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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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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reality76] 쪽지 캡슐

2000-01-27 ㅣ No.2188

어머니! 어무이~~~~~~

사무치게 그리운 이름이다.

그러나 내겐...

 

학창시절 난 친구들이 아무 생각없이 내놓던 도시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버릇이 있었다. 조물조물 갖가지의 반찬들이 빼곡이 들어찬 도시락 안을 들여다 보면서

’분명 엄마가 싸주신 거겠지...’하며 부러웠했다.

그당시 울엄마는 건강이 안 좋으셨던것 같다. 그래서 늦잠순이인 나는 1시간 일찍

일어나 내 밥그릇을 챙겨야 했고 막연하게 곤히 주무시는 엄마를 깨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어머니를 배려하는 나의 어린마음과 더 해주지 못해 안스러워하는 엄마의 마음은 소리없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학생의 딱지를 떼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을때 엄마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여러번 손이 갔음직한 예쁜 도시락이었다.

"엄마 사람들이랑 식당에서 먹을텐데요. 왠 걸 힘들게 싸셨어요?"

"어.어.. 그런가" 엄마는 조금 멋적어 하셨다. 이내 엄마는

"그럼. 이거 먹고가거라." 하시며 상을 차려주셨다.

"우왕왕왕.! 혼자 보기에도 먹기에도 아까웠다.얼마나 꾸욱 꾸욱 눌러 담으셨는지

밥알이 숨막혀 죽겠다고 ’밥알밥알’ 궁시렁대는것 같았으니깐...

아주 오랜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나의 아쉬움을 모두 알고 계셨던것 같았다.

’눈물 나오게시리...’ 국물을 후루룩 마시는 척하며 함께 흐느낌도 마셔버렸다.

 

참 감사했다.

하루의 시작을 이토록 아름답게 장식하게 되니 좋은일만 생길것 같고 내 모습도 더욱

아름다워지는것 같았다.(하하하. 지금도 이쁘지용?) 첫 줄근의 긴장과 두려움도

내것이 아니었고. 오로지 퇴근후 아주 찐하게 치뤄질 ’모녀간의 대화’만 생각날 뿐이었다

 

"엄마. 오늘 무슨 생각으로 도시락 싸셨어요?"

"옛날 생각이나서... 아주 오랜간만에 엄마 노릇한것 같네"

"엄만...그럼 그동안 아빠노릇했남?"

"푸히히히...호호호..."

"고생시키고 마안타. 넌 내가 키운게 아니다. 다 하느님께서 키워주시고.

 바르게 인도하셨지"

"........"

그렇게 가슴 졸이며 준비했던 말이 있었는데 왜그리 사랑고백은 힘든것일까?

난 끝끝내 엄마를 사랑한다고 얘기하지 못했다.

 

그날 난 늦게까지 잠을 청할수가 없었다. 지나온 내 삶에서 나를 바르게

인도해준 나의 어머니들께 감사해야 했기 때문에. 중학교때 선머슴같았던 내게

예쁜치마를 사주셨던 선생님. 대학시절 도움을 주셨던 김경모 야고보신부님. 그리고

엄마 병간호중 맛난 고기로 배를 채워주었던 제비. 오틸. 현진언니... 글구

따뜻한 목도리를 선물로 주고 떠나신 장신부님, 또 내게 강인함을 일깨워준

오랜 편지친구(어딜보니? 너야!) 마지막으로 나의 영원한 후견인이신 주님.

이 모두가 나의 어머니이다.

 

어머니!

사무치게 그리운 이름이여.

허나 사무침으로 남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내 삶에 모든 어머니들이여

굳이 그대를 향한 나의 사랑을 표현하지 않더라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단지 나의 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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