런 이름의소유자였다. 만수)

 

는 내 장난을 심각히 받아들이는 눈치여서 재미가 한개 도 없었다.

 

전철에서 내려 요상한 아저씨의 단독적인 행동으로다 우린 그 아저씨를 찾곤 했지만

 

이상스레 그 아저씨는 우리가 가야할 곳에 먼저 도착해 아무렇지도 않은듯 서 있곤 했다.

 

요상한 아저씨

 

전철에서 내린 우린 버스를 타야만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린 택시를 타고 버스를 타고 배를타고 자가용을 타야만 캠프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투덜거릴 일이었을 테지만, 우린 나름대로 즐겼던 것도 싶다.

 

참 투덜이와 그의 친구들은 자가용을 타고 가는 바람에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생략하기로

 

한다.

 

아무튼 그렇게 도착한 영종도 선착장.

 

 

바다는 낮게 울고 있었다.

 

 ’바다도 울줄 아는 구나

 

파도에 비하면 낮은 여운이었지만 바다는 그렇게 비와 만나고 있었다.

 

밤바다!

 

 얼마나 매력이 있던지.........

 

 낮은 분진 같은 안개 사이로 정말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을 본다.

 

한껏 부풀었던 기분이 참으로 낮게 낮게 가라앉는다.  여름이라 하지만 바다의 바람은 물과

 

만나고 파도와 만나서 그랬던지 무척 추워 있었다.

 

그래도 굳이 바람 가픈 배위로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뭔가 표현 하기 어려운 기분의 입자들이 날 석고 상으로 붙박아 버린다.

 

바다 그곳의 여유로움 끝 자락에 우리 캠프장이 있다고 했다.

 

짧지만 슬프도록 아름다운 밤바다의 운치를 뒤로 하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자가용에 몸을

 

실었다.  잠시 달리고 난 후 안젤라 캠프장에 도착한다.

 

일층엔  캠프의 원할한 진행을 위해 스탭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역시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기셨던 분은 신부님이셨다. 한사람 한사람 악수를 하시는 신부님이

 

왜 그렇게 반갑던지 아니다 반가운 것보다 고단한 빗속의 여정의 설움이었다고 할까? 아냐

 

나름대로 즐기며 왔으니 그것도 아니다.  

 

아무튼 난 악수로만 끝내고 싶지않았기에 아메리카식 인사를 제의 하자 우리의 순진한

 

신부님 어정쩡한 모습으로 우물쭈물

 

그렇게 도착한 우리는 쉴 틈도 밥도 생략한 채 이층 강당으로 향했다.

 

낯설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지라 걱정이 앞섰다.

 

서먹서먹하긴 싫은데’

 

난 일두레로 편성 되었다. 후발대로 같이 떠난 투덜이 스머프도 나와 한조였다.

 

우린 도착하자 마자 흰비옷을 한 장씩 건네 받았다. 그걸 입고 산을 돌아야 한다고 했다.

 

어머나 시상에 이런 날씨 깜깜한 밤엔 도깨비들의 세상이라던데 사뭇 무서운 기분에

 

성호경을 긋는다. 오우 주님 어쩌구저쩌구 결론은 우왕청심환 이었다.

 

비옷은 흰옷과 파랑옷 두 종류였지만 흰옷이 압도적으로 많은 관계로 마당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들은 할로윈유령파티를 방불케 했다. 서로의 모습에 놀라는 우리들 그만큼 그날우리들의

 

상황 언어라는게 추웠지, 비왔지, 칠흑같은어둠있었지, 나무우거져 바닥 질척해 정말

 

최악의 상황의 겹경사쯤이었으니 두말하면 오히려 숨찬 지경이었다.

 

거기다 왜 귀신들은 곳곳에 등장하냔 말이다. 숨어서 놀래키는 스텝진은 정말 미웠다.

