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 Cafe 'M&F' (Memory & For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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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zanac] 쪽지 캡슐

2000-03-27 ㅣ No.887

 

 

 

      『 Cafe'M&F (Memory & Forget)- 기억과 망각의 카페  』

       

         

      1.

       

      한 젊은 남자가 어두운 얼굴색을 가진 채 길을 가고 있었다. 그 남자가

       

      걸어가는 길 양옆에는 아직 채 상가가 들어서지 않아 썰렁한 건물들만

       

      이 조용하게 서있었다. 또, 그가 걷고 있는 길 중간 중간에는 아직 공

       

      사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나무 토막이며 벽돌들이 그의 발끝을 건딜고

       

      있었다. 별로 어둡지 않은 초저녁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의 어

       

      두운 얼굴색과 주위의 썰렁한 분위기가 마치 한 밤중인양 하였다. 그

       

      남자의 어두운 마음도 그리고 그 어두운 길도 그 남자에게는 영원히 끝

       

      이 보이지 않을 것같은 불안감을 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중 그 남

       

      자는 은근한 빛을 받았다. 고개를 숙이며 걷고 있던 그 남자는 무의식

       

      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쪽에 커다란 건물 한채에서 나오는 불빛

       

      이였다. 건물 2층.. 그 5층으로 된 건물에 2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빛

       

      이 없었으며 아예 어떠한 것도 들어서지 않았다. 단지 2층에서만 불빛

       

      이 흘러 나오고 있었으며, 조그마한 간판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

        ┃기억과 망각의 카페 『 Cafe’ M&F (Memory&Forget) 』┃

        ┗━━━━━━━━━━━━━━━━━━━━━━━━━┛

       

      그렇게 쓰여진 노오란 불빛이 그의 눈을 자극했다. 그리고 가슴을 자극

       

      했으며 그의 머리를 자극했다. 그는 오래전 부터 자주 왔던 곳처럼 자

       

      연스레 그 건물 2층으로 올라 갔다. 그리고는 투명한 가운데 ’기억과 망

       

      각의 카페- 어서 오십시오 ’ 라고 써져있는 문을 밀자, ’딸랑’ 거리며

       

      문에 붙은 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는 그 안으로 그 남자는 들어갔다.

       

      2.

       

      안으로 들어가서 그는 잠시 문앞에서 멈칫했다. 그리고는 카페 안을 천

       

      천히 둘러 보았다. 그가 서있는 곳에서 왼쪽벽은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밖이 쉽사리 보였으며, 조명은 오렌지색으로 은은한 초저녁의 분위기를

       

      띄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오른쪽 바로 옆에는 카운터가 있었으며,  그

       

      남자의 나이또래로 보이는 한 남자가 주인인양 서 있으며 그 남자를 반

       

      겼다. 아직 상가들이 다 들어서지 않은 골목에 처음 들어선 곳이여선지

       

      그 카페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음악도 없었다. 그 남

       

      자는 창가쪽으로 자리를 잡으려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제일로 구석지고

       

      조명불이 약한 곳으로 가서 앉았다. 잠시 후에 카운터에 있던 젊은 남자

       

      가 메뉴판을 들고 걸어 왔다. 자세히 보니 검은 색과 흰 색으로 된 메뉴

       

      판 두 개를 들고 왔다. 그리고는 그 남자의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올려

       

      놓았다.

       

      "어느 메뉴판으로 하시겠습니까?"

       

      그 남자는 잠시 무슨 말뜻인지 몰라, 주인의 얼굴과 메뉴판 두개를 번갈

       

      아 쳐다 보았다.

       

      "네? 어느... 메뉴판이라니요?"

       

      주인 남자는 가볍게 웃음을 띄며 말했다.

       

      "흰색의 메뉴판과 검은 색의 메뉴판 둘 중에 어느 것으로 드실건지 물은

       

       겁니다."

       

      그 남자는 주인이 장난을 치는 줄 알고, 애써 웃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하, 아무거나 주시면 되지 어느 메뉴판이라니요. 후.."

