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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성가대 지휘자들의 잘못된 오르간 상식& 세계최대의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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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iamyours] 쪽지 캡슐

2000-11-30 ㅣ No.2152

 

원래는 이런 글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닌데, 생각난 김에 8년간 여기 저기 반주해 오면서 지휘자들에게 부탁받았던 대표적인 난처한 요구사항 3가지만 적어볼께여~

 

간혹 어떤 지휘자들은 "이 곡은 파이프 오르간 음색으로 해 주세요"라는 참으로 어이없는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현재 저희 성가대 지휘자는 절대 아님- 모든 교회용 전기 오르간은 파이프 오르간을 모델로 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음색이 파이프 오르간 음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 음색이라는 것은 참으로 애매한 말입니다. 오르간의 소리는 한 개 ~ 3,4개 혹은 수 십개의 음색을 조합해서 만들어지고, 제작 회사에 따라 같은 이름의 스탑도 소리가 조금씩 틀리며, 파이프 오르간의 경우 같은 회사, 같은 음색이라도 오르가니스트의 취향과 조율을 통해 소리가 약간씩 틀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성가 반주 때 듣거나, 머리 속으로 떠올리는 음색은, 파이프 오르간의 기본 음색인 손건반의 prinzipal 8’+ 4’+ 2’와 발건반의 prinzipal 16’+ 8’ +4’ 의 6개 음색이 조합된 것입니다.   전기 오르간이 도입되는 이유는 파이프를 설치할 충분한 공간이 안되거나 지반이 약해서, 혹은 재정상태(보통 스탑 1개-61 pipes-의 제작 비용은 약 1,500만원)나 온도 습도에 민감한 파이프 오르간 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파이프 설치가 불가능한 교회를 위해서입니다. 파이프 오르간과 전기 오르간이 다른 점은, 파이프 오르간은 각각의 파이프에 바람을 집어 넣어서 소리를 내고, 전기 오르간은 샘플링된 파이프 소리를 디지털 앰프를 통하여 스피커로 내보낸다는 소리 발생 구조만 틀릴 뿐, 음색도 모두 파이프 오르간에 있는 음색들이고, 연주방식도 파이프 오르간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음질과 스케일은 파이프 오르간이 월등히 앞서겠죠?

 

또 하나 자주 듣는 부탁은 "이 곡은 현악 4중주 음색으로 해 주세요" "이 부분은 바이올린 소리로, 그리고 여기는 첼로 소리로 해 주세요"인데, 이것 또한 황당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만약 전기 오르간이 아닌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성당이었다면 이런 부탁을 할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전기 오르간에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나오니까 다른 악기들 소리도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부탁하시는 것들 같은데, 그것은 신디사이저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전기 오르간은 단지 파이프 오르간을 그대로 모방한 악기라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오르간 음색 중에서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라고 이름 붙은 음색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을 원래 악기 소리와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큰일입니다. 이들은 보통 가늘고 여린 음색들로써 여러 다른 음색들과 함께 사용되어 독특한 효과를 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은 앨토 인원이 별로 없으니 앨토 성부를 조금 더 크게 쳐 주세요" 와 같이 특정 성부를 강조해서 크게 연주해 줄 것을 강요하는 것인데, 오르간은 피아노가 아닙니다. 피아노와 똑같이 생긴 건반이 있다고 해서 피아노와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오르간과 피아노는 발음 원리, 연주 방식, 아티큘레이션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별개의 악기입니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별개의 악기이듯이 말입니다. 오르간의 발음 원리는, 건반을 누를 때 그 건반과 음색에 해당되는 파이프의 마개가 열려서, 그 파이프 밑에 있는 바람 상자 속의 일정한 압력의 공기가 파이프 속으로 들어가서 파이프를 공명시켜 소리를 내는 것이므로 - 이 말은 곧 크레셴도와 데크레셴도의 표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오르간의 강약은 오로지 스탑의 선택(음색의 선택)으로서만 결정되어집니다. 전기 오르간의 경우 편의상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음량을 위해서 연주 전에 사용되어야지, 곡을 연주하는 중간에 사용되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피아노와 같이 터치의 세기에 의해서 소리의 강약이 조절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반주하는 악기가 피아노라고 생각해도, 한 성부만 강조해서 연주하라는 것은 반주자에게는 참으로 힘들고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음악적으로도 결코 바람직스러운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은 어디에 있을까요?

 

http://www.eberhard-geier.de/padomorgel-en.htm

세계에서 제일 큰 파이프 오르간을 가진 독일 파싸우 성당의 Eisenbarth Organ에 관한 사이트.

 

                 Organ at Passau cathedral

1) 통로 뒤쪽 발코니에 설치된, 4단 손건반과 126개의 스탑을 가진 메인 오르간(Hauptorgel).

2) 메인 오르간 좌측에 설치된 2단 손건반과 25개의 스탑을 가진 Epistelorgel.

3) 메인 오르간 우측에 설치된 25개의 스탑을 가진 Evangelienorgel(메인 오르간 콘솔에서 연주됨).

4) 제대 뒤족에 설치된, 3단 손건반과 38개의 스탑을 가진 Chororgel.

5) 가운데 통로의 천장에 설치된 19개의 스탑을 가진 에코 오르간(메인 콘솔에서 연주됨).

 

이상 총 5개의 파이프 오르간들은 하나의 메인 콘솔에서 한꺼번에 연주되어질 수 있는데, 이 메인 콘솔은 5단 손건반과 위에서 설명한 오르간들의 스탑을 모두 합친 233개의 스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상 5개 오르간의 파이프의 수는 모두 17,774개입니다. 명동 성당의 2,577개(3단 손건반, 35개의 스탑), 세종문화회관의 8,098개(6단 손건반, 98개의 스탑) 짜리의 파이프 오르간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죠~

참고로 저희 성당의(수유1동) 오르간은 미국의 Allen사에서 제작한 모델로 3단 손건반과 41개의 스탑을 갖추었으며, 아쉽게도 파이프 대신 8개의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는 전기 오르간이죠. ㅠㅠ

위 사이트에 가시면 파싸우 성당 오르간의 사진들과 스탑 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첨부화일:

Saint-Saens : Danse Macabre

첨부파일: 003.SSehl-dmac-64s.ram(169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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