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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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2-16 ㅣ No.800

사순 제1주일(가해. 2002. 2. 17)

                                              제1독서 : 창세 2, 7∼9. 3,1∼7

                                              제2독서 : 로마 5, 12 ∼ 19

                                              복   음 : 마태 4, 1 ∼ 11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어느 수도자가 숲 속에서 하느님만을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사람들을 피해 살았지만 그 명성은 차차 세상에 알려져 누구나 그를 성인으로 따르고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수도자의 덕이 쌓일수록 악마의 도전도 거세졌습니다.  몸에 상처를 내 고통에 시달리게도 하고 음식을 상하게 해서 탈이 나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도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악마는 최후의 수단을 썼습니다.  악마는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수도자에게 "그분께서 너를 좋게 보셔서 지금 만나려하신다.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수도자가 겸손히 "저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어찌 그분을 뵐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악마는 결국 도망갔다고 합니다.

  

  유혹이라는 것은 달콤하다고 합니다.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는 생각과 '나 하나 뿐이야 해도 되겠지'라는 마음과 '딱 한번인데 뭐', '이 정도쯤이야 괜찮아' 그리고 '차차 하면 되는데' 하는 수많은 생각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별거 아닌 것처럼 우리 마음대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우리를 편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준다고 하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유혹은 겉으로 보기에 너무 좋아 보여서 심지어는 우리가 하느님을 다 아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믿게 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유혹은 그 자체로는 죄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혹은 결국 우리를 타락하게 만들고 맙니다.  유혹은 달콤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처럼 맛만 보고 죄를 피하게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유혹을 피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겸손입니다.  수도자에게 악마가 그가 찾고 생각하던 하느님을 미끼로 수도자를 유혹하지만 결국 수도자의 겸손함이 그 유혹을 이기게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입김을 불어넣으심으로 인간을 당신의 얼을 지닌 귀중한 존재가 되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을 떠난 인간, 하느님의 얼을 상실한 인간은 그 존재 의의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오늘 아담과 하와는 잘못된 판단으로 하느님의 얼을 버렸습니다.  그래서 과일을 먹고 부끄러워 자신을 가리우고 숨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된 듯이 살고 싶어합니다.  우리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우리의 편리대로 움직이고 변화되고 다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런 마음이 우리를 쉽게 아담과 하와처럼 유혹에 빠지게 합니다.  결국 뱀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한 것은 하느님처럼 되고자하는 잘난 마음과 겸손하지 못한 마음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독서와 반대되는 모습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단식을 하여 허기지고, 피곤에 지친 예수님을 유혹하기에는 아주 적당하다고 유혹하는 자는 생각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피곤하고 허기지고 힘들면 모든 것이 귀찮고 편한 것을 찾습니다.  하여튼 유혹하는 자는 가장 인간의 삶에서 기본이 되는 먹는 것부터 시작하여 유혹합니다.  먹는 것, 명예와 부를 가지고 유혹합니다.  어릴 적에 이 복음을 읽으면서 하느님의 아들이니까 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인데 하는 생각도 하여보았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니 이런 것은 마치 구름과 같은 것, 허무하고, 언제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주변에서도 보면 의기양양하는 사람은 쉽게 유혹에 넘어가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처음에 노름도 따는 듯하다가 다 잃어버리고 맙니다.  주식투자도 처음에 조금 맛을 보고 결국 다 털어 넣어도 부족합니다.  잠시의 기쁨과 화려함으로 인생의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하여튼 예수님께서는 이런 유혹하는 자의 유혹을 당신의 겸손하심으로 이겨내십니다.  겸손한 이는 어떠한 유혹도 다 이겨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죄를 지어 이 세상에 죄가 들어 왔고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죽음이 온 인류에게 미치게 되었습니다.  은총의 경우에는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로 풍성한 은총을 입어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거저 얻은 사람들이 생명의 나라에서 왕 노릇 할 것입니다."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가 유혹에 넘어가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만 유혹을 이기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움켜잡은 손을 펴야 다른 것을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겸손하게 우리의 것을 나누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이 시간 겸손하게 세상을 만나고, 겸손하게 이웃을 사랑하도록 노력하도록 기도하며 생활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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