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성당 게시판

살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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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니 [MyloveE.T.] 쪽지 캡슐

2001-01-11 ㅣ No.2624

이번에 병원에 입원해서 코뼈를 잘라내는

수술을 한 후에 실로 별것도 아닌 고통이었지만(다른 분들에 비해),

나는 마취기운이 채빠지지도 않은 상태로 병원침대에

누워(누웠다기보단 놓여졌다..) 눈물을 흘리며

내뱉었다. 죽고 싶다고... 차라리 죽고 싶다고......

잠시 의식을 잃어 잠이 들었구나 할쯤이면

5분도 안 지나 고통으로 다시 깨어나곤 했다...

고통 속에 보낸 그 날 밤..

나는 아직 제대로 보이지도 눈으로 나를 포함해

6명의 환자가 있는 병실을 둘러봤다(눈알이 힘없이 굴렀다).

창가에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새벽 두세시는 되었을텐데 그 분은 호흡기에

의지해서 숨을 쉬다가 갑자기 일어나 옆에 있는 컵에

약간의 피가 섞인 가래를 뱉고 다시 누워(쓰러져) 있다가

다시 일어나 또다시 뱉고 하기를 반복했다..

나같이 별것도 아닌 고통으로도 죽음이 유혹으로 다가오는데...

저 할아버지는 도대체 왜 살고 계신 걸까? (정말 무서운 생각이었다...)

다음 날, 악몽과도 같은 통증은 이미 사라졌고 나는

나의 의지로(눈알이 절로 굴러서가 아니라) 병실을 둘러봤다.

그 할아버지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동작을 반복하고 계셨고,

그옆엔 딸이나 손녀로 보이는 어떤 분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나는 드디어 알았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그 분이 사는 이유를...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엄마가 있었다..

얼핏 보기엔 피곤해 보이시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했지만,

나의 시력은 아직 회복이 덜 되어 확인할 길이 없었다...

나는 애써 웃으며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입을 움직여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사랑해...

..

나는 그 후 몇차례의 극심한 고통을 더 겪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죽고 싶다는 말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옆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기에

비록 옆에 안 계셨더라도

나는 고통을 이겨냈을것이다...

살아가는 이유...

그것은 내곁에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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