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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36) 착한 사마리아인과 공정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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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5동성당 [chang4] 쪽지 캡슐

2012-09-09 ㅣ No.5297

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36) 착한 사마리아인과 공정무역

 
공정무역 참여 지역교회·신자 빠르게 늘어
공정무역 통해 개발도상국 이익 1% 올려도
세계 1억 2800만 명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나
발행일 : 2012-03-25 [제2788호, 18면]

우리 사회에서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사랑의 미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정무역은 결국 경제문제를 둘러싸고 엮이고 엮인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참된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넓혀나가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달리 보면 개발도상국 등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와 공평하고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그들이 빈곤을 해결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주는 나눔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공정무역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얻는 이익을 1%만 올려줘도 전 세계 1억2800만 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조그만 사랑의 몸짓들이 공감을 얻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요즘엔 공정무역은 물론이고 공정여행, 윤리적(착한) 소비, 윤리적 패션 등 산업 분야나 경제 행위 앞에 ‘공정’이나 ‘윤리’란 단어를 붙이는 흐름이 점차 커져가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는 이런 모습들은 어쩌면 우리가 별 생각 없이 타성에 젖어 지내던 기존의 경제활동이 그만큼 불공정하고 비윤리적으로 이루어져왔다는 방증입니다. 한마디로 자신의 눈앞에 놓인 상품과 상품이 지닌 효용가치만을 바라보고 그 이면에 놓인 생산관계나 그 관계들 속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바라볼 수 있는 그리스도적인 시각과 분별력을 갖지 못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2년 사이에 영국 소비자들이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사면서 지불한 돈 가운데 커피 산지 농민에게 돌아간 몫은 겨우 0.5%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나머지 99.5%의 몫은 모두 다국적기업으로 대표되는 가공·판매업자와 중간 상인들이 챙겨간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모순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공정무역인 것입니다.

- 소비자·생산자 함께 사는 ‘공정무역’

우리는 좋아하는 선수가 출전하는 축구 경기에 열광하지만, 선수들이 차는 공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여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유명 브랜드의 월드컵 공인구(公認球)를 만드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미성년 노동 착취 문제를 가슴 아픈 눈으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32개의 가죽 조각을 700번 꿰매야 하나가 완성되는 축구공은 파키스탄의 어린이 노예 노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 상표를 단 축구공을 불매하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공정무역 바람은 195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60여 개 나라에서 600개 이상의 생산자 집단에서 100만 명이 넘는 농민과 노동자들이 2000개가 넘는 공정무역 인증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통계를 보면 미국과 영국, 두 나라가 7억 유로가 넘는 규모의 공정무역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정무역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임금과 교육 기회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차별받지 않는다 ▲어린이 노예 노동을 하지 않는다 ▲정직한 무역 거래를 한다 ▲생산자에게 최소 가격을 보장한다 ▲세계 주변부의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여러 기술을 나누고 개발한다 ▲더 좋은 품질과 능력을 배양한다 ▲환경을 소중히 여긴다 등 교회가 사회를 향해 소리 높여온 다양한 그리스도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앙과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서로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경제 행위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세계적으로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지역교회와 신자들의 수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 나눔의 삶을 즐기는 공동체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이 모든 일에 주님의 섭리가 작용함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40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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