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실은 사랑했나봅니다...

인쇄

전현정 [cecil11] 쪽지 캡슐

2000-02-26 ㅣ No.1922

눈 내리는 일요일 아침

 

나름대로의 치장을 마치고 집을 나서 성당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외진 골목길을 지나 좁은 길을 지나가려는 데

 

앞에서 남루한 복장의 아저씨 한분이 걸어오시더군요.

 

좁은 길에서 우산까지 쓰고 있던 저는

아저씨가 지나가시기를 기다리며 자리에 멈추었지요.

 

지나가시던 아저씨가 갑자기 저를 툭 치시더군요.

씩 웃으시면서...

 

저는 너무 놀라서 이상한 눈으로 아저씨를 바라보고

종종 걸음으로 그 길을 도망쳐나왔습니다.

혹시 아저씨가 쫒아오시면 어쩌나 뒤도 돌아보지 못한채

그렇게 종종걸음으로 큰 길로 빠져나왔지요.

 

큰 길에 들어서서야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생각할 수록 아저씨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복장과 표정...

 

해꼬지할 생각은 전혀 없으셨을 텐데...

참 예쁘다는 듯한 웃음이셨는 데...

눈이 내리는 데 왜 우산을 쓰고 있냐는 듯한 웃음이셨는 데...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지키고 싶어하는 제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동안 저를 외롭게 한것은

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또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실은 사랑했나봅니다.

제 자신을

 

비틀어진 제 자신을 받아들이렵니다.

그 모습 그대로의 제 자신을

더욱 뜨겁게 사랑하고 격려하렵니다.

 

 

 

 

 

 



8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