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실은 사랑했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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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일요일 아침
나름대로의 치장을 마치고 집을 나서 성당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외진 골목길을 지나 좁은 길을 지나가려는 데
앞에서 남루한 복장의 아저씨 한분이 걸어오시더군요.
좁은 길에서 우산까지 쓰고 있던 저는 아저씨가 지나가시기를 기다리며 자리에 멈추었지요.
지나가시던 아저씨가 갑자기 저를 툭 치시더군요. 씩 웃으시면서...
저는 너무 놀라서 이상한 눈으로 아저씨를 바라보고 종종 걸음으로 그 길을 도망쳐나왔습니다. 혹시 아저씨가 쫒아오시면 어쩌나 뒤도 돌아보지 못한채 그렇게 종종걸음으로 큰 길로 빠져나왔지요.
큰 길에 들어서서야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생각할 수록 아저씨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복장과 표정...
해꼬지할 생각은 전혀 없으셨을 텐데... 참 예쁘다는 듯한 웃음이셨는 데... 눈이 내리는 데 왜 우산을 쓰고 있냐는 듯한 웃음이셨는 데...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지키고 싶어하는 제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동안 저를 외롭게 한것은 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또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실은 사랑했나봅니다. 제 자신을
비틀어진 제 자신을 받아들이렵니다. 그 모습 그대로의 제 자신을 더욱 뜨겁게 사랑하고 격려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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