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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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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석 [maum] 쪽지 캡슐

2001-06-29 ㅣ No.6562

누군가 그랬다. 죽을 때까지 진정한 친구 세명만 사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고등학교 다닐 때쯤 나에겐 적어도 예 닐곱명의 친구가 있었다...

남들은 평생 세명만 사귀기도 어렵다는 친구가 내게는 이렇게 많다니...

 

 

세상에 불쌍한 사람도 참 많구나하고 생각했다.

 

 

대학교 초학년때 쯤 보니, 내가 좀 잘못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그래도 너 뎃명의 친구가 남아있었다. 이 친구들은 내가 힘들 때 어느 때나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친구라고 믿었다.

 

 

군대에 가서는 더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역시 세상은 새로운 곳이 많은 법이다. 알고 보면 좋은 친구가 되 줄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 또 세상이다.복학하고 나서는 형, 형 하고 따르는 후배들도 더욱 많아졌다.

 

 

그 속에서 난 다른 어려운 일은 많았지만, 그래도 친구들이 많아 견딜만 했다.

사랑도 좋지만, 우정 또한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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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알아 줄 친구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

 

 

 

사실...

나만 몰랐던 거다.

내 마음도 내가 모르는 데, 다른 누가 내 마음을 알아 준다는 것인가...

나는 이 간단한 이치도 몰랐던 거다.

 

 

 

지금 내 곁엔 지기가 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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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는 내가 힘들 때 나보다 먼저 울어 줬다.

그리고 그것이 힘겨워 나를 부담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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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는 내 고민을 말없이 묵묵히 들어줬다. 정말 고마웠다.

어느 순간 그 친구는 내게 말했다. 제발 그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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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친구는 외로울 때마다 항상 함께 해줬다.

그러나, 내가 정작 한 발짝,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마다

발목을 걸어왔다. 그는 나와 놀아 준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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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친구가 한 명 있었다.

힘들 때마다 내게 다가와 하소연했다.

그 때마다, 기꺼이 함께 해주고 조언을 해 주었다.

...보금자리를 찾자, 그 친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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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곁엔 술에 취한 친구가 또 한 명 있다.

그는 이런 내 얘기에 ’걱정마 내가 있잖아’하며 위로했다.

하지만, 그는 나보다 더 빨리 취해, 자기가 지금 나한테

무슨 욕을 퍼붓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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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왜 이런 얘기를 주워 삼고 있는지 나도 모른다.

세상에 내 친구가 되 줄 사람은 얼마든지 많다.

그들은 내 얘기를 들어 주며 기꺼이 내 술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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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순간의 진실일 뿐이다.

한순간,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면 무엇 할 것인가?

다음 순간 내가 왜 그랬지...하며 후회 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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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내 수다를 다 들어주는 듯 하면 또 무엇하겠는가?

이제 그런 소린 듣기 싫어 죽겠어...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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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외로울 때, 같이 놀아 주기만 하는 친구는

내가 항상 그 모양 그대로 그 자리에 있어주기만을 바란다.

그는 내가 항상 그의 놀이 친구로만 남아 있길 바랄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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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어려움을 털어놓는 친구에게

실상 내 조언은 그의 귓가에도 닿지 않는다.

그에게 나의 고충은 달갑지 않은 메아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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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은 달라’하는 친구도 자신의 특별함을 내게 과시하고픈

컴플렉스 덩어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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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더 웃기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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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진정한 친구를 바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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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내가 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줄 생각은

 

안해 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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