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사랑하는 오빠와 잠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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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진 [sojin] 쪽지 캡슐

1999-11-24 ㅣ No.786

할아버지

어제 처음으로 군부대 안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춘천 102 보충대...

어제 저의 하나뿐인 오빠가 군입대를 했습니다.

오빠가 이젠 한참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는 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냥 친구들하고 노느라고 하루 집에 안들어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근데 오빠가 .. 정말 낯선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생활, 혼자서 외롭고 긴 시간을 보낼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또 집에서 저의 마음에서 오빠가 차지했던 큰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오빠의 자리가 너무 커서 저는 지금 ’오빠는 내일이나 모레 집에 올꺼야.’ 아니면 오빠가 자취했던 때를 생각하며 ’일주일 있다가 올텐데.’라고 애써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오빠는 자기의 빈 자리는 주님께서 채워 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진짜로진짜로 오빠의 빈자리를 주님께서 채워 주시겠죠?

춘천까지 가는 길에 엄마는 묵주 기도를 하셨습니다. 오빠가 새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같이 입대하는 이들, 오빠가 만나게 될 상사들... 그 중에서도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 , 할머니와 자란 아이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이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오빠가 군에 있는 동안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는 것 같아 슬펐습니다. 그러나 오빠에게 보낼 수 있는 기도라는 큰 선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할아버지 . 사랑하는 오빠... 안종철 세자 요한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누구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주님의 뜻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던 오빠에게 기도 처럼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오빠가 어디로 배치 받는지는 금요일이면 알 수 있답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ps.오빠 생일이 내일, 그러니까 11월 25일 이랍니다. 오빠가 이 세상에 난 것을 축하해 주세요.

 

’99.11.24        안소진 율리안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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