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5년 9월호 [흔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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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5-08-26 ㅣ No.24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ꡐ밥을 왜 먹어야 되는가?ꡑ라고 질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듯 많은 신앙인이 신자로서의 의무감과 일상 중의 한 부분으로 미사참례와 성체성사에 참여는 하고 있지만, 십자가상 제사의 재현인 성체성사의 풍성한 은혜를 삶 안에서 체험하는 경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삶의 노고와 실패와 성공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생을 이해하고 그 맛을 알게 되듯, 나 역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익숙해진 미사참례가 청소년 시기를 거치면서는 ꡐ하느님과 나는 어떤 관계인가?ꡑ를 묻고, 그분을 내면으로 만나고 싶은 갈망의 시간을 통하여 조금씩 그분께 다가가게 되었다.

우리 사부이신 방유통 안드레아 신부님께서는 미사를 드리실 때마다 봉헌 예물을 준비하실 때면 ꡒ다 가져오시오!ꡓ라는 말씀을 하셨다. 빵과 포도주의 봉헌과 함께 수녀들이 주님과 함께한 생활을 주님 식탁에 봉헌토록 일깨워 주셨던 것이다.

나는 성체성사로 오시는 주님의 식탁에 갈 때면 ꡐ다 가져오시오!ꡑ라는 생생한 신부님의 목소리와 함께 예수님과 함께했던 생활과 그렇지 못한 부분의 성찰을 날마다 그분 앞에 내어놓게 되었고, 죽음으로써 나의 생명을 날마다 기르시고 내어주시는, 성체로 오시는 그분을 통하여 나도 작은 희생의 삶을 봉헌하려는 갈망과 사랑이 커짐을 느낀다.

예수님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까지 이르신 사랑의 희생을 기억하며 작은 사랑, 희생을 드리려 비실거리는 걸음마로 그분께 다가설 때면 성체 안의 예수님은 더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오셔서 엠마오의 제자에게 하셨듯이 당신의 존재를 알려주신다.

우리 순교자들께서는 성체 안의 예수님과 만나는 비결을 가장 잘 깨닫고 실천하신 분들이 아닌가!


문득 어느 ꡐ문명인과 원주민ꡑ사이의 일화를 떠올려 보게 된다.

불을 알지 못하는 원주민에게 어느 날 문명인이 부싯돌로 불을 일으켜서 그들의 삶을 전혀 새로운 지평으로 열어주니, 원주민들은 그 문명인이 하느님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워 숭배(?)하듯 존경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문명인이 돌아가시자, 그들은 부싯돌과 불을 피우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제단에 잘 모셔두고 경배하였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주님을 경배하는 모습이 그 원주민처럼 부싯돌과 도구들을 제단에 모시고 경배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도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억하여 따르며 희생을 함께 봉헌하는 생활을 한다면, 성체성사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께선 우리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힘을 주시지 않겠는가.

_권옥희 벨라뎃다 수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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