       

      그러자 주인은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손님이 혼자 들어올때 얼굴색이 심상치 않아, 이렇게 조금 색다른 메뉴

       

       판을 가져 나왔습니다. 자세히 두 메뉴판을 보시지요."

       

      그 남자는 의아하게 주인을 쳐다 보다, 다시 테이블 위에 놓여진 흰색과

       

      검은색의 메뉴판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한참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나

       

      자 그는 두 메뉴판의 다른 점을 찾아 낼 수 있었다. 흰색의 메뉴판에는

       

      ’기억의 카페’ 라고 세로로 크게 쓰여져 있었고, 반대로 검은색 메뉴판

       

      에는 ’망각의 카페’ 라고 크게 쓰여져 있었다.

       

      "기..억 과 망..각....이라....? "

       

      혼잣말로 이렇게 그 남자가 중얼거리자, 주인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희 카페의 이름이 ’기억과 망각의 카페’ 인거 처럼 좀 특별 나지요.

       

       보통은 그냥 메뉴판을 가져 오는데, 손님과 같은 분이 올때는 이렇게

       

       두개의 메뉴판을 내 놓습니다. 하나는 기억, 또 하나는 망각. 우리 카

       

       페는 이름처럼 특이한 구석이 있지요. 기억, 즉 흰색 메뉴판에서 골라

       

       주문하시면 그 주문하신 걸 드실때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것을 자세히

       

       기억할 수 있지요. 그리고 반대로 망각, 검은색 메뉴판에서 어떠한 것

       

       을 주문하셔 드시면 원하시는 것을 잊어 버릴 수 있답니다. 그러나 단

       

       사랑에 관해서만 말입니다. 손님에게 오늘 필요하실꺼 같아서 이렇게

       

       가져 나왔습니다."

       

      주인은 그렇게 설명을 마치고 또 다시 미소를 띄웠다. 그러자 그 남자는

       

      더욱 더 알 수 없다는 듯이 그 주인을 쳐다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웃음

       

      을 띄고 있는 주인의 얼굴에게서 주인이 한 말이 전혀 농담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남자는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 어떤 걸 잊을수도 그리고 기억할 수도 있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기억을 할 경우 사랑에 용기를 얻고, 망각을 할 경우

       

       사랑에 대해 포기를 하지요."

       

      그렇게 유창히 말하는 주인의 얼굴과 목소리에선 거짓과 농섞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아니, 그 말이 농담이라도 그 남자의 지금 심정으로는 주

       

      인의 말을 믿고 싶었다. 그 남자는 주인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 본 후

       

      검은색 메뉴판을 들었다. 이 때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약간 얼굴색을

       

      바꾸면서 말을 꺼냈다.

       

      "왜, 검은색을.. 흰색으로 하시는게....?"

       

      그러자 그 남자는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고는,

       

      "아뇨, 검은색으로 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인은 알듯 모를듯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했다.

       

      "잊는 거보다 기억해서 지금 사랑에 용기를 얻어 보시는게 어떻겠습니

       

       까?"

       

      이 주인의 말에 그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보인거 같아 흠칫 놀랐으나,

       

      여태까지 주인의 이상스런 말이며 카페의 분위기로 봐서 그럴 지도 모른

       

      다고 생각하고는 이내 표정을 굳히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그리

       

      고는 검은색 메뉴판에서 헤이즐넛 커피를 시켰다. 주인은 ’흠..’ 하는

       

      신음소리를 한번 낸 뒤 두 메뉴판을 집어 들고 돌아 갔다.

       

      3.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서 불을 붙였다. 그리고 한 모금 깊이

       

      빨아 내뱉은 후, 속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사진 하나를 꺼내였다. 그

       

      사진에 한 여자가 서 있었는데, 그 여자는 웃는 얼굴로 아이보리색 롱코

       

      트를 입고 긴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뚫어져라 그 남자는 그 사진

       

      을 계속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주인이 검은색 쟁반에 검은색 커피잔을

       

      들고 그 남자의 테이블로 왔다. 그리고는 커피를 내려 놓으면서 그 남자

       

      가 보고 있는 사진을 쳐다 보았다.

