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가톨릭 성가 103번: 오늘 아기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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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18 ㅣ No.2424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103번 “오늘 아기 예수”

 

 

찬미 예수님!

 

이달에는 성탄 시기를 맞아 가톨릭 성가 103번 <오늘 아기 예수>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이 곡은 성탄을 기뻐하며 찬양하는 노래입니다. 1절 ‘어서 빨리 가서 흠숭할 지어다.’와 2절 ‘찬양하는 노래 천지를 울리네.’ 그리고 후렴 ‘기뻐할 지어다.’, ‘찬송할 지어다.’라는 가사들에 성탄을 기뻐하는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성탄의 황홀한 기쁨에 가득 차 감사와 찬미가 저절로 우러나오는 감정이 극단적이라고 할 정도로 강하게 드러납니다. 이 곡을 부를 때는 이러한 감정에 도취되어 가사에 공감하며 기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것은 이 기쁨의 내용 중 한 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어 직접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완전한 기쁨이자 신비이지만, 특별히 ‘구유’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구유는 말 밥그릇입니다. 아무리 아름답게 치장하려 해 봤자 근본적으로 더럽고 냄새나는 물건입니다. 그 어떤 어머니도 마구간의 말 밥그릇에 자기 아이를 눕히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왜 당신이 태어나실 곳을 이런 더럽고 보잘 것 없는 곳으로 정하셨을까요? 신(神)은 ‘전지’, 즉 모든 것을 알고, ‘전능’, 바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완벽하게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당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것이고, 당연히 가장 완전한 선택만을 합니다. 결국 구유에서의 탄생은 의지적으로 선택한 최선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전해 주시려는 메시지가 될 것이고요.

 

하느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태어나심으로써, 그 가장 낮은 자리가 가장 높은 자리라는 것을 당신의 삶으로 몸소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가 그 자리에 가시어 이제는 그 자리가 가장 고귀한 자리가 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된 이들, 바로 그들이 결코 낮은 자리에 있지 않음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 세상의 왕들은 가장 화려한 곳에 가려 하지만, 왕들의 왕이신 주님께서는 다른 선택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

 

사실 성당에 있으면서 아름답게만 꾸며진 구유를 볼 때, 가끔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라면 한번쯤은 정말 냄새나고 더러운 구유를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신은 가장 낮은 곳을 택했는데, 인간이 애써 이를 외면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직접 마구간에서 예수님을 낳으신 성모님께서는 그 유명한 ‘마리아의 노래’로 주님을 이렇게 찬양하셨습니다. “권세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를 끌어올리셨도다.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주시고, 부요한 자를 빈손으로 보내셨도다.”(루카 1,52-53 참조)

 

이번 성탄 시기에는 구유 앞에서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기보다는 가장 낮은 자로 오신 주님의 깊은 뜻을 묵상하고 찬양했으면 합니다. “천사들의 무리 구유 곁에 서서 찬양하는 노래 천지를 울리네.”

 

[길잡이, 2017년 1월호, 송재영 야고보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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