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세례자 요한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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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1-02 ㅣ No.1429

 

 

2002,1,3 주님 공현 전 목요일 복음 묵상

 

 

요한 1,29-34 (하느님의 어린 양)

 

이튿날 요한은 자기 쪽으로 오시는 예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보라, 세상에 죄를 치워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나는 이분을 두고 ’내 뒤에 한 분이 오시는데 그분이 나보다 앞서게 되셨으니, 이는 그분이 나보다 먼저 계셨기 때문이다’ 하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도 그분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이스라엘에게 드러나서 알려지도록, 바로 그 때문에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이어서 요한은 이렇게 증언하였다. "영이 하늘로부터 비둘기처럼 내려와 그분 위에 머무는 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나는 그분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베풀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이 나에게 말씀하시기를 ’영이 어떤 분 위로 내려와 그 위에 머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그분이 곧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시는 분이시다’ 하셨습니다. 과연 나는 보았고 그래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다’하고 증언하였습니다."

 

 

<묵상>

 

세례자 요한의 증언에서 단 한마디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청중을 압도할만한 특별한 힘을 느낍니다. 이 힘은 세례자 요한의 체험에서 기인합니다. 자신을 따르려는 이들에게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뒤에 오신 분을 따르라는 것이 인간적으로는 쉽지 않았을텐데, 세례자 요한에게는 어떠한 인간적인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믿음이 진리로 드러났을 때의 기쁨, 자신의 발언이 정당하게 판명되었을 때의 당당함만이 넘쳐날 뿐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삶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분명 예수님과의 만남이었을 것입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로서 자신의 온 삶을 걸었던 유일한 희망이 현실화되는 사건이 바로 예수님과의 만남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으로는 비참하게 최후를 맞은 세례자 요한이지만, 삶의 유일한 희망이 실현되는 것을 생전에 목격할 수 있었기에 세상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도 미처 몰랐던 것을 주님께서 알려주셨기에, 세례자 요한은 어느 누구보다 주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자신을 맡겼기에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었던 세례자 요한은 어느 누구보다도 믿음의 사람, 주님을 사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을 알아본 후에 자신이 목격한 것을 주저없이 선포하였던 세례자 요한은 어두움에 휩싸여 길을 잃고 헤매던 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의 자리에 나를 놓습니다.

 

인간적으로 끌리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에 믿지 않는 이들의 눈에는 안쓰럽게 아니 불행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유일한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함께 하기에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과연 매 순간 이 행복에 감사드리며 살고 있는지, 아니 그 전에 진정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유일한 희망으로 매일 고백하고 있는지... 순간 순간 잊고 살기에 부끄럽습니다.

 

내가 주님을 찾기 전에 주님께서 나를 부르셨기에 나는 주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사랑에 얼마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있는지, 주님의 부르심이 있기 전에 내가 주님을 선택한 것이라는 교만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는지... 절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음에 부끄럽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지금까지 왔기에 나는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과연 나의 응답이 참으로 순수한 것이었는지... 때때로 인간적인 욕망과 권위 의식, 타인에 대한 의식 등이 나의 응답을 더럽혔기에 부끄럽습니다.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려 했고, 이 땅의 복음화, 민주와 정의를 위해 나름대로 일해 왔기에 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과연 조건 없이, 불이익과 수모를 감내하면서도 두려움 없이 사랑을 실천했는지... 때때로 육신의 고통이 두려워 입을 막고 눈을 가렸고, 나의 안락함을 위해 이웃을 향한 시선을 거두었기에 부끄럽습니다.

 

그렇지만 이 부끄럼움이 내게는 또다시 일어설 힘이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실 것을 믿습니다. 주님께서는 나약한 나를 끊임없이 다시 세워주실 것을 믿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나를 일깨우기 위하여 세례자 요한을 파견한 것처럼, 내일 내가 주저앉으려 할 때 또 누군가를 내게 보내주실 것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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