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7월 14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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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7-14 ㅣ No.125

06:20 - 축협중앙회노동조합원 2,500여명이 일부만을 제외하곤 밤을 꼬박 세웠다.

      밤새도록 노래를 부르며 자리를 지켰다. 너무나 많은 인원이 모여들었기 때문에

      잠을 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그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러나 일부의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이들의 열기가 반감되어 나갔다.

      농성을 하러 온건지 도무지 농성에는 참가를 하지 않고 엉뚱한 일들을 벌임으로써

      다른 수 많은 농성자들을 욕되게 만들었던 것이다.

        자리를 제정비하고 질서 정연하게 또 다시 투쟁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07:50 - 어제 대성당입구 계단에 앉아 미사참례하러 성당안으로 들어가는 신자들에게 욕을

      했기 때문에 오늘 06:30, 07:30 미사참례 때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켜서서

      계단에 앉지를 못하게 막았다. 그러나 끊임없이 계단으로 몰려와 앉고 또 쫒아내기를

      수 십번... 할 수 없이 홍보부장을 찾았다. 제발 어제와 같은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성당입구 계단에는 앉지 않도록 통제를 해달라고 말했다. 곧 이어 질서유지단이 이를

      통제하기 시작해 겨우 질서를 잡았다.

        홍보부장은 어제 수녀원과 계성여고, 계성초등학교의 출입을 통제하고 음주를 저지

      하기 위해 한 숨도 못잤다고 말한다. 피곤해 보이기도 한다. 곧 이들은 40여명으로

      구성된 또 다른 질서유지대를 조직해 전체 청소에 들어갔다. 정말이지 고생한다.

      이렇게까지 수고를 해 주는데 왜 몇 몇 사람들은 통제에도 따르지 않고 이들의 노력에

      침을 뺃는 일을 서슴치 않을까? 모두가 합심해 힘을 모아야 하는데...........

 

08:00 - 아침도시락을 배분하고 식사를 한다.

 

10:00 - 또 다시 대오를 갖추고 투쟁가를 힘차게 부르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제는 통제도 많이 되고 있다. 계단의 우레탄에는 그 많은 수에 비해 족적이 딱 한개

      찍혀 있다. 항의할까 하다, 우레탄 시공회사로 전화를 걸어 지금 보수가 가능하냐고

      묻자, 곧 도착해 보수하겠다고 해, 항의하지 않았다.

        점점 불볕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정말힘들텐데.....

      물도 점점 바닥을 향해 나가고 있다. 더 지체하다가는 여러사람 위험해 지게다.

      지도부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그들도 인정하는 듯 하다. 점심을 먹고 곧 해산에 들어

      가겠단다.

 

12:10 - 점심도시락을 분배하며 침구와 깔판을 정리하라고 방송한다.

      마지막 함성과 투쟁가를 끝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지역별로 해산하라고 말한다.

      특히 질서와 쓰레기 처리를 당부하는 말이 고맙게 들린다. 너무도 무더운 날씨이기에

      움직이기 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쪽 마당에서는 범민련이 99통일축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러나 기자들은 보이지 않고 운동추진본부요원들만이 눈에 띄고 있다.

    (회견문 첨부참조)

 

13:30 - 축협중앙회노동조합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지역단위별로 해산하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다 해산했다. 집행부는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있다. 정말 깨끗하게 정리를 했다.

      숨쉬기조차 어려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축협노조위원장과 홍보부장이 찾아왔다.

      웃으며 정말 힘들었겠다고 말하자 그들도 게면적게 웃는다. 처음하는 집회라

      힘들었다며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될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곳 성당의 한계가 있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대규모 인원으로 시위를 하려면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자

      앞으로 꼭 그렇게 하겠단다. 위원장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서 상경투쟁을 하고, 또

      처음하는 시위라 성당에 많은 불편을 초래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감사의 뜻으로

      화장실 청소와 물, 그리고 공사의 지연에 보템이 되고자 뜻을 모아 헌금을 하겠다고

      봉투를 내민다. 그것이 얼마이든 상관없이 앞으로 노조를 이끄려면 자금도 있어야

      한다며 극구 사양했지만 받지 않으면 갈 수 없다고 말해 빨리 받자 환하게 웃는다.

      

        성당에 들어와 한창 난장판이 될 때는 화도 나지만 이 순간만큼은 참으로 고귀한

     시간처럼 행복해 진다. 그리고 이런 일로 만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5:00 - 이제 다시 계단공사를 시작하려 했지만 더위 때문에 도저히 엄두를 못낸다.

      쉬엄쉬엄 해 보지만 금시 지쳐 버린다.

        전국축산업협동조합노동조합 단식농성단 40여명도 도저히 천막 안에서 있을 수 없어

      여기저기 흩어져 누워 버린다. 천막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더위에 도저히

      천막으로 돌아가라고 할 수 없어 성당입구와 언덕 꼭대기 입구에 누워 있던 사람들에게

      한쪽 그늘로 들어가 누우라고 말해 주었다. 3째 접어든 단식으로 함겹게 움직이는

      그들의 발걸음을 보며 위원장에게 만일 탈수현상이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말해 주고 또 다시 움직이는 나도 정신이 아찔할 정도다.

 

23:05 - 그 대단하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전국축산업협동조합노동조합 단식농성단 천막 1개동의 40여명과, 에바농성단 천막

      1개동 30여명, 한총련과 현대중기 천막 1개동 3명, 그리고 전대기련 농성천막 1개동

      20여명, 도합 천막 4개동 80여명은 성당마당 이곳저곳에 앉아서 누워서 모여서 쉬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은 통제하고 싶지 않다. 마음껏 쉬었으면 좋겠다.

 

        하느님!

      조금만 시원하게 해줄 수 없으시겠어요?

      저도 더워 죽겠지만 저 사람들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요.

      계단공사로 보아서는 비가 오면 않되지만, 그래도 좀 비를 주셔서 식혀주시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휴~~~~~~~  땀난다 땀나~~~~~~

      저도 그만 쉬렵니다. 쉬십시요.

첨부파일: 범민련-1.rtf(6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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