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아이와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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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석 [suhjohn] 쪽지 캡슐

2002-12-13 ㅣ No.1424

찬미 예수님 !!

주님 어느 날 당신은 아이를 안고 그 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아무도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 하셨습니다. 저는 주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주님,

제가 중동에서 모래 바람과 싸우던 시절. 당신은 "혼자도는 바람개비"란 제목으로 강원도 어느 산골 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꿋꿋하게 살아가는 한 소년 가장을 보여 주셨습니다. 참, 그 전에 "저 하늘에도 슬픔이"란 영화를 통해 이 윤복 어린이도 보여 주셨군요. 당신은 충북 음성 자애원의 "구원"이를 보여 주셨고, 또 엊그제는 개과 천선한 어느 전과자의 어린 사내 아이를 보여 주셨나이다. 아니, 당신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례를 보여 주셨나이다.  

 

주님,

TV나, 영화 스크린, 혹은 직접 대면했을 때의 그네들의 맑은 동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곱디 고운 심성이, 당당함이, 어른스러움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저의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아니 놀라웠습니다. 저의 깍지 낀 눈으로는 너무 어렵고 힘든 현실임에도 그네들은 어렵다하지 않았고, 부끄럽다 하지 않았고, 오히려 밝고 힘찬 미래를 너무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었습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당신은 분명 저에게 그런 고통 주시지 않았습니다. 견디기 어려운 시련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행복하다 생각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대적 빈곤에 더 괴로와 했고, 더 많은 소유와 출세를 위해 억척이었습니다. 나눔과 베품은 남의 일이었으며, 가난한 자는 자기 게으름의 소치라 생각했으며, IMF 때 실직이나 파산한 가장들이 서울역 등에서 노숙자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고 측은 보다는 우매한 행진이라 생각했던 너무 오만한 저 이었습니다.

 

주님,

본당 "조 형균" 요한 신부님의 강론처럼 있으면 조금 더 편리한 것에 저는 목숨을 걸었습니다. 죽음 앞에 아무 것도 필요 없고, 헛 되고, 허무한 것을.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우리 모두가 한 형제요, 자매인 것을. 따지고 보면 너와 내가 아니고 우리이고 나아가 이웃은 나의 또다른 모습인 것을. 어린이들처럼 오늘이 그냥 좋고, 의심 없이 받아 들이고, 함께 어울리고, 들은대로 행하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야 하는 것을...

 

주님,

입으로는,머리로는 당신을 믿는다 하면서도 제 십자가 지기가 두렵고, 자신을 버리기가 이렇게도 어렵고, 행동과 실천이 따르지 않는 미지근한 믿음을 계속하면서도, 신앙 생활이 갈수록 힘들어 지는 죄인입니다. 성서 열심히 파면(?) 거기 당신이 계신 줄 착각하는 못난 놈. 이 혹한에 저 드넓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피 토하는 절규를 하시는 "문 정현" 신부님과 정의 구현 사제님들과 그 밖의 많은 분들이 몸을 던져 짓밟힌 인권과 정의를 되찾으려 저토록 수고하시는 모습을 애써 모른척 하고 있는 비겁한 종.

 

주님,

이 은혜의 때인 대림 시기에, 성서와 교리의 갇힌 방에서 벗어나 작은 것 하나라도 사랑 실천하게 하시고, 이웃 돌아보게 하시고, 입과 머리의 신앙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빛과 소금이 되게 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저 아이들이 했던 것처럼 참 웃음과 참 행복을 이 죄인이 귀향 살이 끝나는 날 까지 단 한차례만이라도 웃을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하여 당신 종에게 말씀하소서 - 너는 어린 아이를 닮았다.

 

당신은 세세에 계시며 영원히 다스리시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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