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얼큰이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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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2-03-21 ㅣ No.8978

 

 

 

얼굴이 커서 고민인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정확히 재어 보면 다른 사람보다 한 배 반이나

얼굴이 컸습니다. 취직은 물론 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모자도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성형 외과에도 가 보았습니다만 의사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병원 문을 나서는 그의 뒤통수로

"원, 좀 커야지......기형이야......기형!"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친구들은 그에게 얼굴 큰 것이

무슨 죄냐며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건 위로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대보며

’네 얼굴이 뭐가 크냐?’ 하며 하나도 큰 얼굴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정확히 재서 딱 한 배 반 큰 얼굴이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대보며 ’네 얼굴이 뭐가 크냐?’ 하며 하나도 큰 얼굴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정확히 재서 딱 한 배 반 큰

얼굴이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죽기로 마음먹은 그는 절벽 꼭대기에 있는 자살 바위

위로 올라갔습니다. 죽기로 결정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런데 자살 바위에 오르는 길목에

도사 같은 사람이 하나 앉아 있었습니다.

 

점쟁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그는 마지막으로

유언이나 남길까 하여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고민 상담’이라는 글씨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산에 들어가 삼십 년 간 도를 닦고 나왔다는 도사는

그에게 세상의 어떤 고민이라도 다 들어줄 수 있으니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는 도사를 힐끗 보더니 말했습니다.

 

"보면 모르시오? 얼굴이 남들보다 한 배 반이나 더 크단 말이오."

도사는 말했습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고민을 하십니까?

걱정 마십시오." 말을 마친 도사는 무슨 이상한 주문 같은 것을

중얼중얼 외더니 잠시 후 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 고민은 해결되었으니 걱정 말고 돌아가시오."

그는 긴가민가하여 자기 얼굴을 만져 보았습니다.

별로 작아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주머니에게 줄자를 꺼냈습니다. 자로 재어 본 그의 얼굴은

어제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별 미친 도사를 다 보겠군!" 그는 죽는 마당에 별 재수없는

일도 다 생기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자살 바위로 올라갔습니다.

 

절벽 저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 니들끼리 잘 살아 봐라!" 원망의 말을 되뇌이며

그는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뛰어내리는 그의 시야로

사람들이 놀라며 그를 쳐다보는 것 같은 표정이 들어왔습니다.

언뜻 스쳐가는 기분에 그 사람들의 얼굴이 어제보다

훨씬 더 커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 순간,

그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끔찍한 자살 현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쯧 쯧." 사람들은 혀를 차며 한마디씩 했습니다.

 "아까운 젊은이가 또 죽었구먼......"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했습니다. "자살 이유가 뭐였을까요?"

 옆에 있던 사람이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뻔하지 뭐, 얼굴이 너무 작아서 고민이 되었겠지 뭐......"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말했습니다.

 

"얼굴이 너무 작다고 자살할 건 또 뭐람.

그 정도면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을 텐데......"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하나 둘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도사는 얼큰이의 소원을 풀어 주기 위하여

얼큰이를 제외한 세상 사람들의 얼굴이 두 배로 크게 해

놓았습니다. 도사가 주문을 외는 순간, 그의 얼굴이 세상에서

제일 작아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얼큰이는

자살 바위 위에서 그대로 뛰어내렸던 것입니다.

 

                                

남들보다 얼굴이 더 크다는 이유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은 언젠가는 다른 이유를 대서라도 절벽에서

뛰어내릴 것입니다. 부정적인 것만 보는 사람의 눈에는

부정적인 것만 보이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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