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주님께서 주신 권위로 어린 양들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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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영소 [eys] 쪽지 캡슐

2005-12-20 ㅣ No.2663

저는 현재 사립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이며 가톨릭 신자로서 2001년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사립학교의 비리 시정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 왔으나 금년 2005.2월부터 현재까지 재단의 보복 징계로 인해 10개월째 직위해제된 상태에서 경제적, 정신적 피해와 고통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런 개인적 사정을 말씀드리는 것은 누구로부터 동정과 위로를 받기 위함이 아니라 지난 12월9일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이 개정되기까지 종교계가 앞장서 이를 반대해 왔고 개정된 이후 현재에도 여전히 이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성직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슬픔과 분노를 금할 수 없어 몇자 적어봅니다.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은 사학의 회계부정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물론 건전하게 운영되는 사학도 없지 않지만 많은 경우에 있서 우리나라 사학은 교육이라는 공공성보다는 안정된 재산 축적의 상업적 목적에서 출발한 자들이 많기에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논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사립학교에서 발생되는 각종 회계비리와 비민주적 학교운영에 따른 피해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강요해 왔고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불신과 부정을 심어주었던 것입니다. 또한 사립학교 특성상 신분상 위협을 받는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도덕성보다는 각종 회계부정의 도구로 전락하여 정신적 고통과 자괴감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만 했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당한 교육 수혜의 혜택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강압적이고도 비민주적 각종 강요 행위에 속수무책으로 희생되어 왔습니다. 이는 사립학교를 경험한 우리나라 많은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도 사립학교법을 기회로 종교일치운동이라도 하듯이 종교계가 한목소리를 내며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가톨릭 일부 교도권에 있는 분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해 사학재단의 건학이념을 훼손하고 건전한 사학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문제가 되고 있는 사학재단 비리 문제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반대하는 듯 합니다.

이는 참으로 명분없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사립학교의 특성은 공공성과 자율성으로 집약된다고 볼 때 이는 상호 유기적 관계 아래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이 나라의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사립재단들이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충실한 역할을 다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사립학교 회계비리를 연구하면서 특히 모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립학교에서 더욱 악랄한 방법으로 각종 비리를 자행하는 것을 보았으며 심지어는 이러한 부정을 저지르는데 주님을 팔아넘기는 모습들을 보면서 슬픔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립학교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사립학교의 자율성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중등학교 경우 국가에서 마련된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을 그저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라는 사실을 솔직히 시인한다면 과연 지금 개정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자들의 자율성은 한마디로 학교운영을 자기들 마음대로 불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주장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적어도 자율성 운운의 주장은 그 동안 학교의 운영을 공공성에 걸맞게 투명하게 운영해 왔을 때 어느 정도 가능한 주장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립 재단들은 국민의 피땀어린 세금으로 구성된 엄청난 국가 지원금을 받아 학교를 운영해 오면서도 이에 대한 회계상황을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위해 사용해야 할 돈을 전용하여 학교 건물을 건축하거나 공사비 과다 지출, 각종 학교회계 부당 지출 등 사립재단들이 자행한 회계비리의 종류를 열거한다면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친목회를 하여도 년말이 되면 회계 상황을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국민들의 세금을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사용하고도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은 어떤 명분으로도 이해될 수 없으며 이를 못하도록 그리고 오로지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위해 제대로 사용되도록 투명하게 학교를 운영하라는 것이 어떻게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학교운영의 결정권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외부 이사1명으로 인해 학교운영의 자율성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자기 영역의 침범을 극도로 방어하려는 동물적 본능과도 흡사하며 이는 이 세상을 복음화하라는 주님의 뜻에도 정면으로 반대되는 지극히 유치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사학 재단의 건학이념을 훼손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사학재단의 건학 이념은 올바른 가치관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정착된 선진국과 같이 자치적인 교육과정 수립과 자율적 학교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주장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에서 교육과정이 수립되고 아직도 획일적 교육제도가 다반사인 우리나라에서 건학이념에 따른 학교운영을 논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이론적이고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단지 종교학교와 비종교 학교의 차이점은 종교교육 유무의 차이일 뿐이며 약간의 방과 후 행사의 차이일 뿐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입시위주의 현교육제도 하에서 건학이념에 따른 자율적 학교운영이라는 논지는 그저 이론적 허구의 주장에 불과합니다. 또한 설령 외부 이사 1인이 이사회에 참석한다하여도 보통 상식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종교학교에 종교교육을 반대한다든지 건학이념에 따른 학교운영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 세상과 더불어 살아야 할, 그래서 세상을 복음화하고 주님의 나라를 건설해야할 종교 지도자들이 앞장서 개정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이유와 모습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주님의 뜻인지 사람의 생각인지 묻고 싶습니다.

학생수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부패비리사학으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피해는 실로 엄청난 수에 해당하며 더구나 이 나라의 기둥이 될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오늘날 부패불감증으로 허덕이는 우리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고통받는 수많은 어린양들을 외면하고 공교육의 투명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외치는 백성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사립재단의 자율성이니 건학이념이니 하며 개정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종교지도자들은 과연 열심한 기도와 고뇌에 찬 결단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자기 것을 방어하려는 지극히 원초적 본능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것도 부족하여 거룩한 주님의 제단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순진한 어린양들을 세뇌시키기 위한 획일적 강론의 지시는 거룩하신 주님의 이름을 빌어 가하는 또하나의 종교 폭력이라 생각합니다.

주님께서는 성령을 받아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께서 원하신 뜻이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세리와 창녀, 병자들과 가난하고 고통받는 자들과 늘 함께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종교지도자들은 주님께서 주신 권위를 이용하여 어찌하여 세상에서 지식있다는 자들과 똗똑하다는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력과 욕망을 채우려는 그들  편에서 목소리를 내는지 슬픔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여기며 당당하게 살아왔습니다. 또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지난 5년간을 비리사학의 척결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오히려 이런 저에게 주님 안에 같은 형제․자매가 나를 처벌해 달라고 재판정에 진정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고통받는 백성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한 채 자율성이니 건학이념이니 운운하며 가진 자, 똑똑하다고 교만부리는 자,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자들의 편에 서 있습니다. 이것이 주님의 뜻이었습니까. 이것이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우리나라에 주님의 나라를 건설하려는 주님의 거룩한 뜻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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