 

그런가하면 시상에 어디서 그런 분장을 배워서리 치적치적 비오는 언덕 나무 사이로

 

소복입은 귀신여인네가 앉아 있는데 앞사람의 등 때문에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데 음메

 

무서워서리

 

참 그때 투덜이 스머프가 뒤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아마 노래를 불렀던 것 같은데

 

목소리가좋았던 것 같다.  

 

정말 야간 추적은 앞이 한 개도 안보인다. 앞선 조장의 렌턴 붎빛이 빛의

 

전부엿는데 워낙 캄캄한 지경인지라 그 빛이 맨 뒤에서 두번째인 나까지 오지 못했다.

 

앞 사람이 위험한 곳을 이야기 해주면 그냥 조심스럽게 피해 가야 하는게 전부였다.

 

간혹 스탭진들이 붙여 놓은 가난한 형광불빛 만이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음을 확인할

 

뿐이었다.

 

다리가 예민하기 시작한다. 굵은 나뭇가지에 머리를 찧어도 별로 아프지도 않다.  어떻게

 

그곳을 빠져 나왔는지 나의 기억엔 없다. 한 풀 어려운 언덕을 벗어나니 우리들에게 말씀의

 

사탕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이 계획을 세울지라도 이루시는 분은 야훼이시다.’

 

라는 구절이 내 말씀으로 주어진다.

 

 말씀이 주어진 다음부터는 침묵의 여정이 기다리고있었다.  말씀을 꼭쥐고 묵상을 하며

 

앞사람을 따르는데 평지의 야간추적도 쉬운것은 아니였다.

 

누군가의 밭으로 난 사이길인듯 싶은 그곳은

 

무척 질퍽한 진흙 땅이었다. 앞서 간 조장이 벼 사이로 빠진다.

 

 나역시 양 발이 진흙에 빠져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과수원에 이르러서야 야간 추적의 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두갈래의 길을 만난 우리는 우왕좌왕했다. 우리가  첫 두레이고 보니 우리가 길을

 

개척해 놓아야 할일이다.

 

뒤에선 늦게 출발한 두두레의 말소리가 잡힐듯이 가까워져 있었다. 우리는 빨리 결정을

 

해야했다.  역시 조장이었다. 우리를 잠시 기다리게 한 조장은 분주히 이리저리 길들을

 

가보더니만  형광불빛을 발견하고는

 

 이길이다

 

라고 크게 외쳐 주었다.

 

그 때 난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았다.

 

’함께 가요 우리’란 주제의 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그분의 숨은 뜻 한자락을 읽은 듯

 

싶었다. 어쩜 우린 일박이일동안 하느님과 숨바꼭질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야간 추적은 끝났다.

 

우린 몹시 피곤했지만 다음 프로 그램을 시작할 땐 언제그랬냐는듯이 활기롭게 놀 줄 아는

 

청년들이었다.

 

 다음 프로는 모두 빙둘러 앉은 가운데 게임을 했다.

 

마이크를 들고 다니는 귀여운 형제님의 재롱 이웃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아니요 라고

 

대답해 그럼 누굴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움직이는 청년들 그중에서도 걸린 사람들의

 

벌칙으로 춘 디스코, 삼헹시 짓기 그리고 신부님의 멋진 기타와함께 한 노래는 야간 추적의

 

노곤함을 모두 잊게 해주었다.

 

그리고 폭댄스가 있었다. 남자가 많은 관계로 본의 아니게 남장여자 몇이 탄생되었다.

 

형제들은 폭 댄스 시간을 너무도 즐거워 했다. 자매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무슨 무도회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웃고 떠들었고 그렇게 유쾌했다.  폭댄스는 끝났는데 열화와 같은 성화는

 

이미 늦은 밤을 깨울 정도로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폭댄스가 끝나고는 술파티가 이어졌는데

 

난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쓸 수가 없다.

 

다만 일찍 와서 여자 방이라고 해서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내 옆 좌우에서 형제들의

 

목소리가 들려와 이불을 푹 덮고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간혹 누구냐는 질문엔 의도적인

 

잠자는 척을 하면서

 

  어 분명 여기가 여자 방이라고 들었는데 어쩌지 남자 방 에서 잠을 자버렸으니 큰일이다

 

내일의 걱정에 설풋든 유리잠도 저 멀리 떠나가 버린다

 

 그런데 다행히도 모두 한 방에서 잠을 잤던 터였다.

