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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교황으로서의 마지막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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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09 ㅣ No.229

[교황 베네딕토 16세 사임] 교황으로서의 마지막 시간

"이제 순례자로 마지막 여정을 시작합니다"





- 2월 27일 마지막 주례 일반 알현을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도착한 교황이 군중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마지막 일반알현부터 사도좌 공석까지.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서 공적 직무를 수행한 마지막 날들은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극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598년 만에 교황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베네딕토 16세의 마지막 행보는 하나하나가 새로운 역사였다.


○…2월 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교황의 마지막 주례 일반 알현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로 광장은 물론 주변 대로까지 인파로 넘쳐났다. 관계자들은 15만 명은 될 것으로 추정했다. 겨울날씨답지 않게 화창했다.

오전 10시 30분이 조금 넘어 교황이 무개차를 타고 광장에 나타났다. 환호하는 군중에게 화답하며 광장을 한 바퀴 돌아 베드로 대성전 바로 앞 중앙 연단에 오르기까지 30분이 걸렸다.

교황은 "베드로 직무를 맡는 이는 더 이상 어떠한 사적인 일도 없으며, 언제나 모든 이에게, 전체 교회에 속한다"고 말했다. 또 교황직 사퇴가 사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저는 그 십자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 곁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교황직을 사임하지만 교회를 위해 희생하고 섬기는 일은 계속할 것이다.

교황의 연설은 군중의 환호로 여러 차례 중단됐다. 교황의 말이 끝나자 2분 동안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교황은 여러 나라 말로 감사인사를 했다. 그런 다음에 모두 하나가 돼 라틴어로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 2월 28일 오전 바티칸 클레멘스 홀에서 추기경단과 마지막 만남을 갖고 인사하는 교황.


○…2월 28일 오전 바티칸 클레멘스홀. 추기경들이 교황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곳이다. 선종한 교황의 장례식에 앞서 마지막 만남이 이뤄지는 이곳에서, 이날 사임하는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단과 마지막 공적 만남을 가졌다.

베네딕토 16세는 참석 추기경 144명에게 간략한 인사를 통해 후임 교황을 선출하게 될 추기경단의 일치와 화합을 당부하면서 자신도 새 교황에게 무조건적인 존경과 순명을 서약했다.

교황은 또 전날 성 베드로 광장에 15만 명이나 되는 신자들이 함께 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이는 "교회가 성령에 의해 생기를 얻고 참으로 하느님의 힘으로 살아가는 살아 있는 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또 "교회는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은 교회와 인류의 선을 위해 자기를 부정하면서까지 아낌없이 봉사한 교황에게 깊은 감사와 애정을 다시 한 번 표현하기 위해 추기경들이 함께 모였다고 인사했다. 교황은 추기경단의 기립 박수를 받은 뒤 한 사람 한 사람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2월 28일 오후 교황청 근위대를 비롯한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바티칸 교황궁을 떠나는 베네딕토 16세.


○…2월 28일 오후 5시. 2월의 마지막 햇살이 아직도 바티칸 교황궁에 비치고 있을 때 교황은 8년 동안 몸 담았던 교황궁 숙소에서 나왔다. 뜰에는 스위스 근위대가 도열해 있었고, 교황은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과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

헬기가 대기 중인 바티칸 정원을 향해 차가 움직이자 베드로 대성전의 종들이 일제히 울려퍼졌다. 교황이 탄 흰색 헬기는 교황청 상공을 선회한 후 로마 동남쪽 카스텔간돌포로 향했다.



- 2월 28일 저녁, 교황 숙소 문을 닫고 있는 교황청 직원들. 이 문으로는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아무도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다.


○…2월 28일 오후 5시 30분. 카스텔간돌포에서 주세페 베르텔로 추기경과 카스텔간돌포 시장의 영접을 받은 교황은 다시 승용차를 타고 교황 여름 집무실로 사용되는 카스텔간돌포 교황궁에 도착했다. 새 교황이 선출되고 바티칸 정원의 봉쇄수도원 리모델링 공사가 끝날 때까지 베네딕토 16세가 묵게 될 곳이다.



카스텔간돌포 교황궁에 도착한 베네딕토 16세가 2층 발코니에서 군중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교황은 자신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시작하는 순례자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교황궁 앞 광장은 이미 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순례객과 방문객들로 뒤덮여 있었다. 교황은 2층으로 올라가 정문 위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저는 지상의 마지막 무대를 시작하는 순례자일 따름입니다."

"마음을 모아, 제 힘을 다해 교회와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 기도와 묵상으로 일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뒷받쳐주고 성원해 주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 교회와 세상의 선을 위해 함께 나아갑시다. 진심으로 제 축복을 보냅니다."

베네딕토 16세는 마지막 축복을 하고 돌아섰다.

저녁 8시 카스텔간돌포 교황궁의 정문이 닫혔다. 사도좌 공석을 알리는 신호였다. [외신종합ㆍ사진=CNS]

[평화신문, 2013년 3월 10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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