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성당/결혼 비판에 대한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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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petit] 쪽지 캡슐

1999-05-24 ㅣ No.142

요즘 들어 성당에서의 결혼식에 대한 비판의 글이 여기저기 부쩍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몇몇 큰 본당이나 유명한 수도회 성당 등에서 부작용이 있다는 이야기가 소문 아닌 소문으로 많이 떠돌고 있었던 만큼, 이런 이야기가 공론화되고 논의되는 것은 참으로 건설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에 대해서 단 한가지의 관점만 계속 이야기 되고 있어 자칫하면 직접적인 체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편향된 정보만을 제공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저의 짧은 소견 몇가지를 정리하자면,

 

1. 일부의 사례가 일반적이고 전반적인 현상인 것처럼 이야기 되는 것은 분명한 비약입니다. 서울교구에만도 본당이 약 200여개이고 수도회 성당까지 셈하면 훨씬 더되는데 지금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만 읽어보면 대부분의 성당에서 그런 바가지와 부대행사 업체의 강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히 있습니다.

 

2. 대형 본당이나 유명 수도회 성당이 상업적인 색채를 띄도록 부추기는데는 이용자들도 한 몫을 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성당은 분명히 예식장이 아닌데 많은 신자들이 유명 예식장을 찾듯 유명 성당을 찾는 것이 이런 부작용을 부축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랑이나 신부가 다니는 본당에서 혼인성사를 받지 않고 큰 성당, 화려한 성당, 외형이 그럴 듯한 성당으로 몰려가는데는 성당을 한갖 그럴싸한 예식장으로 여기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고, 결국 그런 행태가 스스로 성당을 한갖 예식장으로 전락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성당에서 부대행사의 업체를 지정하게되는 배경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성당이라는 장소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미사 중에 제대위를 들락날락 하고 본당의 다른 일정에 대한 배려 없이 성당 전체를 점거해 버리는 부작용이 늘어감에 따라 불가피하게 사진기사나 피로연 업체를 지정하게 되는 배경도 있는데 모두를 싸잡아 '얼마를 받아먹었길래 그러냐'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미리 주의사항을 주지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혼배를 여러번 치러본 본당은 그것이 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멀쩡하던 사람이 예비군복을 입혀 놓으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일단 예식이 시작되면 모두가 자기 생각에만 몰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신자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의 경우에는 그러합니다.

 

요약하자면, 자기가 체험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좋지만 그 체험을 쉽게 일반화시켜서는 안되고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자기 기준에 따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도 지양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실제로 상업주의적 사고로 이윤추구를 위해 무리한 요구, 지나친 비용을 강요하는 본당이나 수도회가 있다면 비판을 받아야 하겠지요.

 

그러기 위해서 굳이 이야기 하지 않는 다른 작은 본당들의 일반적이고 잡음없는 사례들에 관한 글도 올라오길 바라고, 거론된 본당이나 성당측에서의 해명도 있어야 할테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우리들의 '혼인성사' 이해에 담긴 문제들도 함께 거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사람들처럼 크고 화려한 곳에서 멋진 비디오를 만들고 하객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결혼식을 하기 보다는 나의 삶이 담긴 터전에서 그곳이 임시 가건물이건 천막 성당이건, 두 사람이 하느님과 교회 앞에서 사랑의 언약을 맺는데 더 관심을 두고 기쁨을 나눌 수 있다면 교회의 비본질적인 현상에 스스로 함정을 파고 교회를 등지게 되는 일도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계속되는 의견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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