 

----  감사합니다’

 

잠의 나락으로

 

 

이천년 역시 호랑이 장가가는 날처럼인 우요일 캠프 마지막날

 

아침 일찍 일어난, 난 어제 저녁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술이 덜깨 힘들어 하는 사람들

 

배고파 허기져 하는 사람들. 그래도 우린 미사를 드렸다.

 

아픈 자매가 발생했다. 렌즈를 낀 자매 였는데 급성 결막염이 생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자매엿다.  하늘도 울고 자매도 울고 우린 자매를 병원으로 보내고 미사에 그 자매를 위해

 

기도를 했다.  미사는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신부님 역시 우리와 눈높이를 맞추느라 앉아서

 

미사를 집전하셨다. 평상복에서 미사복을 입으신 신부님의 목선이 아름다웠다.

 

역시 신부님은 미사드릴때가 아름답구나’

 

나름대로 느끼며 미사를 드리는데 미사가 그렇게 달 수가 없었다.

 

포도주를 적신 성체역시 좋았다.

 

 

나중에 남은 성혈을 어떤 형제가 맛있게 원샷을 하곤 기분 좋아 하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던 기억중의 하나다.

 

그렇게 미사를 드린후 늦은 아침을 준비한다.  

 

배고픈 곳에 불평이 가장 많이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어찌 어찌 바쁘고 분주히 두레별로 식사를 하게 된다.

 

우리 일두레 역시 밥을 먹는데 투덜이 스머프는 맨 불평만 한다. 그런 투덜이 스머프를 몇번

 

째려 보다 미워하면 안되겠기에 참기로 한다. 스걱스걱 비벼 먹는 밥맛이라니 훗

 

따봉이었다.

 

배가 부르니 사람들이 하나둘 자유시간을 갖는다.

 

참 그 투덜이 스머프는 설거지를 담당해 제 몫을 다해 주었다. 어느 한 명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던 캠프였다.

 

와 쓸게 넘 많다.

 

 참 단체 사진 촬영도 영화의 한장면 이었는데 간헐적으로 내렸던 비 때문에  

 

우린 큰 비닐로 터널을 만들어 우산을 만들어 써야 했다. 우리 모두가 졸지에 흥부가족이

 

되었던 일, 토마 오빠 신발을 잃어버려 많이 찾았던 일.

 

매너 맨의 핫도그 선물이며, 커피 선물, 또 자투리 시간대의 삼육구 게임 공기게임 와------

 

못가신 청년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가 정말 산더미 같다.

 

나중에 롤링페이퍼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의 이야기들을 정성스레 써주면서 청년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읽을 수있었다

 

 그래 촛불의식도 있었구나.

 

 야간추적 다음에 경건했던 촛불의식! 그 시간에 우린 하느님께 편지를 썼고, 그걸

 

미사시간에 봉헌을 했더랬다.

 

우- 정말 많은 말들이 청년 캠프 속에 숨겨져 있다.

 

다니엘 언니와의 깊은 대화! 잊을 수 없던 우리 어린 조장의 헌신. 그리고 야간추적에

 

뒤에서 잡아 준 투덜이 스머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열악한 환경에 우리에게 은혜의

 

시간을 허락할 수 있도록 기꺼히 자신들을 내어 준 스탭진에게 너무 고마웠고 일박이일을

 

함께 한 모든 청년들. 이름은 모르지만 그 얼굴들 하나 하나가 그렇게 소중하게 마음에

 

스민다.

 

 그리고 ..........하느님!

 

 그분껜 정말 윙크를 보내드리고 싶다.  어떤 언어도 모자라는 분.

 

 

신부님 수고많으셨어요.

 

참,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 너희들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만큼 그 시간 모든것들이 소중한

 

추억이었다.

 

이상으로 아비스의 캠프일기 끄으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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