       

      "이쁘네요? 애인이신가보죠?"

       

      "후, 글쎄요...."

       

      서글픈 눈동자로 그 남자는 애매하게 대답을 했다. 그러자 주인이 제차

       

      물었다.

       

      "애인인거 같은데, 아니예요?"

       

      그러자 그 남자는 피식하고 웃으면서, 사랑하는 여자라고 말했다. 그리

       

      고는 커피에 입을 가져다 될려는 순간, 다시 주인이 말했다.

       

      "잠깐만요, 그걸 지금 드시는 순간부터 서서히 손님께서 잊고 싶은 것을

       

       잊게 될텐데, 정말 드실껍니까?"

       

      그러자 아무말 하지 않고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주인은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럼 손님도 없는데 제가 여기 앉아서 무엇을 잊을려는 지 알아도 될까

       

       요?"

       

      그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까짓거 이제 잊는 마당인데요.."

       

      주인은 그 남자의 앞에 앉아서 조심스레 그 남자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는 잠시 후 그 남자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4.

       

      남자는 헤이즐넛이 담긴 커피잔을 살며시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그녀는 헤이즐넛을 즐겨 마셨지요. 그러다 보니 나도 이렇게 즐겨 마시

       

       게 되었어요."

       

      주인은 ’아..네’ 라고 말하면서 묵묵히 그 남자가 이어나가는 말을 들었

       

      다.

       

      "5년을 만나던 여자가 있었지요. 그러니깐 대학 1학년때 같은 동아리내

       

       친구로서 만나서 정말 친하게 지냈지요. 하지만 본디 나는 순수한 마음

       

       을 가지고 그녀에게 접근한게 아니였지요. 그녀를 보는 순간 좋아하는

       

       마음에 이끌여 어떻게든 그녀와 잘지내 보자는 속에서 그런거였지요.

       

       하지만 나의 그런 속도 모른 체 그녀는 참으로 나와 정말 동성 친구처

       

       럼 잘지냈지요. 서로의 고민도 들어주고, 힘들때는 옆에 있어주기도 하

       

       고 말입니다. 하지만 한번도 그녀에게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했지요.

       

       아니요, 사실 기회가 없었지요. 그녀를 한 1년쯤 만났을때쯤 난 그녀에

       

       게 시간도 이렇게 지나고 했으니,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

       

       으리라 생각해 그녀에게 고백할 마음을 먹고 그녀에게 평소처럼 만나자

       

       고 했지요. 그리고는 그녀가 나왔어요. 이런 저런 평소의 이야기를 하

       

       면서 웃고 즐기다가 갑자기 그녀가 조금 심각한 표정을 띄더니 고백할

       

       게 있다는 거였어요. 난 속으로 어쩌면 먼저 그녀가 나에게 고백을 할

       

       거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뭐냐고 묻

       

       자, 그녀는 쑥쓰러운 듯 나에게 말을 했어요. ’나, 애.인   생겼어.’

       

       라고요. 난 아직도  그녀가 그 말을 할때 입술 모양을 기억해요. 입술

       

       에 발랐던 그 립스틱색깔도........................................"

       

      잠시 그 남자는 말을 멈추고 주인이 가져온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그리

       

      고는 그 남자가 지금까지 손에 쥐고 있던 그녀의 사진을 테이블에 살짝

       

      내려 놓았다. 잠시 가만히 있다가 그 남자는 말을 다시 이었다.

