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7월 13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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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7-13 ㅣ No.124

11:00 - 어제의 소식에 불안한 마음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은 했지만 성당이 어떻게 됐을까 걱정이되어 불안하기만 했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15:20) 성당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았다.

      사무장은 축산업협동합원 2,000여명이 집결해 있다는 것이다. 천막을 지려는 것을

      간신히 막고 계단공사는 진행 중이지만 언덕공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또 이렇게 되었구나 생각을 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20여일이면 끝날 공사가

      3개월째 접어들고 공사비도 거의 3배 가까이 들어가고 있는데, 또 이게 뭐란말인가!

 

17:00 - 15:30에 성당에 도착했다.

      계단에 꽉 들어찬 붉은 쪽기의 사람들이 집회를 위해 모여 있어 언덕을 오르기가 힘든

      상태이다. 간신히 언덕을 오르고 곧 위원장이나 홍보부장을 만나자고 했으나 집회관계

      상 좀 있다 만나잔다. 좀 있다가가 지금이다. 그러나 여전히 집회는 끝날 기미가 없다.

        축협중앙회 노동조합 위원장이 찾아왔다.

      지금 상황을 보세요. 그리고 명동성당이 아무리 민주화의 성지라 한다고 해도 이 상태

      에서 지금하고 있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위원장은 상태가 이정도인지

      몰랐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제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이동시키겠는가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어제부터 계속 이 상황으로는 어렵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지금은 예전처럼 전 국민이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이 곳을 찾는것도 아니지 않느냐?

      사실 지금 하고 있는 농성은 축협의 강제 통합, 즉 축협의 구조조정에 관한 것이고,

      따라서 축협의 입장을 말하려고 하는 시위아니냐고 반문하고 그런 문제라면 여기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제는 결국 모든 국민의 열망이 아닌 각 단위의 문제로

      이곳 명동성당을 찾으면서 민주화의 성지를 내세우고 있다. 차라리 민주화의 성지

      운운하지 않고 우리의 삶을 위해 투쟁하기 위해 왔다고 말하면 더 좋겠다.

        지금 성당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민주화의 성지이니까"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화의 성지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성당은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 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민주화의 성지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으니

      답답한 것이다. 스스로 민주화의 성지라고 말한다면 모두 쫒겨나야 한다. 민주화의

      성지를 스스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민주화

      운운하는지 도통 이해를 못하겠다.

        결국 힘 없는 우리들을 도와 달라는 말을 듣고는 어쩌겠는가?

      내일 14:00에 이 곳을 떠난다니 몇 가지 유의사항을 전달하고는 그렇게 하라고 했다.

      언덕 공사는 이렇게 해서 또 이틀이 뒤로 밀렸다.

        

18:00 - 축산업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 찾아왔다.

      어리둥절해 축협중앙회노동조합과 축산업협동조합노동조합과의 차이를 물었다.

      한 마디로 축협중앙회노동조합은 축협직원들이고, 축산업협동조합은 축산민들이다.

      이 둘은 축협중앙회의 통합 구조조정에 함께 반대하지만, 축산민들은 축산업 정책의

      올바른 구조를 만들어 축산업을 육성시켜 축산민들의 살길을 위해 투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축산업협동조합은 오늘부터 16일 금요일까지 단식농성을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16일 금요일 국회에서 축산업 정책에 관한 결정이 이루질 것익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국회로 가서 농성을 해야지 왜 이곳으로 왔느냐고 묻자, 또 똑같은

      대답을 한다. 민주화의 성지.......성당의 사정을 보면서도.........

        그러나 이 말을 들으면 오히려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결국 힘 없는 약자인

      축산민들을 위해 성당측에서 양해를 해 달라는 말에, 그건 일리가 있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대신 약속은 꼭 지키라고 했다.

 

18:30 - 축협중앙노동조합 홍보부장이 왔다.

