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대학입시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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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화 [lanselmo] 쪽지 캡슐

1999-11-19 ㅣ No.1585

+ 그리스도 우리의 스승

 

  대학입시가 차가운 날씨를 비웃기라도 하듯

  뜨거운 열기 속에 끝났습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오래 갈 듯 합니다.

  벌써 듣기 평가 재시험과 관련하여

  많은 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대학입시가 시작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증가하겠지요...

 

  어제 하루 종일 대입 수험생들의 부모님들과 함께 하면서

  자녀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부모님들의 이런 모습을

  함부로 ’기복신앙이다. 집착이다’ 라고 말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제 피정을 시작하면서 부모님들께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자녀가 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만났을때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부모님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 주시겠습니까?’

 

  그 답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제 욕심은 아이들에게 시험결과에 관계없이

  ’나는 너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용기를 잃지 마라..

   그 동안 수고했지.. 엄마는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취지의

  사랑과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말들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밤 뉴스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대입시험 결과에 대한 비관으로 고귀한 한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방영되었습니다.

 

  ’생명은 그렇게 하챦은 것이 아니라고..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마음으로 왜 다시 시작하지 못하느냐고..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스스로의 목숨을 끊기전에 그 아이가 느꼈을 고통을 생각하면

   먼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오늘 SBS 8시 뉴스에서는

   성적비관으로 자살한 학생에 대한 보도와 함께

   과감히 대학을 포기하고 ’애견 미용’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마치 성적 비관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에게만

   전적으로 그 책임을 지우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과연 그 아이에게 대학이 성적이 인생의 전부라고

   가슴깊이 심어주었던 주체는 누구인지?

   과연 우리 나라의 많은 교육 문제는 누가 풀어나가야 하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을 써내려 가면서

   ’청소년 담당’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사제로서

   아이들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는

   저 자신의 무능에 대하여 화가 납니다.

 

   정말로 아이들에게

   ’ 너희들의 인생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너희들은 사랑받기에 충분한 아이들이라고

     꿈과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삶을 살자고

     나 뿐만 아니라 우리도 소중한 것이라고

     나와 다른 사람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

   깊이 심어줄 수 있는 사제로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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