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13년 10월 세나뚜스 지도신부님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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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뚜스 [senatushp] 쪽지 캡슐

2013-12-30 ㅣ No.200

위령성월

손희송 베네딕토 지도신부님

 

일교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건강을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에 맞는 것이고 건강해야 교회를 위한 봉사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하면서 본인들의 건강을 잘 챙기면 좋겠습니다.

보고를 들을 때마다 단골처럼 나오는 것이 단원들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청년단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노령화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통계 숫자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미 신자수의 증가율이 줄어들고 둔화되는 추세인데, 그 추세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현상을 그대로 놔두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에 너무 연연해서 그것이 마치 내 탓 인양 하지 말자는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단원들을 많이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같이 잘 안 될 때에는 걱정을 하지만 거기에 몰입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원수를 늘이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기존 단원들을 좀더 레지오 단원답게 레지오 정신이 충만하도록, 즉 영토를 넓히지 못한다면 깊이를 깊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을 전환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각 지역마다 평의회별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잘 생각하고 중지를 모으고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할 것입니다.

청년 문제 역시 미사 참석률이 떨어지고 신앙으로부터 멀어져 간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청년들이 사회생활, 직장생활, 학교생활을 하는데 너무 힘들기 때문에 영적인 차원에서 뭔가 채우고자 하는 갈증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교회 차원에서 그들에게 맞는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반성하고 그들에게 영적 갈등을 채워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레지오는 레지오 나름대로 본당에서는 본당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레지오는 성모님의 정신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단체인데 과연 젊은이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방법상의 문제는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청년들을 일꾼으로만 생각한 것은 아닌지요? 과거에는 그런 것이 통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청년들이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이제는 본당에서 그들이 신앙을 배우고 익히고 신앙의 기쁨, 보람을 느끼도록 해주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이 교회의 미래인데 그들이 교회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은 정말 문제입니다. 그들이 교회 안에서 신앙을 전수받고 신앙이 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주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11월, 위령성월을 맞이합니다.

무성하던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그런 계절인데 이런 계절에 우리 인생의 마지막인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계절과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교회는 11월을 위령성월로 정해서 우리보다 앞서 가신 분들의 영혼의 안식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눈에 보이는 교회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 즉 연옥이나 천국의 영혼도 다 포함하는 것이 교회입니다.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까지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는 것에만 연연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차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상을 너무 아등바등 살아가는데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연옥 영혼을 위해서도 기도하지만 한편으로 천상 영혼들의 전구에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도 기억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천상 영혼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상살이에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지만 천상에 계신 그분들이 지상에서 아직 순례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 곁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준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정신적 위로가 될 것입니다. 동시에 신앙의 선조들 덕에 우리가 신앙생활을 편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신앙 때문에 옥에 갇히거나 목숨을 바쳤고, 신앙생활에 모범을 보이셨기 때문에 우리가 그분들의 모범을 따라 안전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위령성월을 보내면서 우리의 죽음도 마지막도 함께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삽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는데 그 엄연한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생각이 나더라도 괴로우니까 떨쳐버리려고 합니다. “우리는 죽음을 잊고 살지만, 죽음은 우리를 잊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라도 11월 한 달을 우리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체가 달가운 것은 아니지만 내가 죽을 것을 생각하고 죽은 다음에 하느님 앞에 가서 심판받고 그 결과에 따라서 천당 또는 연옥으로 가고, 정말 잘못했을 때는 지옥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사말교리인데 그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좀 더 진지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죽을 목숨인데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말도 막하고, 행동도 잘못하고, 남을 미워하면서 살아갑니다. 우리의 인생은 한정되어 있어 결국 죽을 것이고 하느님 앞에 가서 우리가 세상에서 산 것에 대한 셈을 바칠 것을 생각한다면 말과 행동과 생각까지도 조심하게 되고 허투루 하지 않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령성월을 잘 보내는 것은 우리에게 쓴 보약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애써 죽음을 잊고 편하게 쾌락을 누리면서 살려고만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면서 우리 자신이 부끄럼 없는 아니 덜 부끄러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가꾸어 나가야 하고,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앞장 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성모님은 무엇보다 하느님의 뜻을 앞세워 사신 분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의 뜻을 앞세워서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하느님 뜻 안에는 우리가 죽을 존재이고 죽은 다음에는 하느님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위령성월 잘 지냈으면 좋겠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우리 신자들의 죽음관이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사말교리 즉 죽음, 심판, 천당, 지옥에 대한 확고한 의식이 있었는데 지금 사람들은 그 의식이 많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사말교리를 신자들이 머리에 잘 간직해서 그것을 삶의 지침으로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이 아쉽습니다. 주교회의에서 2년 간 작업해서 사말교리에 대한 소책자를 발간했습니다. 교육적 차원에서 여러분이 읽고 주위에 소개해서 위령성월을 맞아 죽음에 대한 묵상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위령성월 잘 보내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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