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성요셉 축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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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남 [obbji] 쪽지 캡슐

2003-05-01 ㅣ No.2375

평생을 목수일로 땀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하신 요셉님이 존경스럽게 생각이 듭니다. 또한 각계 각처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능력에 맞게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너무나도 존경스러운 이 아침입니다.

평생 목수의 일을 열심히 하신 성 요셉님! 그 일을 옆에서 묵묵히 내조하신 성모님! 그런 부모님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열심히 도와주시며 사신 예수님!

 

성모님의 달 첫날인 오늘 노동자 성 요셉님 축일에 그분들의 삶이 정말 아름다웠다는 것이 더욱 더 실감이 나네요.....

 

오늘 아침미사 후 오랜만에 근처 공원에 갔습니다. 아파트 뒷 산에는 나뭇잎이 진 녹색으로 변하고, 이름도 모르는 노란 색 꽃들이 뒤덮고 있었습니다. 공원 운동장에는 약 100명이 넘는 분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에어로빅도 하고 걷는 분, 조깅하는 분 모두 건강해 보이고 활력이 넘치는 무리에 저도 끼어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정말 운동한 후의 휴식은 꿀맛 같습니다. 아침을 먹고 차 한잔 마시고 한가한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며칠 전에는 군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말썽꾸러기 삼총사(酒님을 사랑했던)중 한 명이 27년 만에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반가웠습니다. 전화상으로 목소리만 들어도 어릴 적 추억이 살아나듯이 군대에서 같이 희로애락을 같이 했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삼총사 중의 한 명은 어느 시의 시장이 되었다고 하드군요. 서로 만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좀더 뜸을 들이는 것이 더욱 만나는 기다림의 기쁨을 줄 것 같아 한 달쯤 후에 만나기로 했지요. 종종 군대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곤 합니다.

 

그 친구의 전화를 받고는 이런 글이 생각납니다.

 

(1)논어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불역낙호)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하는 구절이 생각나면서 나도 인생을 살면서 그동안 찾아 보지 못했던 친구를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2)윌리엄 워즈워드의 “수선화”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영어선생님이 무조건 시 하나는 원어로 외우라고 강제적으로 요구하셔서 외운 시인데 지금도 가끔 외롭거나 우울할 때 이 시를 암송하면 시인이 말할 대로 내 입가에 미소가 머므는 것을 느낍니다. 호숫가를 따라서 끝없이 무리를 이루어 피어있는 수선화, 그리고 바람결에 살랑거리는 수선화의 모습과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물이 서로 누가 멋인는지 경쟁하는 모습으로 시인 워즈워드의 눈에는 보였고 그것이 가끔 홀로 외롭거나 슬픔에 잠길 때 다정한 친구처럼 찾아와 즐겁게 해준다는 시인의 마음이 정말 부럽습니다. 참고로 수선화 전문을 옮깁니다.

 

Daffodils(水仙花)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Continuous as the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e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 and gazed? 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산골짜기 넘어서 떠도는 구름처럼 지향없이 거닐다 나는 보았네 호수가 나무 아래 미풍에 너울거리는 한 떼의 황금빛 수선화를

 

은하에서 빛나며 반짝거리는 별처럼 물가를 따라 끝없이 줄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 무수한 꽃송이가 흥겹게 고개 설레는 것을.

 

주위의 물결도 춤추었으나 기쁨의 춤은 수선화를 따르지 못했으니! 이렇게 흥겨운 꽃밭을 벗하여 어찌 시인이 흔쾌치 않으랴 나를 지켜보고 또 지켜보았지만 그 정경의 보배로움은 미쳐 몰랐느니.

 

무연히 홀로 생각에 잠겨 내 자리에 누우면 고독의 축복인 속 눈으로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때 내 가슴은 기쁨에 차고 수선화와 더불어 춤추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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