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아름다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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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주 [joeunyegam] 쪽지 캡슐

2000-08-02 ㅣ No.4265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그 여자는 겨우 집안 일에서 놓여난

홀가분한 마음으로 커피를 한 잔 끓여서 소파에 앉았습니다.

 

비오는 오후에 집 안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주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자유이자 사치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여자가 커피잔을 입에 대기도 전에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잠시도 한가할 틈을 주지 않는 전화기가 미웠지만

그여자는 수화기를 들었지요.

 

전화는 아들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걸려 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첫마디가

 

 "놀라지 마시고 제 말을 들으십시오"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바람에 그 여자는 오히려 더 놀랐습니다.

 

 "현우 어머님, 놀라지 마시고 제 말 들으십시오. 현우가 좀 다쳣습니다.

  현우 책상 앞에서 현우의 친구가 그냥 장난을 치다가 서로 세게

  부딪혔는데요. 현우안경이 부러졌고 렌즈 때문에 콧등에 피가 좀

  났습니다. 꿰매거나 해야하는 건 아니구요."

 

그여자는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건되질 않았지만. 그래도 많이 다친 것이

아니라서 마음이 조금은 놓였습니다. 혹시 눈을 다쳤으면 어쩌나 하던

조바심이 사라지자 그여자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선생님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용건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 현우 어머님, 드릴 말씀이 더 있습니다. 현우의 안경을 깨뜨리게 한

   친구가 많이 울고 있습니다. 처음엔 현우가 많이 다쳤을까뵈 울었고,

   지금은 현우 안경이 깨어진 것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

   아마도 집안 사정 때문에 걱정이 되어 우는 것 같습니다.

   현우 어머님. 그안경을 구입하는데 얼마나 들었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현우의 안경을 보상받아야 하시겠으면 제게 전화를 다시 주십시오.

   사실 저 아이의 집은 아주 가난하기 때문에 보상해드릴 형편이 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아이가 많이 뉘우치고 있고, 그 부모님께는

   말씀드려도 걱정만 될 거 같아서 제가 해걸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보상해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학부모 입장에서   

   이야기를선뜻 꺼내시기 어렵다는 건 압니다. 제 말씀은 결코 보상을  

   바라지 말라는뜻이 아닙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저 아이의 집에는 알리지   

   않고 제가 해결해 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여자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만 있었습니다. 이제 교직에 몸 담은지

두 해째인 아이의 담임 선생님. 나이로 치자면 한참 어린 그 선생님의  

착하고 깊은 마음이 그만 그 여자를 울먹이게 만들었습니다.

 

그 여자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한 목소리로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아이들끼리 놀다가 그런 것을 가지고 어찌 책임을 묻겠습니까.

  장난을 치다가 그런 것을 두고보상하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당치도

  않습니다, 선생님이 아닌 현우 친구의 부모님이 전화를 하셨어도

  보상을 바란다는 건 도리가 아니지요. 그리고  현우의 안경은 어차피

  도수가 안 맞아서 다시 해주려던 참이었습니다. 선생님 배려가 너무

  깊어서 제가 다 목이 메이는군요. 선생님게 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봇한지 모르겠습니다."

 

그 여자는 전화를 끊고 하늘을 보았습니다. 비를 쏟아붓던 하늘이 맑게

개어오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학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선생님의 배려.

    그런 배려만큼 사람들이 서로를 위하면서 산다면 어떤 구름인들

    걷히지 않겠는가’

 

하고 그여자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제가 선생님이 되었다면..

 

지금 내모습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나 뭔가를 바라지는 않을까..

 

교사라는 신분을 이용? 해서 아이들을 학대???

 

하지는 않을까..

 

음...

 

교육이라는 것은 힘든건가 봅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의 모습이 저러하여도..

 

그들을 따르는 제자들...

 

그 제자들의 부모들 또한...

 

공동의 의무가 있지 않을까합니다..

 

모두가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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