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저는 교회가 구원의 성사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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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 [lalee] 쪽지 캡슐

2008-08-23 ㅣ No.7891

 

그날, 200 여 분의 사제들께서 교구를 넘어서 한 자리에 함께 하셨습니다. 그 분들이 모였던 그 자리는 시청 앞 서울 광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였습니다. 쫒기고, 찢기고, 분노에 얼어 자칫 길을 잃으려 했던 마음의 갈피들이었습니다. 미사성제를 합당하게 드리시고, 하느님의 백성을 파견하시고, 함께 행진을 하시는 그 분들을 통해서 살아계신 하느님께서 역사에 개입하셨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있기를>. 이 것이 저의 신앙입니다.

그 200여 분의 신부님들이 함께 하셨던 그 자리에 단 한분의 주교님도 함께 계시지 않았던 사실에 아쉬워 하면서도, 주교님들께서는 나중에라도 신부님들이 돌아오시면 <몸은 상하지 말라>하시며 보신탕 한 그릇씩 사 주시며 그 분들의 아버지로서의 자애로 토닥여 주실 것을 상상했습니다. 

저는 주교님들께 실망하지 않겠습니다. 상성과 촛불과 관련하여 어느 신부님이 어느 분께 호출을 받았다는 여기저기에서 떠도는 말들은 단지 유언비어일 것이라고 치부하겠으며, 모모한 인사들과 협잡꾼들이 교회의 리더십에 어떻게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교활함에 대해서도, 그건 교회를 모르고 하는 간사한 혀들의 헛소리임이 틀림없으니 그 또한 헛 수작으로 보겠습니다. 그 보다는, 주교님들의 행위에는 그 분들의 개인적인 사제적 고뇌가 깃들어 있을 것을 믿으며, 주교로서 해야 할 바에 대한 나름대로의 지혜로 최선을 다했을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성령께서 그 분들을 통해 교회를 구원의 성사가 되도록 하심을 추호도 흔들림 없이 믿겠습니다.

성령께서 주교님들과 함게 하시는 것과 같이 저 200여 분의 신부님들께도 한치의 다름 없이 함께 하심을 또한 믿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혼란스러워 서로 모순되어 보여도, 그 분은 굽은 자로도 직선을 그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믿겠습니다. 

주교님께서 시간이 없어 아직 신부님께 보신탕 한 그릇 사주지 않으셨다면 다투어 시간을 만들어 주교관으로 오시라 하시고, <몸 상하지 말고 가난한 하느님의 백성을 잘 보살피시게> 하시면, 신부님께서는 넙죽 업드려 맛있게 드신 후 <예수님을 닮은 사제로 살기를 한 순간도 잊지 않겠습니다> 며 주교님께 약속 드리실 것을 상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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