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현행 잡셰어링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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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seonbie] 쪽지 캡슐

2009-04-02 ㅣ No.9219

1. 잡셰어링의 개념
 
잡셰어링의 본래 뜻은 하나의 직무를 2개 이상으로 나누어 추가적인 고용을 창출한다는 말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사회전체의 임금총액이 현수준을 유지하면서 줄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개별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단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2. 현재 추진되는 잡셰어링 방식의 문제
 
(1) 정부와 공기업 일자리부터 감축
 
올해 중앙부처 7·9급 공무원 선발인원은 지난해보다 1609명을 감축한 2902명에 불과하며, 지방직 7·9급 공무원 채용은 지난해 9308명보다 무려 5066명이 급감한 4242명이다. 공기업의 경우 1분기에 6곳에서 296명을 채용하는데 그쳐 전체 305곳의 평균채용은 1명도 되지 않는다(서울 3월 20일자 11면).
또한 지난해 말부터 시행 중인 행정인턴은 올상반기 안에 25개 부처를 11개로 통·폐합하면서 3~4개월안에 해고될 가능성이 크다(한겨레 3월 12일자 8면).
 
(2) 일자리 나누기는 '인턴 늘리기' ?
 
민간 기업의 경우 전체 채용규모를 작년 수준으로 유지한다면서 인턴직원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GS그룹은 올해 작년 수준(2200명)으로 신규채용을 유지한다면서 인턴직원은 작년의 6.5배인 650명으로 늘렸다(머니투데이 3월 17일자 11면).
CJ그룹은 3개 계열사가 올해 1650명의 인턴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며, 포스코의 경우 채용인원의 100%를 인턴직원으로 뽑을 예정이다.
지난해 말 올해 채용계획을 밝히지 않았던 주요 대기업들이 잡셰어링에 동참한다는 명목으로 인턴직원의 비율을 늘리고 임금삭감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3) 전경련의 임금비교 조작
 
3월 4일 전경련은 경총보고서를 인용해, 대졸 초임직원의 임금이 일본이나 싱가포르보다 많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신입직원의 급여는 수당과 상여금까지 더하여 부풀리고, 일본의 경우는 기본급만으로 비교했으며, 더구나 우리의 경우는 원화가 강세였던 2007년 자료를, 일본은 2008년 자료를 제시하여 조작하는 꼼수까지 부렸다.
문제가 된 자료를 낸 경총조차 "양국 자료를 기준없이 혼용했다"며 "전경련의 잘못" 이라고 지적했다.(news.hankooki.com/lpage/economy/200903/h2009030503170921500.htm)
 
(4) 인원감축해도 세제지원
 
정부가 2월 12일 발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따르면, 직전연도 보다 상시근로자를 5%까지 줄여도 임금삭감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기업들이 임금삭감은 물론 인원의 5%를 감축해도 세금감면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감세혜택은 임금을 많이 깎을수록 커진다는 점이다(www.hani.co.kr/arti/economy-general/338691.html).
 
(5) 고용보험기금으로 일자리 추경예산 충당
 
정부가 19일 발표한 4조9천억원의 추경예산으로 5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중 실업대책 및 취약계층 일자리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절반이 넘는 2조9천3백54억원인데, 실제로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겨우 2천3백99억원뿐이고, 일자리 추경의 나머지 90%인 2조6천9백55억원은 고용보험기금으로 충당한다.
고용보험기금은 작년과 재작년 각각 5천7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였고 금년과 내년까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경우 2011년부터는 기금의 고갈이 예상된다(www.cbs.co.kr/nocut/show.asp?idx=1096432).
 
 
3. 향후 예상되는 부작용
 
(1) 신입직원의 장래 급여수준 및 기존직원의 급여수준 저하
 
삭감한 초임은 장차 경기회복시에 선임자들이 받았던 급여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 불투명하고, 신입직원의 장래 급여수준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클 것이다.
또한 기존직원 역시 간접적으로 급여수준의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2) 내수경기 회복에 毒
 
사회전체의 임금총액이 줄지 않아야 하는데, 현재 논의되는 방식으로는 임금수준의 전반적인 하락을 초래하여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경기를 살리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3) 향후 경기활성화의 지체와 기업의 수익성 악화
 
임금삭감과 양질의 일자리 감소는 경기회복을 더욱 더디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성에도 해가 된다고 본다.
 
(4)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저하
 
경기불황으로 공·사기업 모두 정규직원의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심지어 1명도 채용하지 않은 곳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중간 인력층을 부실하게 만들고 기술력의 단절을 가져와 생산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기초적인 대국민 서비스의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4. 마치면서 : 朝三暮四
 
지난 19일 정부는 29조원의 추가경정예산 중 4조9천억원을 투입하여 5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일주일 전의 '6조원, 50만개 일자리' 보다 일자리는 5만개 늘리고, 1인당 급여는 월 100만원에서 89만원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더구나 일자리 40만개는 이미 민생안정 긴급지원대책(복지 분야)에 포함된 것으로 일자리는 15만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발 경기불황을 국내소비를 진작시켜 극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89만원짜리 일자리로는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소비자들이 수출상품을 구매할 여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편성한 추경예산을 '삽질' 에 쓸 것이 아니라, 임금소득으로 기본적인 삶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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