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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만의 재미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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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만 [BLUEYES] 쪽지 캡슐

1999-05-14 ㅣ No.261

제가 고3때였는데, 지금이나 그 때나 내신은 중요했잖아요.

더군다나 고3때는 말예요.

마지막 시험이었는데 생물 선생님께서는 무슨 마음으로 그러셨는지 글쎄.

 

지금도 문제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하여간 정답이 '항문'이었어요.

 

 

그런데 왜 흔하게 쓰는 단어인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날 때가 있잖아요.

 

곰곰 생각하다가 정말 곰곰 생각했지요.

머리를 쥐어짜고 그건데 그건데 하다가 한 문제라도 맞춰보겠다는 욕심에

             .

             .

             .

             .

'똥구멍'이라고 썼지요. (그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정말 항문이라는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어요.)

 

시험이 끝나고 그제서야 친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항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지요.

 

뒤에서 뚱뚱한 제 친구가 뛰어오면서

"야, 썼냐? 주관식 10번 말야."

"못 썼어."

"나도 생각이 안 나서 못 썼어."

그런데 저같은 친구들이 몇 명 되더군요.

 

생물 선생님께서는 '항문'이외에는 다 틀리게 한다고 발표를 했지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지요.(점수가 왔다갔다 하는데)

그래서 우는 척 하면서 생물 선생님께 달려갔지요.

 

"선생님!! 똥구멍 맞게 해 주세요. '항문'은 한자어지만 '똥구멍'은 순수 우리나라 말이잖아요. 맞게 해 주세요."

 

제 울음 공세, 그리고 우리 나라 말을 사랑해야 한다고 박박 우기는 저한테 선생님은 반쯤은 넘어가 계셨고.

옆에서 국어 선생님께서도 거들어 주신 덕분에 "'똥구멍'까지는 맞게 해 주마"라고 드디어 말씀하셨죠.

 

개선 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내게 친구가 물었죠.

"맞게 해 줬어?"

"당연하지!!"

 

갑자기 친구 얼굴이 벌개지더니 내 손을 잡고 생물 선생님께 달려갔어요.

 

"선생님!! '똥구멍'도 맞다면서요?"

"그런데?"

"저도 맞게 해 주세요."

 

그 친구의 답안지를 봤더니 글쎄 히히히

'똥꾸녕'이라고 써 있는 거였어요.

 

"선생님. 저희 집에서는요. 똥구멍을 똥꾸녕이라고 해요.

저희 부모님은 경상도 분이셔서 똥구멍이라고 하시질 않는데요.

어쨌든 의미는 통하잖아요."

생물 선생님께서는 그건 사투리라서 안 된다고 옆에 계신 국어 선생님께서도 곤란한 듯 하다고 하셨지요.

그러자 흥분한 제 친구는 이건 생물 시험이지 국어 시험은 아니지 않냐고 박박 우겼지요.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예요.

 

선생님께서는 생각해 보시겠다고 하셨는데 마치 제 친구는 승리나 한 듯이 교실로 의기양양하게 돌아왔지요.

그러자 갑자기 몇 명 친구들이 우르르 교무실로 가는 거였어요.

 

그 친구들이 쓴 답은 이런 거였답니다.

'똥꾸녘', '똥구녘', '똥꾸멍', '똥꾸녕', '똥구녕'....등등.

 

생물 선생님께서는 근1주일 가량을 똥구멍에 시달려야 했답니다.

 

결국은 다 틀리게 하고 '항문'과 '똥구멍'만 맞게 해 줬답니다.

그 중에 한 명은 가서 항의해 보지도 못하고 쓴 웃음만 지었답니다.

 

그 친구가 쓴 답은

 

 

 

 

 

 

 

 

 

 

 

'똥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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