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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의 참여정부... 도덕성마저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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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찬일 [korea1] 쪽지 캡슐

2009-04-08 ㅣ No.9237

 
 
 
 
벼랑 끝의 참여정부... 도덕성마저 무너지나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검찰 소환조사 받는 초유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어
09.04.07 22:58 ㅣ최종 업데이트 09.04.07 23:10 구영식 (ysku)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할 일은 없을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렇게 '결백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박연차 리스트 파문'에 침묵하던 노 전 대통령이 7일 결국 입을 열었다. 부인인 권양숙씨가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고백'한 것.

 

노 전 대통령의 고백은 검찰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40년 지기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이날 전격 체포되자 더 이상 침묵을 지키고 있을 수 없어 직접 나서 '진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권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조만간 전직 대통령과 부인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대적 비교우위의 도덕적 권위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어"

 

 

  
'박연차 리스트 파문'에 침묵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결국 입을 열었다.
ⓒ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노 전 대통령의 고백까지 포함된 지금의 사태는 참여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온 '도덕적 권위'마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 전 대통령도 그런 의미의 파장을 걱정했던지 사과문 앞부분에서 이렇게 '통렬하게' 사과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더욱이 지금껏 저를 신뢰하고 지지를 표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다. 깊이 사과드린다."

 

한 측근은 이를 두고 "노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통렬한 사과가 담겨 있는 대목"이라며 "도덕적 신뢰를 강조해온 노 전 대통령도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박연차 리스트 파문'과 관련,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박정규 전 수석은 구속됐다. 또 다른 핵심측근인 서갑원 민주당 의원과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소환조사를 받았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이날 전격 체포됐다.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과 탈세 혐의 등으로 줄줄이 소환조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정도라면 '친노세력의 굴욕'이라고 할 만하다.  

 

친노직계인 한 의원은 "사건의 실체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겠다"고 괴로운 심경을 드러낸 뒤 말문을 닫았다.

 

한 전직 의원은 현 상황을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에 비유한 뒤, "지금의 사태는 참여정부의 주축세력, 친노직계세력의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당개혁과 지역구도 타파 등을 주창했던 참여정부의 주축세력은 정책적 집행능력도 떨어졌고, 정치적으로도 실패했다. 그래도 도덕적 권위가 다른 집권세력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것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적 과오와 결별할 수 있는 타율적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진영을 재편하고, 새로운 정책과 비전, 인물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전격 고백한 두 가지 배경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자료사진).
ⓒ 이종호

 

이날 검찰마저 당혹스럽게 만든 노 전 대통령의 고백에는 '두 가지 배경'이 엿보인다.

 

먼저 최측근인 정상문 전 비서관이 검찰에 체포된 이상 정 전 비서관이 받았다고 의심받고 있는 '수억 원'의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이 '수억 원'의 종착지를 추궁하게 될 것을 헤아려 '선수'를 친 셈이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다, 그 혐의는 정 전 비서관의 것이 아니라고 저희들 것이다"라고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봉하마을'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공보비서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며 "정상문 전 비서관이 조사를 받고 있는 이상 더 이상 입장 표명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권양숙씨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기, 액수, 사용처 등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이 2005년~2006년 사이에 박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노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박 회장의 돈이 권씨에게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권양숙 여사가 받은 돈의 시기와 경위, 사용처는 추후 시간을 두고 다 밝힐 것"이라며 "다만 지금 검찰 조사를 앞질러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전 비서실장은 조만간 부산에서 부인인 권씨와 조카사위가 받은 돈의 실체와 관련된 의혹을 공개적으로 해명할 계획이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500만 달러'가 자신과 무관함을 명확하게 해명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치명적 의혹'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 

 

노 전 대통령은 조카사위인 연철호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시기와  자신이 그런 사실을 인지한 시기는 모두 '재임기간'이 아니라 '퇴임 이후'였음을 공식 확인했다. 특히 500만 달러가 연씨를 통해 화포천 개발사업 명목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네졌을 것이라는 의혹에는 "투자금이었다"고 분명하게 반박했다.

 

500만 달러의 실체와 관련, 대검 중앙수사부는 홍콩으로부터 박 회장의 현지법인인 APEC 계좌 거래 내역 등을 건네받아 분석하고 있다. 또 연철호씨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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