       

      "훌. 그 립스틱색깔이....음...? 거 정말 커피가 효과가 있나봐요? 생각

       

       이...훌.....여하튼 그때 그녀는 넌 정말 편한 친구니깐 나에게 말하는

       

       거라고 했지요. 전 애써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잘되었다고, 정말 잘되

       

       었다고 잘해보라고 했지요. ’하긴, 내 주제에 그런 그녀를 어찌 사귀겠

       

       냐..’ 하는 생각을 먹고 그녀가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랬지요. 종종 그

       

       녀의 남자친구와도 같이 만나서 놀기도 했지요. 참 잘생긴 사람이였지

       

       요. 하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그 둘 사이가 안좋아 지기 시작했지

       

       요. 그녀는 매일 나에게 울면서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는 좀 이따가

       

       그 둘은 헤어졌지요. 그렇게 6개월 동안 사귀다가 헤어지니 그녀의 아

       

       픔이 무척이나 컸지요. 그녀는 또 6개월을 그 아픔으로 보냈고, 난 그

       

       녀의 옆에서 아무 말 못하고 쓰다듬어 줄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시

       

       간이 약인 듯 그녀는 6개월이 지나자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

       

       고 우리는 더더욱 친하게 지냈지요. 종종 그녀가 말했어요. ’네가 차라

       

       리 남자 친구였으면 좋겠다. 애인이였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들을때

       

       마다 가슴이 얼마다 콩쾅콩쾅 했는지...훌.........................."

       

      그 남자는 말하는 중간 중간에도 커피를 조금씩 조금씩 마셨다. 주인은

       

      조용한 표정으로 그 남자의 눈과 입을 쳐다 봤다.

       

      "그래서 사귀자는 말을 했나요?"

       

      후, 하는 한숨을 쉬더니 그는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요. 또 기회를 놓쳤지요.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난 최대한 그녀의

       

       상처가 아물때 고백을 할려고 마음을 먹었었지요. 하지만 그 중간에 또

       

       다른 남자가 생긴거였어요. 난 다시 축복을 해주었지요. 하지만 너무

       

       가슴이 아파 그녀를 보기도 싫었지요. 하지만 또 시간이 흘러서 그녀는

       

       혼자가 되었지요. 그런 일이 그 후로도 한번 더 있었지요. 그녀는 그렇

       

       게 또 얼마 못가서 깨어지고 말았어요."

       

      "그럼 깨어진 후에 다시 고백을 했나요?"

       

      "아니요. 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그녀와 여행을 가기

       

       로 마음 먹었어요. 예전에도 둘이서 여행을 자주 다니던 터라, 아무런

       

       어색함 없이 그녀도 나를 따라 나섰지요. 우리는 겨울 바다로 갔어요.

       

       동해로.. 그리고는 그 추운 겨울 바다에서 그녀는 자연스레 나의 팔짱

       

       을 끼었지요. 그녀는 아무런 느낌없이 그냥 친구로써 낀거지요. 그리고

       

       는 가까운 음식점을 찾아 들어가서 추위를 녹인답시고 소주를 시켜서

       

       둘이 마셨지요. 얼마나 마셨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니 사실 술기운이 없

       

       이는 말을 못할꺼 같아 많이 마셨지요. 그녀가 의아해 했으니깐요. 술

       

       도 못마시는 내가..훗.. 그리고는 다시 바다로 나갔어요. 추위는 하나

       

       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옆에 있어서 떨렸어요. 그녀는 추웠는지

       

       다시 나의 팔짱을 끼었지요. 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이라고

       

       그래서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내려다 보았지요. 하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어요. 그때 그녀도 나를 뚫어지게 쳐다 보다가 갑자기 나

       

       의 팔짱을 빼고 물러 서더군요. 훗. 그리고는 혼자 길을 마악 걸어갔어

       

       요. 그녀는 내가 키스를 할려고 했는 줄 아나봐요. 난 당혹스럽고 쑥쓰

       

       러워서 도저히 그녀의 뒤를 따라 갈 수 없었지요. 그녀의 얼굴은 분명

       

       친구이상은 안된다고 써있었지요. 더이상 난 거기에 있을 수가 없었어

       

       요. 그 길로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지요. 그 후론 그녀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지요. 아니, 그녀에게 연락이 오길 바랬지만...후...........

