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정보와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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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웅 [sewoongoh] 쪽지 캡슐

1999-08-30 ㅣ No.672

아래의 컬럼(흘림체 내용)은 지난 8월26일 매경 컬럼난에 게재된 내용인데 제목은 자극적이나 "인간의 지혜"를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어 교우 여러분들과 같이 감상하고자 옮겼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요즈음 컴퓨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보기술"을 익히는 것은 지식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중요한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닙니다.

따라서 인간의 무한한 양질의 창의력이 더욱 중요할 것이고, 이의 근간이 곧 인간의 지혜일 것 입니다.

 

사실 지혜와 달리 정보기술은 노력만하면 짧은 시간 내에도 습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지혜나 윤리의식이 결여된 기술은 인류 역사상 해악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힌 사례가 많은 것을 보면, 같은 기술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의 지혜나 인격에

따라 결과는 너무도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이유로라도 나이가 드신 교우님들도 컴퓨터를 익혀, 지금까지 살아오신 경륜과 신앙심이 접목된다면 그것이 바로 "참다운 지혜"가 될 것이며 자녀 교육지도에도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정보화실을 Open한지 2개월이 됩니다.

그 사이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였는데, 첫째는 아직 신자가 아닌 이웃 분들을 우리 교우께서 인도하여 9월 부터 교육을 받을 예정입니다.

 

축성 1주년을 맞은 세검정 성당이 지향하는 것처럼 성당이 "전례와 성사"를 행하는 제한적 기능뿐만 아니라 신자와 지역주민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는 기능도 병행한다면, 그것이 곧 자연스럽게 선교활동으로 이어지고 "활기찬 성당"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둘째는 나이드신 교우님들의 향학열 입니다.

어제도 70세가 되신 할머님 교우께서 컴퓨터 교육 신청을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마지막 미사때라 마감이 된 후 였습니다.

그분의 식지않은 탐구열을 존경하며 "10월에는 꼭 등록하여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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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캐비닛을 모두 치워 버렸다. 자료들이 있다며 사원들이 달가 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섭섭하고 허전했을 것이다.
컴퓨터가 있는 터에 캐비닛을 두고자 하는것은 관성(慣性)탓이다. 중요한 정보자료가 아니라면 쓰고 난 뒤 버리는 것이좋다.
 
새로운 정보가 밀물처럼 쏟아지고 시장의 패러다임도 많이 바뀌고 있다.
새로운 시각의 새로운 전략이 요청된다.
묵은 정보와 낡은 지식체계가 함부로 기웃거릴 계제가 아닌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엔 정보가 캐비닛 속이든 컴퓨터 속에서든 잠자고 있을 겨를이
없다. 정보가 들어가 쉬어야 할 마땅한 곳은 인간의 두뇌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도 그곳에서 더 잘 이루어진다.
 
정보는 인간의 두뇌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물(生物)이다.
정보에도 본능이 있다. 그들도 서로 짝을 찾아 섹스를 한다.
먼젓 놈과 나중 놈 간에, 같은 시기에 들어간 놈끼리도 스스로 궁합을 맞추어 새끼를 낳는다.
정보의 순간적 확대재생산 능력이다.
 
컴퓨터가 제아무리 만능이라고 해도 정보의 풍요로운 씨받이로서 인간 두뇌를 따를 재간이 없다.
컴퓨터 속에서도 물론 정보들간에 섹스행위가 이뤄지지만 물리적(物理的)
결합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인간의 두뇌 속에서만 그것들은 화학적(化學的) 섹스를 하며 `최상의 순간’을 만끽한다.
은밀한 감성(感性)의 은근한 도움을 받으며 그 순간을 향유한다.
 
그 행위로 탄생하는 것이 바로 지혜(知慧)란 이름의 옥동자인 것이다.
우리가 정보를 찾고 지식을 획득하려는 것은 `지혜의 샘물’을 얻으려는 목마름 때문이 아니던가.
 
캐비닛 속에서는 정보와 지식이 서로 교접하지 않는다. 그들은 깨어나지 못하는
잠자는 숲속의 잡동사니에 불과하다.
컴퓨터의 능력도 너무 믿을 것이 못된다. 그것은 상상력을 잉태할 수 가 없다.
                                  
푸른하늘의 흰구름이 왜 아름다운지를 알려주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는 살아있는 `생명의 강(江)’이다. 그것이 간혹 망각의 강
`레떼’로 변한다 손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정보와 지식이 우리의 머리 속에 깊이 들어가 맘껏 자맥질하며 놀게 하자.
그들은 바로 지금, 아니면 언젠간 돌아온다. 돌아온 탕자는 샘물 같은 `창조적
지혜’를 우리의 품안에 듬뿍 안겨 줄것이다. <전희천 오리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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