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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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aldus119] 쪽지 캡슐

2005-03-26 ㅣ No.371


한때 저는 제과점에서 새벽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아침 빵을 진열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때 환경미화원 한 분이 빠끔히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어저씨는 제과점에 처음 온 것처럼 한참을 두리번거리기만 했습니다. 아직 씻지 못했는지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솔직히 얼른 사고 나갔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는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습니다.

'혹시 빵 하나만 달라고 왔을까?' 나름대로 상상을 하는데, 아주 어렵사리 아저씨가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러더니 "저, 오늘이 여덟 살 된 딸아이 생일인데요, 작은 케이크 하나 포장해 주시면..."하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손에 곰 인형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케이크는 아직 만들지 않은 상태였기에 죄송한 마음으로 없다고 했더니 어린 딸과 약속을 했는데 다른 곳은 문도 열지 않았으니 어떻게 좀 안 되겠느냐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아저씨의 간절한 눈빛에 못이긴 저는 위층 제빵실에 연락해 케이크 하나를 빨리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아저씨는 고맙다고 하면서 밖으로 나가서는 입구에서 떨어진 곳에 서서 기다렸습니다.

새벽 내내 떨며 일했을텐데 밖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안돼보여 몇 번이고 들어오시라고 했지만 아저씨는 웃으며 거절했습니다. 자기에게서 나는 냄새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입니다.

한참 뒤에야 케이크가 내려왔습니다. 토기 모양의 케이크를 받아든 아저씨는 초 여덟개를 확인하고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가게를 나갔습니다.

어린 딸과의 약속을 위해 부끄러움도 마다않던 그 아버지의 사랑이 생각납니다.

- 권빛나/ 낮은 울타리 2001년 4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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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과의 약속을 위해 부끄러움도 마다않던 그 아버지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한 인간의 희생적 사랑은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줍니다.

그렇다면 죄인인 우리를 위해 철저히 헌신하다가 마지막에는 극도의 고통과 처참한 죽음도 마다않았던 예수님의 사랑에 우리는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할까요? 그분은 이런 사랑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당신의 제자들에게 최후만찬 석상에서 친히 그들의 발을 씻겨주시면서 당신의 헌신적 죽음의 의미를 밝혀주려고 하셨습니다. 먼지 묻은 더러운 발을 씻겨주는 것은 종들의 몫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렇게 종처럼 바닥까지 낮아지는 헌신과 죽음을 마다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얼마나 큰 사랑이기에 남을 위해 고통은 물론 죽음까지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 큰 사랑에 감사하고, 그 사랑을 조금이라도 닮기 위해 우리는 해마다 사순절을 지냅니다. 이제 사순절의 절정인 성 삼일을 지내면서 예수님의 큰 사랑, 고통과 죽음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인 그 사랑의 깊이를 마음 깊이 새기고 감사하며 본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손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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