       

       그녀에겐 난 그저 남자 친구 일뿐이예요. 아무 감정 없는.. 어쩌면 내

       

       가 잘못한 걸지도 몰라요. 차라리 차라리.... 그녀에게 처음부터 내 마

       

       음을 나타내었다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지도요.. 그래서 그냥 그녀가 사

       

       귄 남자중에 하나로 남았다면..난 잊고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후........그냥 이렇게 그녀에게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사람

       

       으로만 만족해야 하나..........................여하튼...............

       

       더 이상 이 아픈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요. 사실 여기 들어오기 전까지

       

       그냥 미쳐서 모든 걸 까먹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런 망각의 기회가 주어지다니...후후............................."

       

      주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냥 앉아만 있었고, 그 남자는

       

      반이상 남아 있던 커피를 이젠 싸그리 잊고 싶다는 것처럼 생수 마시듯

       

      이 꿀꺽 꿀꺽 다 마셔 버렸다. 그리고 잔을 내려 놓고는 멍하니 테이블

       

      만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눈에서 한방울의 눈물이 그 남자의 뺨을 타고

       

      턱선을 타고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

       

      "똑!"

       

      그 소리가 음악도 없는 그 카페에 메아리 치듯 크게 울려 퍼지는 것 같

       

      음을 주인은 느꼈다. 그리고는 말했다.

       

      "당신의 그녀는 이제 당신이 지금 흘린 마지막 눈물 한방울로 망각 되었

       

       어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 말을 남긴 체 주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돌아 갔다. 한참을

       

      그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아무 미동도 없이. 그러다가 그

       

      남자는 고개를 들고 멍하니 주위를 둘러 보았다. 눈에는 아까 처음 들어

       

      왔을때의 슬픈 기운은 없었다. 그냥 단지 멍해졌을뿐..................

       

      그 남자는 커피잔이 빈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와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말했다.

       

      "얼마지요?"

       

      "그냥 가세요. 서비스입니다."

       

      이렇게 주인이 말하자 그 남자는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고

       

      맙다면서 문을 열고 나갔다. 나가면서 그 남자는 이상하게 무언가가 텅

       

      하니 빈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생각 했다. 마침

       

      한 여자가 급하게 자신이 나온 카페로 들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얼핏보고

       

      가슴이 징~해지는 것을 느꼈으나. 개연치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5.

       

      주인은 잠시 후 아이보리색 롱코트를 입은 긴생머리의 여자 손님을 맞이

       

      하였다. 그 여자 손님은 아까 그 남자 손님이 앉았던 곳에 앉았다. 그것

       

      을 본 주인은 다시 흰색 메뉴판과 검은색 메뉴판을 들고 갔다. 그리고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어떤 메뉴판으로 하시겠습니까?"

       

      그녀 또한 의아하게 생각하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아까 그 남자에게

       

      설명해주었던 말을 다시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재미있다는듯이

       

      힘껏 웃음을 지으면서, 흰색 메뉴판을 들었다.

       

      "헤이즐넛으로 주세요. 전 용기를 얻어 5년간 저를 지켜준 남자에게 사

       

       랑을 고백해야 되거든요? 그는 숱기가 없어요..후훗 "

       

      주인은 가슴이 저며 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묵묵히 메뉴판을 들고

       

      돌아 갔다. 그 여자 손님은 설레이는 듯 기쁜 눈을 뜨고 있었다.

       

      그 때..............

       

      그녀가 신은 신발의 힐 밑에는 아까 그 남자 손님이 놓고간 여자 사진이

       

      떨어져 밟혀 있었다.................................................

       

      Epilog

       

      그렇게 그 남자 손님이 검은색 메뉴판의 헤이즐넛을 먹고가고, 그렇게

       

      그 여자 손님이 흰색 메뉴판의 헤이즐넛을 먹고 간 후의 아침 그 카페는

       

      철거되고 있었다. 옆에서 안타까운 주인의 눈빛을 받으면서...........

       

          

       

        무엇을 잊는다는 것도 무엇을 기억한다는 것도 다 때가 있는 법.

       

        자연스레 잊혀지고 기억될때 그것은 사랑이 된다고 믿습니다. 애

       

        써 잊으려고도 기억하려고도 하지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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