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7월 16일(금)-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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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7-19 ㅣ No.127

7월 16일(금)

 

  언덕 공사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모든 차량들과 보행이 15:00부터 내일 08:00까지 금지된다.

  한창 공사가 진행되어가는 17:00정도에 한겨레 신문사 기자 50여명이 마포에서 시위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거쳐 이곳으로 집결해 마무리집회를 가지려고 모여든다. 그러나 어떠한 통보도 연락도 받은바가 없어 순간 당황하였다. 인원은 50여명 정도이지만 모든 통행을 차단하고 공사중인데 어쩌라는 것인가?

  신문사 기자단 대표는 뒷길 계단을 통해 성당마당으로 올라가라고 소리친다.

뭐하러 성당으로 올라가느냐고 묻자, 누군데 그러냐는 것이다. 여기 관리책임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한번 흘낏 보고는 성당으로 올라가라고 또 소리친다.

어떻게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고 고리쳤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당신들의 문제를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이 상황에서 성당에 올라가 누구를 대상으로 당신들의

주장을 외치려고 하느냐? 전면 통제가 되어 위에는 사람들이 없다고 말하자, 인상을 쓴다.

그리고는 막무가내로 올라가려한다. 무슨짓이냐며 강력히 항의하자 그때서야 주츰한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하려면 요 앞 YWCA앞에서 정리집회를 해야지 성당경내로 들어가

집회를 가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따지자 물러난다. 물러나면서도 성당마당의 천막은

뭐냐고 묻는다. 저 사람들은 그만한 사정이 있어서 성당마당에 있으며 구호나 집회는 따로

밖으로 나가 외치고 있다고 대답했다.

  요즘은 무작정 성당의 경내고 뭐고 민주화의 성지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명동성당은 한국천주교회의 초석이자 신앙의 성지가

우선임을 감안해 주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고 무작정 민주화의 성지만을 운운

한다면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는 모습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민주화의 성지라고 외치며 이곳으로 온다고 한다면 개별적 삶의 문제 특히 노조활동이나

경제적 문제로 인한 모든 문제들은 이곳에서 외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 본다.

더구나 경제원리는 종교적 원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주된 시위와 농성이 이렇듯 70년대, 80년대와는 근본적으로 그 이슈가 다르며, 또한 국민의 모두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시위와 농성의 장도 달라져야 한다. 각각의

사안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장소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7월 17일(토)

 

  언덕공사가 마무리 되고(하자보수공사만을 빼면) 08:00부터 전면 개통되었다.

언덕공사가 끝나고 개통되면서 첫 시위는 범민련의 시위였다.

15:00쯤 300여명의 범민련 소속 사람들이 "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전원 석방"을 외치며 집회를

갖고 16:00쯤 이를 관철하기 위한 국토순례단 발대식을 끝으로 순례를 시작하려고 출발했다.

  범민련의 발대식 때문인지, 학생들의 방학때문인지 전대기련 농성단의 인원이 급격히

늘면서 성당은 캠프장을 연상시킨다. 마치 학생들이 이곳에서 M.T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7월 18일(주일)

 

  22:30쯤 전대기련 학생들이 이곳저곳에서 노래도 부르고 떠들석 하다.

도데체 이곳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경내에서 뭐하는 짓들이야고

야단을 치자 슬그머니 천막으로 들어간다. 이제 충분히 논의할 시간도 주었으니 내일 철수하라고 했는데 과연 그 말을 들을까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이제 천막도 돌려 받아야

한다. 성당의 여름행사에 그 천막이 쓰여지기 때문이다. 늦어도 20일 에바다가 철수할 때

천막도 함께 걷어야 한다. 내일 천막의 대표들에게 이를 설명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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