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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전쟁’ ‘한자루 권총’… RO, 北선전선동 그대로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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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2-24 ㅣ No.10099

공안당국, 법원에 증거자료 제시

 
공안당국은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및 RO(혁명조직) 조직원들이 2013년 5월 10일과 12일 회합에서 북한의 노선과 선전선동 내용을 거의 그대로 표출했다는 내용의 분석 자료를 최근 법원에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본보가 입수한 A4용지 11쪽 분량의 ‘RO 녹취록 내용과 북한 주장과의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RO 조직원들은 연설 및 토론 과정에서 북한 용어집, 노동신문, 김일성·김정일 연설문 등에서 강조되는 핵심 내용이나 주장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사 정도만 바꿔 차용했다. 해당 자료는 북한 전문가들이 RO 녹취록 내용과 북한 노동신문 및 북한 서적 등의 내용을 비교 분석한 것이고 공안당국은 이달 17일 법원에 이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공안당국은 이 자료에서 △정의의 전쟁 △미국에 대한 관점 및 반미대결전 선동 △북한의 광명성3호·제3차 핵실험 찬양 △정세인식: 정전협정 무효화 △전쟁과 평화 △자주민주통일 선전 △한 자루 권총사상 선전 △조국통일대전 승리 선동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구호 등 9개 항목에 걸쳐 RO 조직원들의 발언이 북한의 선전선동과 일치함을 제시했다.

공안당국은 RO 조직원들이 북한이 주장하는 ‘정의의 전쟁론’을 수용해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석기 의원은 5월 10일 회합에서 “전쟁에는 두 가지 전쟁이 있다. 정의의 전쟁이 있고 불의의 전쟁이 있고, 혁명의 전쟁이 있고 단위의 전쟁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안당국은 이 부분이 ‘김일성 저작집’ 제7권에서 “전쟁에는 정의의 전쟁과 부정의의 전쟁, 선진계급들의 전쟁과 반동계급들의 전쟁, 계급적 민족적 억압에서 해방을 가져오기 위한 전쟁과 이 억압을 공고화하기 위한 전쟁이 있다”고 적시한 것과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안당국은 RO와 북한의 평화에 대한 인식도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김정일은 1997년 8월 연설과 1995년 저서에서 “침략과 전쟁책동을 반대하는 투쟁을 떠나서는 평화를 보장할 수 없으며 평화통일에 대하여 생각할 수 없다”며 “평화는 오직 반제반미투쟁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른바 ‘전쟁 준비→반제반미투쟁→한반도 평화’ 논리다. 공안당국은 이석기 의원이 5월 12일 회합에서 “평화로 가기 전에 전쟁이 있다. (중략) 오늘 강의의 핵심 주제는 평화에 대한 무기를 정치, 군사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 북한의 주장과 거의 같다고 설명했다.

또 공안당국은 RO가 강조하는 자주, 민주, 통일이 실상은 북한의 대남투쟁 3대 과제인 자주(반미자주화), 민주(반파쇼민주화), 통일(연방제 조국통일투쟁)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 자루 권총’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등 선군사상의 핵심 단어와 북한식 구호를 그대로 차용한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석기 의원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자루 권총이란 사상이다”라고 한 부분과 2007년 ‘선군과 민족의 운명’이란 책 내용이 유사하다는 점을 꼽았다. 공안당국은 “북한이 선군사상의 시원(始原)으로 내세우는 일화가 바로 김일성이 아버지인 김형직에게 받은 권총을 김정일에게 주었다는 사실”이라며 “이 의원이 북한의 선군사상을 수용해 선군사상으로 무장할 것을 선전선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당 자료에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논의 이전에 모든 것을 어떻게든 북한과 연계해 정치재판, 여론재판을 하려는 마녀사냥이 2013년에도 재연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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