      함께 경내를 돌며 협조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이 많은 인원이 잠을 청하려면 보다시피

      공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그에 대한 조취는 축협에서 하고, 대신 21:00 이후 성모동산

      에서 취침을 하라, 그러니 이곳은 기도하는 곳이니 음주는 삼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 전 18:00부터 이미 술에 취한 사람들이 심한 욕설을 하면서 싸우기 시작

      한 것으로 보아 이미 술에 취해있는 듯 보였다. 어떤 아주머니가 소리를 친다. "이거

      너무한 것 아니냐"고, 그러나 태연히 누워 "그럼 고소하라"고 소리지른다. 성모동산과

      붙어 있는 곳이 성당이다. 성당까지 쌍욕이 시끄럽게 들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술을 빼았고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문화관 앞으로 갔다.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누워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날씨가 더워 여자들이

      치마를 입고 계단을 오르는데 어쩌자고 여기서 누워 있느냐? 21:00이후에 누우라고

      말해 주었다. 성당입구 계단에 여러명이 앉아서 18:00, 19:00 미사에 참례하려는

      신자들에게 길을 터 주지않고 버티고 있다. 한 사람이 길은 트라고 말하자 욕설을

      퍼부으며, "왠 XX이야"하고 덤벼든다. 저건 뭐죠? 여기 성당입구 계단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당신들이 주장하는 것이 강제성이라면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이러한 행위는 뭐에

      속하느냐고... 당신들도 똑같이 하면서 어떻게 그건 잘못이니 고치라고 외치며

      시위하느냐고 말했다. 홍보부장도 그런 모습에는 아연실색하며 미안하다고 말할

      뿐이다. 계단의 우레탄 작업이 이제야 끝났는데 들어가면 발자욱이 생기니 계단에는

      들어가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런 불상사기 생기면 모두 변상하겠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제발 노상방료와 성모동산에의 방료는 하지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수녀원의 담을 넘어가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또 내일은 06:00에 기상해서 자리를

      정돈해 달라, 왜냐면 06:30에 첫 미사가, 07:30에 또 미사가 있기 때문이다. 2,500여명

      의 사람들이 성당을 가득 메우고 나면 어떻게 미사참례를 하러 들어오겠는가?

      아참! 한 가지 더, 화장실 물을 아껴달라, 이 정도 인원이 화장실을 사용하면 분명

      21:00 이후면 단수가 되고, 아침이면 화장실이 그야말로 난장판이기 때문이다.

        설명이 끝나자 집회를 하던 노조원들이 저녁식사에 들어갔다.

 

23:00 - 19:00부터 지금까지 계속 노래를 부르고 집회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성모동산이며 성당마당에는 이곳저곳에 누워잠을 청하는 사람, 또 술판을 벌이

      는 사람들, 언덕에서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술판만을 막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집행부도 머리가 아픈 모양이다. 통제가 않되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들어 오다니,,,,,,,,

        

        휴~~~~~~~~~~~

      하느님! 이런건 아니죠?

      분명 이건 뭔가가 잘못 인식되어 있습니다.

      민주화의 성지? 그들이 말하는 민주화의 성지는 뭘 말하는 것일까요?

      한국최초의 성당이자 믿음의 선조들이 있었던 이 자리, 그러기에 가톨릭신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찾아 이곳으로 오는 곳, 그러나 그들 누구도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농성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중히 생각하고 가꾸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민주화의 성지는 이름만 남았고, 나라를 위해 민주화를 위해 외치지는

      안는다. 또 그렇다고 이 곳을 아끼며 가꾸려고 하지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만

      외치는 곳으로 변해간다. 성모동산에서 술을 마시고 싸움하고, 금방 부어놓은 콘크리트

      바닥에 족적을 남기고, 미사참례하려고 성당으로 들어가려 하는 신자들에게 욕하고....    

      하느님! 이걸 어떻게 보아야할까요? 뭔가 결단을 내리던지 해야합니다.

      지혜를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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