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추기경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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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화 [giwha777] 쪽지 캡슐

1999-11-16 ㅣ No.769

추기경님!

안녕하세요. 저  홍지화 미카엘라입니다. 주일날 기숙사 식당에서 뵈었죠?

 제 방에 전화선이 없어서 인터넷을 못해 이제야 할아버지 답장을 읽었어요. 어제 출판사 아르바이트 하려 가서 쉬는시간에 인터넷 접속을 하려고 했는데 인터넷이 고장났대요. 그래서  오늘 학교에 와서 인터넷 접속이 겨우 됐네요.

 그동안 할아버지 답장 보고 싶어서 눈이 간질간질 했거든요. 답장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저 이렇게 불러도 돼죠?  사실 추기경님이라는 호칭은 웬지 어렵고 거리감이 느껴지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할아버지보다 젊은데  인터넷은 아예 들어가시지도 못하고 문서저장 할 때마다 저나 둥생한테 시키시거든요.

그런데 할아버지!

 저 주일날 할아버지 뵐 때 너무 놀랐어요. 그때까지도 할아버지 오셨는지 몰랐거든요. 선생님들도 아무도 제게 귀띰을 안해주셔서 애들이랑 저녁 미사 가려고 밥먹고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식당으로 들어오신 거예요. 정말 마음의 준비라도 미리 해두었으면 더 잘했을 텐데....

 할아버지! 저한테 서운하셨죠? 죄송해요.  제가 너무 긴장을 한 탓에  음식이 목에 걸려 대답조차 잘 하지 못했어요.  그게 지금도 마음에 걸려요.

 저는 정말 할아버지를 그렇게 빨리 만나뵐 줄 몰랐거든요.  할아버지와 찍은 사진  액자에

 잘 넣어서  소중히 보관하겠습니다.

제가 오늘은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어젯밤 11시까지 출판사 사람들과 놀러다녔더니 오늘 몸이 좀 안좋네요. 제가 아르바이트 한 책이 어제 드디어 나왔거든요. 문장 매끄럽게 고쳐주는 게 제 아르바이트 일이거든요.

할아버지도 감기 조심하세요.. 요즘 감기는 스토커감기래요.  한번 걸리면 안 떨어진대요.

 기숙사에 가는 길에 약이라도 사먹어야겠어요.

 할아버지! 만나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저 그날 밤에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막 자랑했어요. 친구들도 다들 부러워했어요. 평생 잊지못할 것 같아요.

 할아버지!

제가 저 못알아보시면 삐진다고 협박해서 혹시 기분 상하셨어요? "이런 버릇없는 놈 보게나" 그러셨어요?

저는 그냥 농담삼아 한 말인데....죄송!

저 계속 편지 드려도 괜찮아요? 그대신 답장은 꼬박꼬박 안해주셔도 삐지지 않을께요.

 좋은 어른과 가까이 지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이번 토요일에 첫 고해성사 받아야 되는데 걱정이예요. 신부님이 제 말 못알아 들으시면 어쩌죠? 세례 받은 후  한달동안 지은 죄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그거 다 고백해야 하는데..... 제 말은 처음에는 잘 말아듣지 못해도 두번, 세번 만나면 다들 잘 알아듣거든요.

아무튼 이번주 토요일이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매도 빨리 맞는 게 났다니깐요.

할아버지 !

 오늘 제 편지 너무 길어 눈이 많이 피로하셨겠어요.

앞으로는 간단히 쓰도록 노력할께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할아버지 위해 기도 할께요.

 

 

                                        -   카돌릭여학생관 홍지화 미카엘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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