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돼지 저금통이 만삭이어요~~~

인쇄

노현숙 [nomary] 쪽지 캡슐

2001-10-12 ㅣ No.1774

  집에 돌아오면 습관적으로 바지 주머니부터 털어 잔돈이 있음 돼지 저금통에 넣곤 하였습니다. 근데 어느새 돼지가 만삭이 되어 배아퍼 하며 새끼들을 낳았답니다.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긴 했지만... 오빠방에 가서 오빠도 그동안 모아 온 잔돈을 다 달라구 해서 한꺼본에 모아보니 한손으로 들기 힘들만큼 묵직한 꾸러미가 되었습니다~~~

 

  오데다 쓸까~~~??? 한동안 자금줄이 끊겨 비굴하게 산 것을 생각하면 단번에 만회할 찬스이기도 하지만...

 

                                 .......

 

  제가 한 때 레지오를 할 때는 제기동에 있는 200원 내구 한끼 먹을 수 있는 작은 예수회였던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곳에 가서 설겆이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가을쯤 우울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설겆이를 했었는데... 아침에 지푸라기를 온 몸에 붙인채 아침을 드시러 오셨던 분이며... 200원이 없어서 어쩔바를 몰라하셨던 분이며...(사실 200원을 받는 이유는 식사하시는 분들의 자존감을 위해서랍니다. 꽁짜가 아니라 당당히 식사비를 내시고 드시는 것이라는 그분들에 대한   배려이지요...)

 

  참~~~ 저희에게 100원은 어느새 예전의 10원짜리처럼 별쓸데 없이 나뒹구는데 아직도 그 잔돈이 없어 그 곳조차 배회하셔야 할 분이 아직도 많이계십니다...휴~~~

 

  그 곳에는 터브한 수사님이 계신데...

  " 이봐요~~~ 할아버지~~~ 이 한번 해봐요~~~"

  할아버지는 한참을 망설이시더니 이~~~ 하시는데 밥조차 드시기 힘들정도로 치아가 부실하셨습니다...

  " 할아버지~~~ 어디 사세요~ 담에 오시면 틀리 해드릴께요~~~"

  항상 무뚝뚝 하신줄만 알았던 수사님은 오시는 분들 한분한분을 오늘 만난 예수님처럼 대하셨던 것입니다...

  그분이 그러셨죠...

  " 예수님은 아마도 이 곳에 오시는 분들의 모습으로 오실거라구..."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자기만 안다고 불평을 해도 이렇게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기에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언제가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주는 돈으로 살아가시는 시각장애인 한분이  지폐는 아이의 눈을 위해서 쓰고 500원짜리는 생활을 위해서 쓰고 100원짜리는 나보다 더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서 남겨둔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찌나 부끄럽던지...

  불필요한 것들로 온 방안을 채우고도 없는 것에 대해 불평하고 사는 내가 과연 그 분 보시기에 어떠실런지...

 

  언젠가도 돈을 모아서 따로 두었는데...

  급히 쓸 돈이 생겨 써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양심이 있는지 참...

  이번엔...

 

  아참!!!

  그곳은 주위의 도움으로 운영해 가신다고 하는데... 특히 겨울준비를 하실려면 김장도 하셔야 하고 연료비며 쓰실 데가 더 많으시다고 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젠 주위를 둘러보며 살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감히 그분께 청합니다...



5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